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뒷방이야기] 보통 사람과 미술시장
[박정수의 뒷방이야기] 보통 사람과 미술시장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2.03.1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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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즈음에 韓非(BC280~BC233)라는 사람이 살았단다.

▲필자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이 사람(?)은 얼마나 똑똑한지 지금도 그 사람이 한 이야기를 토씨 가끔 틀리게 이야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이름 뒤에 자(子)가 붙은 것을 보니 정말 유명하긴 한가보다. 중국에서는 자(子)가 붙으면 성현이나 잘나가던 위인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子)는 일제의 영향으로 순자 영자라는 식의 그다지 귀족적이지 못한 이름이라 취급당하고 있다. 일본에서 자(子)는 코라는 한국 발음으로 여성에게 많이 붙여졌다고는 하지만 어원을 살펴보면 계급 높은 남성에게 붙여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것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것과 진의를 지닌 속 뜻은 많이 다른가 보다. 한비(韓非)의 유래 중에 귀매치이(鬼魅最易)라는 글이 있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나 도깨비가 가장 그리기 쉽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늘 쳐다보고 알고 있는 것들은 시대와 나라와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귀신을 상상하기 나름의 것임에 분명하다. 누군가 개를 그리면 삽살개와 진돗개가 다르고, 치와와와 챠우차오는 온전히 다르다. 그런데 모든 것을 개라고 한다.

고향에 계신 어머님은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다. 단지 아들이 글을 쓰고 미술밥을 먹는다고 피카소가 외국 화가라는 것임은 알고 계신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박수근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중섭은 안다. 세상 최고의 화가는 만종을 그린 밀레다. 70년대 달력 최고 스타였기 때문에, 달력을 오려서 벽에 붙여보신 경력이 있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계신다.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화가는 가난하고 살아서는 빛을 보지 못한다고 밀레를 통해 반대를 하신 분이다. 그러고 보면 보통사람과 미술시장은 전혀 별개의 세상이다.

같은 직업을 가진 어떤 지인이 약간의 술을 빌어 이런 말을 한적 있다. ‘머리 좋은 화가는 보이지 않는 귀신을 그리고 정신을 그리고, 삶의 목적을 그린다. 우직하고 멍청한 화가는 개나 소를 그리면서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여전히 몰라야 하고 모르고 싶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전문가는 어디에 있는가.

보통사람들에게는 상관없는 미술시장을 뉴스에서는 연일 떠든다. 누구의 작품이 45억이고, 삼성의 거시기는 100억의 작품을 사고, 이름을 들어도 금세 잊어먹을 젝슨폴락이라는 사람의 작품은 천억이 넘어간단다. 보통사람은 관심 없는 미술 시장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가. 정말 관심 없다. 관심 없는데 우리는 관심이 없으면 무식하다 말을 한다.

미술대학을 가기위해 고3시절 밤낮없이 데생에 몸바쳐본 이들이라면 다 안다. 일반 고등학생이 야자를 하고 도서관에서 만화책 볼 때 미술대학 지망생들은 희멀건 인물석고상을 두고서 소주를 마셨다.

어느 날 미술학원 원장님께 칭찬받은 아그리파 연필그림(석고데생)을 어머님께 자랑스럽게 보여드렸더니 전혀 무관심 하신다. 그때는 몰랐다. 평면에 입체를 느끼는 것 자체가 조형중독임을 몰랐다.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다.

지금도 주변의 많은 이들은 미술시장에 관심이 없다. 한비(韓非)의 귀신이거나 도깨비 이거나, 전문가라 칭하는 개나 소를 그리는 이들은 너무나 멀리 있는 그분(?)일 뿐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배고픔을 그려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술작품은 태생이 귀족(정신)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의 귀족(정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경제에 따른 미술시장과 삶의 가치를 더해주는 미술시장은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