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칼럼] 박정수의 뒷방이야기 - 아트페어에 부쳐
[미술칼럼] 박정수의 뒷방이야기 - 아트페어에 부쳐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2.05.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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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정수화랑 대표

매 년 수개의 아트페어가 열린다. 키아프, 소아프, 대구아트페어, 광주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마니프, 구상미술대전 등등 규모는 달라도 상황은 거기서 거기다.

초대를 하건 참가비를 받건 상관없이 작품판매에 대한 부담은 화랑이나 작가나 비슷하다. 아트페어라는 시장에서 화가나 갤러리스트나 딜러나 매니저나 모두들 부자를 꿈꾼다. 자본주의 문화에는 돈이 스며있다. 돈 벌기 위해 예술을 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으니 예술과 돈의 관계는 아주 애매모호하다. 돈 벌기위해 작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다음 작품을 위해 작품을 매매한다는 아주 매력적인 논리도 함께한다.

화랑이나 작가가 작품의 유통관계를 이해하면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 화랑에 소속된 갤러리스트의 가족까지 스스로 마케팅에 참여하는 결과를 가지게 된다. 어느정도 이해가 성숙되면 작가 주변의 모든 이들이 여기에 동참한다. 작품의 유통은 돈과 직결되어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작품 거래가 우리사회에 가져다주는 힘은 아주 막강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 컨텐츠로서 더욱 활성화되어 간다. 여기에 작품 유통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아트페어가 있다.

아트페어는 상품으로서 작품을 팔고자 하는 마케팅 기법인 동시에 노골적 판매 현장이다. 이러한 아트페어에 자신의 이미지 마케팅이나 홍보를 위한 참여라면 화랑은 절대로 반기지 않는다. 비록 어느 정도의 비용을 제공하였다 할지라도 현실적 시장이기 때문에 경험치가 높은 화랑의 의견을 수렴하는 편이 수월하다.

아트페어는 광고비를 받고 작품을 위탁 판매하는 일회성 시장이 아니며, 기간 동안 화랑은 작가의 작품을 촉진하는 판촉직원으로 변신한다. 때로는 행사가 끝이 났는데도 한 점도 판매되지 않은 작가도 있다. 이런 경우 화랑에서는 작품 선택에 대한 뉘우침이 형성된다. 작품이 판매되지 않은 것은 화랑 탓도 있고 작품 탓도 있다.

아트페어에 처음 출품하면 작품 판매가 몹시 힘겹다. 미술 애호인들은 2-3년을 지켜보면서 작품 활동의 지속성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작가로서 인지도가 낮을 때는 자신의 경비가 들어간다. 대다수 아트페어가 그러하지만 자신의 작품 브랜드와 화가로서의 명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광고비 지출은 당연한 일이다.

예를들어 아트페어 부스비가 1천만원이라 가정해 보자. 작품 활동만(?) 열심히 해서 작품은 좋은데 판매가 잘 일어나지 않는 작가 5명에게 300만원을 갹출한 후 인쇄비 및 기타경비로 지출하면서 처음 시작은 ±0에서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소위 말하는 화랑과 작가에 대한 WIN-WIN전략이다. 화랑은 손해 볼 것 없지 않느냐 싶지만 화랑의 브랜드 가치를 위한 홍보비와 활동비 기타경비를 취하기 위해서는 아트페어에서 판매가 일어나야한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누구도 불만이 없다.

간혹 초대 받은 작가가 행사기간 중 자신의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관심 없이 화랑에게 맡기고 나타나지 않다가 종료 후 자신의 작품을 그대로 철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화랑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WIN-WIN이 아니라 ZERO-SUM으로 변경된다. 초대받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기간동안 무한 홍보에 성공한다. 인쇄물이나 기타방법을 통해 인지도도 높아진다. 자신은 경비를 지출하지 않고 초대 받았다고 하는 자긍심도 생긴다. 반면에 그만큼 화랑은 손해를 본다. 초대한 화랑이나 경비를 받은 화랑이나 외형은 같다. 오히려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최소한 아트페어라는 행사는 화랑과 화가의 공동 전략이 필요하다. 작가 자신이 책임지는 <부스전>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돈을 내건, 초대를 받건 상관없이 자신의 작품을 책임지는 마케팅 기법을 수용하는 편이 좋다. 잘 팔리는 인기작가가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