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다양한 미술시장을 경험하여야 한다.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다양한 미술시장을 경험하여야 한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11.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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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을 한다. 그래야 새 맛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미술가에 있어서 새 술은 항상 고난의 길이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는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면서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약하고자 한다. 미술가에게는 새 부대가 먼저다. 새 부대가 생겨야 새 술을 담을 수 있다. 이것은 작가의 개념이나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미술시장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화랑이 힘겹다. 지속적으로 늘어만 가는 아트페어에 화랑에 내방하는 고객은 현저히 줄었다. 그렇다고 아트페어에 참가하면 영업이익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다. 아트페어 주최 측은 부스비 챙기기 바쁘다. 참여하는 화랑들은 화랑 나름대로 힘겹다.

참여 작가들에게 경비를 받아 충당한다고 말들도 많다. 작가가 경비 충당하는데 뭐가 손해냐고 말한다. 1년에 두 세 차례, 많아야 대 여섯 번 아트페어에 참여한다. 다 합해봐야 30여일이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11개월은 화랑의 명맥을 유지하여야 한다. 힘겨워도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화랑이 작가에게 경비를 부담시키지는 않는다. 판매가 용이한 작품의 작가는 비용자체가 없다.

미술계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술가가 힘겹다. 젊고 발 빠른 이들은 인터넷으로 미술품을 판다고는 하지만 정보에 취약한 40대 중반 이상의 미술가들에게는 남의 밥상이다. 20대 30대 초반의 젊은 미술인들과 함께하기에는 좀 거시기한 구석도 있다.

요즘에는 초대전도 거의 없다. 비용이 들지 않는 전시는 눈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다. 미술가들 중에서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작품 활동에 뛰어든 이는 거의 없다지만 하루를 버티기 어렵다. 팔기위해 작품을 제작하지는 않지만 팔리지 않으면 생계까지 위협받게 된다. 아트페어가 대세라는 말에 참여해 보고자 하지만 인기작가가 아닌 이상 자기비용이 필요하다. 막상 참여했다 할지라도 판매가 영 찜찜하다. 화랑에서 팔아주면 좋은데...

요즘같이 아트페어가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에는 전시장을 빌려 개인전을 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수집(?)하여 자신의 세를 과시하면서 작품 판매를 유도했다. 어느 정도의 사회성과 자신의 위력을 표하면서 훌륭한 작품보다는 영향력 있는 예술가임을 표현하여야 했다. 제자가 되었건 자신을 알고 있는 독지가가 되었건 작품 매입에 대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작품가치보다는 미술가의 가치가 작품 가격을 가늠하던 시대였다. 이제는 달라졌다. 미술가의 가치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작품의 가치를 판매하여야 한다. 미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장사(?) 잘 되는 미술전시장에 가면 미술가는 나타나지도 않는다. 어쩌다 중요한 고객이 방문할 경우에만 사전 약속된 상태로 나타난다. 미술품이 미술가의 영향력보다 크다는 반증이다.

화랑이건 미술가이건 무조건 많은 전시에 참여한다고 좋은 일만은 아니다. 참여보다 미술품에 대한 영역을 확보하고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미술가의 경력보다 미술품이 경력을 확보해나가는 전시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미술가의 경력이 중요하였지만 이제는 작품 경력이 더 중요한 시대다.

그렇다보니 미술가가 참여하지 않고 작품만 보내라는 해외전시도 많다. 본인이 대가가 아니라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좋다. 미술작품이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시기까지는 미술가가 직접 전시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교육받는 아이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해외 연수를 보내듯 미술작품도 다양한 곳에서 많은 경험을 확보해 볼 필요가 있다. 돈이 들더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