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뒷방이야기] 대통령 후보들은 예맹(藝盲)퇴치 운동에 동참하라
[박정수의 뒷방이야기] 대통령 후보들은 예맹(藝盲)퇴치 운동에 동참하라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2.11.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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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몇 사람을 빼고 후보자가 누군지도 대충 안다. 그런데, 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를 도통 알 길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군가는 분명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다. 투표를 하라고 종용한다. 투표하지 않으면 ‘최악’이 선출 될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최악은 누군가의 최선임을 모른 채 말이다. 이런 마당에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대통령 기대하기는 애초에 글렀다. 요구한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군가 예맹(藝盲)퇴치 운동에 동참하였으면 좋겠다. 예맹(藝盲)은 문맹(文盲)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을 누구도 인식하지 않는다. 후보들은 누구나 다 국민들의 편익과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삶의 질이란 정신적 만족감이 우선된다는 것을 모르나보다.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것은 상상의 자유와 정신적 만족감이 병행되어야 한다. 삶의 기본권 보장에 복지라는 것이 있다. 복지의 첫 번째는 국가에서 병을 구제하는 일이다. 가족 중에 누군가 몹시 아프면 가족은 해체되고 만다. 

마찬가지로 예술은 사회의 치유를 위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식민시대와 해방 후 이념시대, 군사시대까지 사상과 상상의 자유가 몹시 메말랐다. 경제성장이라는 명목 하에 집단노동력을 배양했다. 창의라는 것보다 기술과 손재주에 힘을 썼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는 예맹(藝盲)인구가 너무 많다. 정치인이거나 군인이거나 돈 많다는 의사이거나 할 것 없이 무진장 무식한 인구들이 득실거린다. 늦었지만 예맹(藝盲)퇴치 운동을 벌이자. 퇴치운동에 더 많은 재정지출이 있어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기술이나 재주를 가르치는 교육방법에서 창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초.중.고등 학교에 미술시간을 의무적으로 배치하여야 한다. 그림그리기는 미술시간의 아주 미세한 한 부분일 뿐이다. 수행평가로 공연이나 전시보고 오기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음악, 미술, 무용 등을 하나로 묶어서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여야 한다. 대학입시에 예술관련 무엇인가를 반드시 수행하게 하자. 미술관련 일을 해서가 아니라 창의실현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창의가 뛰어난 민족이 21세기를 지배한다. 무식한 정치인들은 그것을 모른다. 우리나라 미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술에 대한 접근방법과 교육에 대해 개선이 일어나야 한다. 미술이 특별한 이들의 것이거나 취미활동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야 한다. 교육의 기회가 공평히 분배되어 미술작품의 접근성이 용이하여야 한다. 사회가 아무리 복지정책에 집중 투자한다 할지라도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질적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미술문화에 대한 정신적 빈곤의 문제는 향후 도래할 국가주의 해체이후의 역사를 포기하는 일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예맹(藝盲) 퇴치운동은 모든 국가의 주요 관심사다. 우리나라만 아닌 것 같다. 
예술은 무한의 상상력과 무한의 공간을 제공한다. 21세기가 문화전쟁의 시대라고 일컫는 것은 새로운 사회구조의 전환과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