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예술가와 예술작품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예술가와 예술작품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04.2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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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예술은 아무나 하나. 예술은 아무나 한다. 캔버스에 물감만 칠하면 다 예술작품인 줄 안다. 대중 그려도 되고 어슥하고 어색한 무늬 그린다음 각양 각종의 형형색색 칠을 한 다음 자신의 자전적 고백이라고 하면 다 예술이 된다.

뿐만 아니다. 개인교습이나 문화센터에서 적당한 기술을 연마한 연후에는 누구나 화가가 된다.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발표하면 그 순간 예술가가 된다.

“조영남이나 솔비 같은 사람들은 화가인가요, 가수 인가요?”

대중스타의 예술가활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들의 작품이 진정성 있는 예술작품인가에 대한 것에서부터 예술가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 등은 늘 있다. 누가 예술가가 되건 화가가 되건, 전시를 하건 공연을 하건 돈만 되지 않는다면 하등의 문제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역시 돈이 문제다. 예술가 스럽지도 않은 누군가가 예술작품으로 포장된 무엇인가를 돈과 교환되는 순간 질시와 질타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예술가는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예술작품은 아무나 팔아서는 안 된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은 너무 쉽다. 아무나 할 수 있다. 새로운 생각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따라한다. 새로운 생각이란 없던 것이고, 없던 것이 곧 창작의 영역이다. 없던 생각, 새로운 의미는 현재를 부정하거나 거부하여야 쉽게 생겨난다. 그래서 권력자들이나 슈퍼 갑질 하는 이들은 지금에 만족하라는 교육에 최선을 다한다. 그냥 살아가라고 가르친다. 아무생각 없이 예술을 해야 한다고 배움에 임한다.

이러한 “아무 생각 없음의 예술”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 통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 통치라는 것이 무력보다는 문화적으로 지배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생각을 말살한다는 것과 직결된다. 해방 후 군사독재 시절에도 그랬다.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화가들의 그림은 한복입고 독서를 하거나 드레스 입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치는 그림을 그렸다.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경치 좋은 곳을 캔버스에 옮겨내는 일이 중요한 예술행위라 믿었다.

예술가라 한다면 예술작품 혹은 예술 활동으로 생활하는 이들을 말한다. 예술작품을 판매하거나 예술활동(공연 등)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대중스타의 작품 활동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예술가만 예술작품을 생산하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예술성에 대한 의문이나 품격은 논하지 않아도 된다. 예술로서 미술작품은 온전한 미술가의 것이 대접 받아야 한다. 이들의 판매방식이나 유명세에 대해서는 잠시의 부러움으로 접어두자.

가수 솔비나 배우 겸 영화감독 구혜선, 방송인 강석우, 국민배우 안성기, 강석우, 김혜수 등의 미술활동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미술을 전공한 연예인들로는 감우성, 이현우, 권상우 등이 있지만 이들은 미술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전시를 하거나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이나 그들의 작품을 비싼 가격에 팔아도 상관없다. 이들의 창작물이 예술작품일 수 있다.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항상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화가의 작품이 아닐 뿐이다. 가수가 그린 작품이거나 탤런트가 그린 작품이다.

‘창의’ 정신과 ‘창작’이라는 것은 지금과 다른 무엇이다. 7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정미조는 미대를 졸업하고 가수의 길을 걷다가 다시 자신의 작업세계에 안착 하였다. 강리나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면서 주목받는 예술가의 한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외국에는 법대출신의 세잔이나 목사의 길을 가고자 했던 고흐, 세관원으로 일하다 49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앙리루소라는 화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