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예술가의 꿈과 자존심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예술가의 꿈과 자존심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5.12.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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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대다수의 가난한 예술가들은 하루세끼의 밥과 등을 눕힐 수 있는 공간, 작품 활동에 필요한 도구만 있으면 그것으로 평생 살아도 좋다는 희망을 꿈꾼다.

그런데 현실을 각박하기 그지없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다. 작품 활동만 꾸준히 하면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접은지도 오래다. 남은 것이라곤 예술가의 자존심 하나밖에 없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귀를 잘랐다는 고흐가 서양에 있다면, 자신이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한쪽 눈을 멀게한 조선의 최북이라는 화가가 동양에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예술가(화가)의 자존심이라는 것은 무엇을 그리건 정신적 방해를 받지 않고, 어떻게 그리건 형식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세상이 변했다.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리거나 하고 싶은 방식만으로는 예술가의 세상살이가 녹녹치 않다. 열심히 하다보면 누군가 찾아주던 조직사회가 아니라 돈이면 무엇이나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미술관이 아닌 이상 명망 있는 화랑이나 좋은 기획이라는 것 또한 잘 팔리면 장땡이고 돈 되면 최고다. 예술이냐 아니냐에 대한 잣대마저 사회에서 형성된 자연발생적 조직(커뮤니티)에 의해 결정 난다. 작품을 보고 여러 명이 예술이라고 하면 누군가 예술이 아니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다.

자신의 작품이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 과정 또한 누군가에 기대거나 사회조직에서 인정받는 시대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마케팅 하여야 한다. 이러한 시대다 보니 여기에 합당한 아트페어가 우후죽순이다. 명성을 얻기 까지 다양한 통로를 통해 예술가 활동을 해야 하는데 현시점 에서는 가장 발 빠른 길로 이해되고 있음이다.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하고 있는 정수화랑이 있다. 골목 안쪽이면서 그리 넓지 않은 지하공간 이지만 젊은 미술인들의 전시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서 전시를 시작하는 이는 누군가에서서 몇 가지 부탁 겸 청유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가님 누군가 전시장 규모나 외진위치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 최고의 공간이라 자랑해 주세요. 누군가 나쁜 환경을 이야기 한다면 작가님에 대한 질투이거나 품위를 깎기 위한 말입니다. ‘왜 이렇게 좁은 곳에서 해’라는 말을 한다면 겉으로는 작가님의 입장을 이해하고 더 나은 상태를 위한 위로의 말 같지만 사실은 비하하는 말 일 수 있답니다.

이미 결정하여 전시가 시작되었다면 칭찬과 환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작품이 전시장이나 걸린 순간 누구의 조언이나 충고를 묻지 마세요. 누군가 말하려 한다면 나중에 하시라고 해 주세요. 연구발표가 아닌 이상 판매와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충고나 조언은 흠집입니다. 일부러 흠집을 만들 필요 없습니다."

예술가 스스로가 좇는 꿈을 향한 자존심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흠집을 받거나 예술정신에 침해를 받으면 몹시 맘이 상한다. 누군가 예술가와 싸움을 하고 싶다면 “이것도 작품이냐!”라고 한다거나 “예술의 혼이 없어!”라고 하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누구의 지시나 권유나 청유나 부탁을 받은 후 어떤 일을 진행하였다 할지라도 모든 것은 자신이 결정한 일이다. 전시장소. 기획전. 아트페어 참가 등을 결정하여 참여하였는데 결과가 만족치 못하다면 남을 탓하기 쉽다.

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위하여 최고의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반성하고 나은 미래를 준비하여야 한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대한 힐책이나 비난은 스스로에 대한 책임 전가이다. 잘되면 자신의 작품이 우수한 것이고 잘못되면 환경과 사람 탓으로 돌리고 마는 것은 여우가 올려다본 포도는 쉰 포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