[미술칼럼] 인터넷 시대의 마케팅
[미술칼럼] 인터넷 시대의 마케팅
  • 박정수 / 미술평론가
  • 승인 2011.06.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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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

“나는 이메일도 없어”“난 슬라이드만 써”“난 문자도 못 보내”
전시기획을 하다보면 이런 분들이 꼭 있다. 한분 덕분에 슬라이드 스캔해야하고, 그것도 요즘 잘 보기 어려운 드럼스캔을 해야 한다. 남들 다하는 이메일 대신에 기어이 팩스를 보내온다. 잘 보이지 않는 글씨를 타이핑해야 한다. 그것도 한자로 적혀있으면 왕 곤란하기 그지없다.

불편한 노릇이지만 20년 전에도 꼭 같은 불편함이 있었다. 20년 전에는 컴퓨터 식자가 주조활자를 폐기시키면서 충무로 주조활자집이 문을 닫았다. 20년 후 오늘에는 컴퓨터 식자집도 없고, 슬라이드 스캔하는 집도 거의 없다. 내일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에도 화가들의 마케팅은 팜플렛이 중요수단임에 분명하다. 이상한 것은 세상의 온갖 것은 비용이 오르는데 전시 팜플렛은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듯하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팜플렛 한권 만들고자 하면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

두꺼운 모눈종이(대지 방한지)위에 글자 크기만큼 컴퓨터로 글씨를 프린트(식자)하여 붙였다. 슬라이드 스캔 또한 비용문제도 크기가 정확해야만 했다. 그때는 작품 이미지가 슬쩍 잘려도 용서가 되고, 슬그머니 왜곡되어도 용서가 되었다. 오탈자가 있어도 전문가가 아니라면 봐주시는 시대였다. 비용도 지금보다 비쌌다. 24페이지 500부에 최소 400만원이 더 들었던 것 같다.

온라인 마케팅을 전문으로하는 후배가 나에게 이른다. “마이크로 블러그 시대입니다. 지금은 전시 팜플렛이나 엽서 발송하는 것보다 매일 30분씩 대형 사이트의 블러그와 카페2개씩, 페이스 북과 트위터, 티스토리에 자신의 정보를 올려야 합니다.

이거 정말입니다. 2년 후가 되면 오프라인 잡지시장이 죽지는 않겠지만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웬만한 정보는 온라인으로 해결됩니다.” 후배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씁슬함이 남는다. 지금도 자신의 구형 핸드폰 번호를 지키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분이 있고, 일각에서는 아직도 삐삐와 시티폰을 쓰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들의 삶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소한 화가님들에게는 현실에 빨리 적응하라는 말을 권하고 싶다. 지금은 CD팜플렛이 있고, E-mail로 전시정보가 온다. 무슨 SNS가 뭐고, 텔레비전만 틀면 쓰리지(3G), 포지(4G) 그러고, 무슨 소셜커머스라고 하는데 도무지 따라잡기가 힘이 든다. 텔레비전 스마트폰 광고에 3G, 4G하는 것을 이해하고 살아야 한다.

무식한 이야기지만 3G의 G는 generation의 약자이다. 3세대 휴대폰이라는 뜻이다. 1세대는 유선전화, 2세대는 무선, 3세대는 화상통신을 의미한다. 4세대는 컴퓨터와 같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자신은 몇 세대에 살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 블러그는 최소단위의 정보를 저장하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5~6년 전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에 열광한 적 있다. 수많은 화가들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구성하고자 노력도 하였고, 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케팅의 수단은 현실에 근거하기 때문에 미래에서는 승패를 가늠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러하지 못하다. 따라서 팜플렛을 통한 홍보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화가 스스로가 자신의 마케팅을 개척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익숙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감내하여야 한다.

여든 넘으신 할머니의 휴대폰 문자를 생각하자. 그림은 아무나 그릴 수 있지만 예술작품으로서 미술품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아무나 다하는 마케팅에 슬쩍 숟가락을 얹어 놓을 때다. 스마트폰 영업사원은 아니지만 화가님들의 쓸데없는 고집은 좀 꺾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