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미술스타가 필요하다.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미술스타가 필요하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4.03.2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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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특정한 사회구성원과 집단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생활양식이나 스타일, 행동양식 등을 유행이라 말한다. 유행은 일시적인 현상이면서 사회규범을 규정하는 양식의 한 형태이다. 유행은 누군가 만들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퍼지거나 확산되는 과정이다.

유행가(流行歌)라는 말도 여기에서 파생된 단어다. 어떤 유행가가 히트하기 위해서는 시기적 스타일에 맞는 스타가 필요하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유행한 것은 버클리음대를 졸업한 재원이 3류 문화를 노래하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볍고 조야하고 겉치장 화려한 프라스틱 장난감 같은 자본주의 겉치레를 노래하였다. 반복적이면서 뭔가 낯설고 쑥스러운 현대사회의 일면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이러한 유행은 비단 유행가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미술계에도 싸이스러운(?) 미술작품이 유행하였다. 가볍고 조야스러운 미술작품을 선도한 스타도 있었다. 2009년부터 3년 정도의 기간 동안 만화주인공과 국적없는 캐릭터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유행가에는 가수의 행태와 춤이 노래의 부분으로 차지하지만 미술에 있어서는 미술가 자체가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것이 유행가와 미술작품의 차이점이다. 대중문화에 있어서 유행가의 역할은 지대하다. 패션과 행동양식을 주도 하기도 한다. 소녀시대(9명)나 EXO(12명), 13명의 슈퍼주니어와 같은 가수 그룹은 젊은 세대의 주요 멤버로 자리하고 있다. 집단으로 데뷔하는 것은 회사입장에서는 매우 위험스러운 도전임에 분명하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많은 수의 그룹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누군가 뜨면 다함께 뜬다는 이점도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술시장은 문학과 함께 사회가 움직이는 사상과 이념의 한 축이다. 어떠한 미술품이 미술시장에 판매되는가를 보면 움직이는 사회성이나 이념을 예측할 수 있다. 미술작품이 사회의 정신이라면 미술시장에 유통되는 미술품들은 형식이나 표현 방식에 따른 개념이라기보다는 자본의 체계 속에서 돈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제학적 접근영역이다. 따라서 소통되는 미술품에 대한 접근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유통되는 정신적 상품으로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술시장에도 유행이 있다. 유행에 대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해서일 뿐이다. 지난주 화랑미술제가 끝이 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전통 있다는 아트페어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기도 하는 대형 미술시장이다. 화랑미술제만으로 2014년의 미술시장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변화의 조짐을 읽어 들이기에는 충분하였다.

이번 아트페어에는 특정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미술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보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풍경화, 정물화, 추상화, 인물화, 조각, 동양화에 속하지 않는 또 다른 양식과 형식이 많이 발견 되었다. 새로운 미술품(?)을 구가하는 미술가들의 결과물이다.

다만 정신성과 사유성보다는 없던 형식,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 이미지가 많았다. 붙이거나 긁거나 하는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보통으로는 발견하지 못하는 이미지 혹은 사물을 비틀고 역행하는 낯선 이미지들이다. 어쩌면 규정된 장르나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미술가들의 강박증에서 개발된 양식일런지도 모른다. 그림 혹은 유화, 수채화, 수묵, 등과 같은 포괄적 재료기법이 이를 대별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낯설다는 것은 새롭다거나 참신하다는 것에 가까운 말에는 분명하다. 미술시장의 변화조짐은 가득한데 어떤 형태로 진화할지는 모호하다. 분명 자본과 결부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말이다. 형식이 우선되는 사유부재의 시대에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되어야 한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아니라 싸이라고 하는 걸출한 스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