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뒷방이야기] 요즘 팝, 너무 싼 티 난다.
[박정수의 뒷방이야기] 요즘 팝, 너무 싼 티 난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2.07.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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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

‘티 나니? 티 나는 구나...’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뚱뚱했던 여성이 수술과 운동으로 날씬하고 예뻐진 후 ‘나 당신 알어!’라는 상대 배우의 말에 주인공으로 분한 김아중이 하는 대사다. ‘티’라고 하는 것은 어떤 태도나 모양에서 다른 표가 날 때 쓰이는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너무 티가 난다. 생각이나 관념 없이 무조건적 부정이나 흉폭하거나 섬찍한 장면들을 그려낸다. 사물의 이면을 표현하기 보다는 직설적이고 감정적이다. 2010년 식 전설의 고향과 비슷하다. 이를 두고 팝이라고 우긴다. K-POP은 더 이상 미술용어가 아니라고 했음에도 말이다. K-POP은 소녀시대나 티아라, 슈퍼주니어, 샤이니의 쇼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팝이란 용어를 조심히 써야한 때다. 너무 티내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싼티까지 더해지면 곤란하다.

싼 티 나는 팝은 키치다. 싼 티를 그려놓고 팝이라 우긴다. 키치가 키치이기를 원하는 것은 고상함이나 우아함 등의 고급취향 보다는 삶의 기본조건인 솔직한 감정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팝과 키치의 애매한 교배가 시작된다. 부정과 긍정, 슬픔과 기쁨, 고통과 환희 등과 같이 팝은 부정적 개념이 강한반면 키치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그러면서 이미지 자체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함께 하고자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키치미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상과 표현양식이 달라지고 또 다른 의미로 규정된다. 작품으로 표현되어진 것이 '가짜'혹은 '허구'를 의미할 때는 사회윤리와 관련성을 갖게 되고 '나쁜 취미' '저속성'을 말할 때는 미학 범주로 적당히 발들 들인다.

키치미술품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수장 된다고 고급예술품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젊은 작가들의 작품 성향을 보면 작품성향에 대한 개념 자체가 혼용되고 있음이 종종 발견된다. 그것이 개념의 파괴라든가 생경함을 조장하는 의도적 접근일 경우에는 별 사족을 달진 않는다. 다만, 자기 성찰 없이 어떤 충격주기나 반항적 입장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키치는 팝아트의 일상적인 가벼움과 생경함의 미학과 더불어 더욱 세밀한 주의가 요망된다. 키치와 팝이 혼용될 수 있는 이유는 ‘대중’이라는 공동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키치는 대중의 사용처가 중심이고, 팝은 대중의 인식 이미지가 중심이다. 한쪽은 이미지를 사용한 고급 개념의 접근인... 반면, 한쪽은 고급의 개념을 대중의 소비심리와 함께 취득의 경향을 가진다. 미술에 등장하는 키치는 소비자의 유형에 따르지도 않으면서 대량 생산과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유행이나 습관, 즉각적인 소비와 재빠른 노화의 속성 또한 드러나지 않으면서 변화무쌍한 변신을 꿰한다.

본질적으로 키치미술은 포장과 과장의 결과에서 비롯된다. 가장 근본적인 속성인 시선 끌기 특성은 현대사회의 문화소비 욕구에 따르는 보통사람의 소유욕구 속성과 결합된다. 문화생산의 특성으로서 키치현상은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미지의 속성을 따라할 뿐이지 공격하거나 부정하지는 않는다. ‘미적인 것’과 ‘미적인 것과 비슷함’ 사이에서 존재하는 광범위한 특성을 띠는 것이다. ‘이것이 키치미술 이다.’라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품에 그려진 형식과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림을 감상할 때 어떠한 욕구와 충동, 감정을 일으키느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키치는 가짜를 가짜스럽게 가짜임을 보여주는 반면, 팝은 진짜인 척 위장한다. 키치미술품을 회화작품으로 재현하지 않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