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박정수의 뒷방 이야기-서울시장과 미술시장
[미술칼럼] 박정수의 뒷방 이야기-서울시장과 미술시장
  • 박정수 미술평론가
  • 승인 2011.10.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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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미혼 여성이 썩 좋아하지 않는 것이 남자친구 군대이야기라 했다. 의무적으로 들어 준다. 거기에 보태서 군대서 축구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차라리 그 남자랑 헤어지고 싶을 정도란다. 그런데 군대 가지도 않은 친구가 군대서 축구한 이야기를 한다. 가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일반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미술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이야기가 있다. 적당한 명성과 적당한 경력이 있는 화가들의 삶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것도 20여 년 동안 그림 너댓점 팔았음에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야기가 가장 일반적이며, 특정한 벌이가 없음에도 여전히 그림을 그려야하는 ‘작품제작중독자’ 이야기가 너무나 일반스럽다. 특별한 이야기나 특별한 사람이 되기 위한 코스도 없다. 가장 일반적인 미술인이 삶을 살면서도 자칭 천재들만 남아 있다. 스스로 천재가 아니고서는 버틸 여력이 없다. 스스로 도취되지 않으면 숨쉬기조차 힘이 든다. 평평한 종이위에 그림을 그려놓고 입체감 있다고 우긴다. 가족이나 친지에게 끼치는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한해 걸러 한 번씩 개인전도 해야 한다.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면 가끔 팔리는 그림마저 끝이다. 그래서 일반적이다.

 아트페어나 명성(?)있는 화랑에서는 초대해 주지 않는다. 작게는 몇 십에서 몇 백까지 현금을 동원하여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행사기간 중에 아는 사람 불러다 그림을 팔아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잘 팔리는 시간을 기다린다. 언젠간 올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만 있다.   미래가 불투명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여전히 최선을 다해야하고, 온갖 정신노동을 쥐어 비틀어 짜야한다. 너무나 일반적이다. 그래도 매주 수요일이면 술과 밥 주위로 천재들이 모인다. 공동체의식의 발현이다. 하여간 오늘도 이들은 이슬을 모은다. <창의>와 <창작>, <작품>의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작업실에서 거리에서 한방울 한방울씩 혼과 열을 다해 모은다. 그러다가 지치면 이슬을 마신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너무나 일반적이다.

 여기에 일반적인 미술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만 그리면 팝아트 인줄 안다. 정해진 자리도 없이 주변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러그러한 유명 만화스타를 적당히 한 번 더 그린다. 그러다보니 주변에는 만화 따라쟁이가 젤로 많다. 자연 풍경에 만화 캐릭터만 그리면 팝인 줄 안다. 비판도 철학도 없다. 이를 한 장면으로 그려내는 방식은 숙련된 기술자의 것과 다르지 않다. 좋은 면만 보자면 한국의 팝아트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장르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을 보여줄 공간만을 찾는다. 그러다 아니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몰수다. 이제는 정말 일반적인 동네로 넘어갔다. 그것도 K-POP이라는 용어를 소녀시대 티아라에 슈퍼쥬니어에 카라와 포미닛, 2NE1에 빼앗겨 버렸지만 말이다.

 예술가는 이슬을 모은다. 정신과 육체노동이 과도해도 하소연 할 데가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삶을 경험해 보지 않았음에도 체험을 해본 것 같이 쉽고 가볍게 말한다. 요즘 서울시장 보궐선거라고 슬며시 들썩거린다. 서울시장이 아니라 미술시장에 출마하였으면 좋겠다. 이눔의 미술시장은 보궐선거도 없다. 선거라도 있으면 여기에 아주 일반적인 예술인들이 삶을 슬쩍 얹어 두고 싶다. 폼이라도 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