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비평(批評)하게 해 주세요.
[미술칼럼] 비평(批評)하게 해 주세요.
  • 박정수 / 미술평론가
  • 승인 2011.07.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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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님 제발 제 작품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씀 좀 해주세요. 좋은 점 말고 나쁜 점 지적 좀 해 주세요. 그래야 발전하는 것 아닌가요. 저는 남들과 달라요.”
“작가님 작품에는 작가님의 정신과 표현방법이 따로 노는 것 같아요. 표현된 작품에는...”

이후로 그분과 원수졌다. 아는 채도 않는다. 흉 듣고서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칭찬만 하고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평론가가 없다고 말들만 많다.
남의 작품 헐뜯고 비판하면 좋아라 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은 헐벗어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한국 미술에는 비평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 미술에는 평론가가 없다고 말한다. (이하, 평론이라 하겠다.)

평론(評論)은 평가하여 논하는 것이고, 비평(批評)이란 분석하여 가치를 논하는 것이라 했다.
둘 다 무엇인가에 대하여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를 논해야 한다. 이거 잘해야 된다. 잘해야 본전이다.
평론하는 사람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평론만 해서는 절대 먹고살 수가 없다.

그림을 잘 그렸다 못 그렸다 하는 것은 평론이 아니다.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합당하다 부당하다 정도의 가치 판단은 용인된다지만 사람마다 사회마다 가치 기준이 다르므로 현재, 평론하는 자의 입장을 기준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

예술작품은 잘하고 못하고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평가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남의 미술품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작가들 사이에도 문제이지만 완성된 작품에 어떻게 무엇을 그려야한다거나 빼야한다는 언급도 회피하여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작품의 기준점이 없다거나, 어떠한 생각을 기준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하다는 식의 글을 쓰면 난리난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굶어죽기 딱 이다.
“솔직한 평 써 주세요.”“안 좋은 말도 괜찮아요.”
절대 믿지 말라. 굶어죽기 딱 이다. 우리나라에서 평론하는 것은 굶어죽기 딱 이다.

그러면 현 시점에서 과연 누가 평론하는가. 공부를 많이 했으면서 돈이 많거나 욕먹어야 배부르거나, 지위가 아주 높은 분이 그러하다. 화가의 개인전에 비용을 받고 쓰는 분들이 그러하다. 안면 많은 지인의 전시회에 술잔과 교환하는 분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속내를 다 드러낼 형편이 못된다.
평론을 하고자 한다면 누구의 작품에 대해 가치를 따지거나 분석하면서 부정의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공력이 높아야 한다.

여기에서 감상(鑑賞)이라는 말을 상기해 보자. 예술작품에 있어 감상(鑑賞)은 감상(感想)이 아니다.
예술에서의 감상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에 있다. 미술 애호인들의 감상(鑑賞)에 작가님들의 작품을 맡겨야 한다.

우리나라에 평론이 없는 것은 나라가 밥을 먹여주질 않고 작가가 먹여주기 때문이다.
작가에게서 돈이 나오고 작가에게서 경제가 시작되는 이상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평론이 설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평론가가 작가에게서 자유로워야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다. 평론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글이나 말이 매매되어야 한다. 글이나 말이 매매된다는 경제 가치와의 교환이다. 작가님들이 솔직한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을 해야 한다. 다만 지금 현재의 경제활동을 생각한다면 절대 솔직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
참으로 이상한 미술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