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박정수의 뒷방 이야기 - 천대와 멸시
[미술칼럼]박정수의 뒷방 이야기 - 천대와 멸시
  • 박정수 / 미술평론가
  • 승인 2011.09.1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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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정수화랑 관장

이정도의 천대와 멸시를 이겨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깟 포트폴리오 무시당했다고, 전시기획서조차 전달하지 못했다고,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차 한잔 주지 않는다고, 앉으란 말 한마디 못 들었다고, 대표만나고 싶었는데 여직원한테 무시당했다고, 포트폴리오 밀었더니 쳐다보지도 않고 두고 가란다고, 힘겹게 사무실 노크했더니 담당자 없으니 다음에 오란다고 해서 주눅 들면 미술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오랫동안 미술계 밥 먹으면서 나름 무시 안 당한다고 생각하던 누군가가 평창동에 있는 어떤 유명하고 우아한 미술관 문을 두드렸다. 한참 전에 전화했더니 연락을 준다더니, 메일로 자료를 보내보라더니 아무 소식이 없어 방문하였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미술관에는 담당자가 없다. 커다랗고 품위 있는 전시장에는 관계자가 없다.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렸더니 누군가 사무실에 있다.
“전시관계로.....”
“저희 미술관은 대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내년 3월 경...”
“그때는 일정이 있습니다.”
“그래도 기획서라도...”
“그럼 두고 가세요.”

사무실에서 앉아서라도 말하고 싶었는데 문고리를 붙들고 비키질 않는다.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다. 그냥 올 수 밖에 없었다. 누구의 전시인지 어떤 형태의 전시인지 묻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좋은 뜻에서 미술계의 뜻있는 의미에서 10여 년 전에 작고하신 조각가의 예술관과 작품세계, 전작도록,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계의 한 켠에서 열정과 혼신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하신 분의 작품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들의 눈에 띤 작품만 좋은 것인가 보다. 오랜 시간을 미술계 언저리에서 살아온 어떤 이도 이렇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데, 숫기 없는 예술인들의 천대와 멸시는 어떤 형태로 자리할까...궁금하다.

영업이익을 생각하는 개인 화랑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영업활동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맘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화랑주인 맘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아주 조금이라도 세금의 혜택을 받는 곳에서는 제발 서비스부터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 것도 아니면서 자기 것인 냥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일을 겪은 누군가는 그날 오후 연구하고 있는 조각가의 모교 미술관에 전화를 걸었다.
“저희 미술관은 대관하지 않습니다.”
대답이 똑같다. 환장한다. 누가 대관하자고 그랬는가.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는다. 귀교의 졸업생으로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내년에 회고전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더니 연락을 주겠단다. 전화번호를 공손히 남겼다. 벌써 일주일이다. 연락이 없다.

진심으로 좋은 기획과 전시를 위한 접근인데, 모르긴 몰라도 보고조차 없었을 것 같다. 그는 이참에 소위 말하는 ‘빽’을 동원하고 싶어진다. 이리저리 통하면 안 되는 일 없다는 것 잘 아는 그다. 그래도 이번 주에는 기획서 들고 방문해 본단다. 또 무시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앞세워서...

 <예술가님들 고생 무지하게 많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