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뒷방이야기] 새로운 것에 미친 사람들
[박정수의 뒷방이야기] 새로운 것에 미친 사람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04.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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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거의 중증이다. 새로운 것에 환장하고 산다. 배움에 대한 자긍심과 사회적 위치와 계급에 대한 책임감으로 새로운 것에 충성을 맹세한다. 어제와 비슷한 혹은 어떤 것에 재미를 느꼈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외면한다. 작품을 생산하는 미술가들과 생산된 미술작품을 보고 판단하거나 흥미롭게 바라보는 이들 모두가 그러하다. 익숙하면 그냥 그렇게 둔다. 낯설거나 생경스러우면 ‘오우~~이거 흥미로운데!’라고 하면서 관심을 둔다. 전위(前衛)예술이라면 그나마 봐줄만 하다.

군대 다녀온 이들은 다 안다. 군인들은 이동을 할 때(특히, 보병) 본대 보다 50여미터 앞에 두 명의 병사를 앞세운다. 이를 첨병이라 한다. 영어로는 advance guard라 한다. 미술용어로 쓰이는 전위예술(前衛藝術)을 아방가르드(avant-garde)라 한다. 행군의 제일 앞에 보내는 것은 적군을 미리 살피는 목적도 있지만 그들이 먼저 죽으면 본대가 산다. 미술용어로서 전위예술은 앞에서 본대를 호위하는 예술이다. 실험예술이라고도 한다. 이들의 작품은 낯설고 생경스럽고 불편함이 당연하다. 어떤 사안에 대한 새로움을 사회에게 진단 받는 일이다. 지금에 쓰일 수 없는 없음이 당연하다. 그런데 전위예술(실험예술)도 아니면서 낯선것을 무척 애호하는 이들이 많다. 미술가나 미술 관련자들(평론가, 갤러리스트, 학예사 등)은 자신의 ‘잘난 척’ 지식에 흠뻑 젖어 있다.

보통사람들은 미술가(화가, 조각가 등)와 함께 전시장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는 척하기 좋고, 미술가와 친하다는 표시를 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전시장에서 작품 설명 좀 부탁하면 틀림없이 이런 말이 나온다. ‘그냥 보고 느끼면 돼~!’. 여기에다 자신이 맘에 들어 하는 어떤 작품에 환호를 하면 그것은 고루하고 작품 같지 않다는 면박이 일쑤다. 완전 삐짐의 극한을 달린다. 요상하게 생기거나 전혀 알 수 없는 기묘한 작품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쳐다본다. 무식하다 면박 하는 것보다 심한 타박이다.

이들은 자신의 거만한 지식에 푹 빠져있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다보니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이다. 이들 또한 예쁘게 그려진 장미꽃을 좋아하고, 사물과 흡사하게 잘 그려진 경의적 묘사력에 감동을 한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한 관심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에 대한 관심 고백은 무식하다는 타박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집단은 서로의 속내를 표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한 작품에 대해서는 서로가 모른 척 하여야 하는 불문율이 있다. 예술작품에 대하 즐기고 평가한다는 의미의 감상(鑑賞)을 잊어버린 것 같다. 전문가들이 보통사람들이나 하는 감상(感想)을 한다. 즐기고 평가해야하는 이들이 보통사람들에게 말하는 ‘마음에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을 하고 있다.

미술 전문가들은 감상(鑑賞)을 잘 하지 않는다. 다만,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낯선 것들에 대해서만 특정의 관심을 표한다. 새롭다는 것은 낯설거나 불편하거나 어색하거나 한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없었던 사물이나 생각을 말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사물이나 형식에 대하여 전혀 다른 해석과 다른 의미를 제공하는 것 또한 새로운 것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의미 부여도 새로운 것임을 이해하여야 한다.

‘전문가 책임감’이나 ‘지식 자존심’에 의해 자신의 관점을 버리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맘에 드는 것을 좋다고 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줄 아는 전문가들이 더욱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너도나도 선수고 너도나도 전문가이기 때문에 정말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 혹, 영화나 공연 또한 그런 것 아닌지... (판타지와 무협영화에 환장하는 미술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