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뒷방이야기] 예술가는 노동자인가?
[박정수의 뒷방이야기] 예술가는 노동자인가?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03.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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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작품과 무엇인가를 교환한다. 시대별로 지역별로 교환되는 무엇이 달리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은 여전히 교환관계다. 교환에 의해 존재가치와 사회적 위치를 확인한다. 인기를 먹고사는 대중스타는 대중의 인지도가 자신의 가치다. 인지도는 곧 자신이며 돈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돈과 사람들의 인지도를 다 가진 경우가 많다. 사람이 어떤 가치와 교환되는 것은 분명하다. 교환가치(交換價値, exchange value)는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속성으로서 사용가치와, 서로 다른 사용가치(일종의 상품이라 할 수 있다)와의 비율로 결정되는 교환가치가 있다.

예술은 인간노동의 산물로 이해되기 보다는 사회적 사용가치로서 절대성을 유지하는 품목이었다. 예술은 인간노동과 분리된 정신의 표현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사회의 속성과 자본 논리에 의해 현재에 이르러서는 사용가지 보다는 교환가치로서 취급되고 있을 뿐이다.  사회구조의 진화와 발전을 위한 사용가치로서 예술작품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상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품으로 취급되는 초기의 영역에는 자본의 속성과 권력의 통속화를 위한 영웅담이나 기록화, 선전선동을 위한 인물하 등이 그 예가 된다. 따라서 예술가 스스로 예술노동자라 생각한다면 그의 작품은 이미 상품이다.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다면 여기에는 교환가치가 우선되므로 사용가치 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실정이니 예술가는 사회나 여타 자신을 제외한 시장논리에서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급자족의 경계가 무너지고 화폐와 교환되어야 가치가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폐의 가치와 상관없다고 생각되는 국공립 미술관 박물관에서의 전람회 역시 자본 시장에서 검증받은 예술가들을 수용하게 된다. 비싸다고 다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중스타나 예술작품이나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기 이해서는 결국 인지도를 가장먼저 사용하게 된다.   
  
미술가들은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하다. 화랑에 당하고, 그림 뺏기고, 그림 팔고 돈도 못 받고, 초대전 하면 자기 손님에게 자기가 팔았는데도 50%를 제공해야.......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미술관에서의 초대전시에 자기비용 들여야 하는 기타 등등의 피해의식이 무척 강하다. 그러는 한편으로 자신의 미술작품과 교환되는 가치가 너무 작가도 생각한다.

아주 노골적으로 화가의 경우 10호 작품의 원가는 얼마일까. 여기에 노동력(인건비), 연구비, 기타비용(밥,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순수비용은 얼마나 소요될까.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는 화랑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해 보자. 전시공간을 임대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무료전시거나 초대전이거나 땜빵 전시거나 상관없이 그 공간에는 현금이 소요된다. 여기에도 인건비 인테리어비용, 기타사용료를 제한 채 말이다. 임차인인 경우에는 월세 만만치 않다. 자신의 예술성과 교환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팔릴 가능성과 교환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어떤 미술가가 어떤 공간에 전시를 진행하는 것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전시경력이나 홍보, 여타의 마케팅을 얻는다. 화랑은 어떠한가. 장기적 안목에서 손해 보는 투자가 된다. 작가의 운송료, 채류비용을 비용으로 계산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수단과 교환된 이후이다. 미술가들의 교환가치에 전시공간의 비용도 합산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관심과 지속적인 유대감이 형성된다. 어느 미술가라도 자신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전시공간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느 화랑이라도 손해보고 싶지는 않지만 미술가들의 배려를 기다릴 뿐이다. 미술가들이 상품으로서 예술작품이기 때문에 ‘을’의 입장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사회적 ‘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