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서민 예술가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서민 예술가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08.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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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서민(庶民)이란 한자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여러 사람을 말한다. 사전적으로는 벼슬이나 위치에 대한 특권을 가지지 못한 일반사람, 경제적으로 중류이하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말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특권을 가진 사람은 매우 일부이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 또한 숫자가 적다는 말과 같다. 따라서 서민예술가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어떠한 특권도 가지지 못한 많은 숫자의 예술가를 지칭한다.

나라에서는 꾸준한 예술 활동을 지속하다가 자존심만 남은 수많은 예술인들의 자존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이들에게 300만원이 얼마나 큰지에 관심조차 없다. 이들은 젊은 예술인들과의 경쟁에 쪽팔림이 얼마나 큰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현재의 예술복지법에 의한 창작지원제도는 젊은 예술인들의 것일 뿐이다. 이들은 서민이 아니라 이제 갓 가정에도 독립하고자 하는 사회초년생일 뿐이다. 소위 말하는 서민은 가족과 가정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서민 예술가의 꿈은 소박하다. 그저 최선을 다한 자신의 작품이 팔려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고, 그리 크지 않아도 이젤하나와 잠시 몸을 쉴 수 있는 라*라* 침대 하나의 공간이면 만족해 할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빈곤한 삶이라도 작업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라에서는 창작지원제도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서민을 위한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이 또한 그림의 떡이다.

여기서 말하는 서민예술가는 예술 활동을 막 시작한 이들이 아니다. 작품활동을 꾸준히 10여년 이상 지속한 이들 중에서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사회활동 또한 그리 크지 않은 이들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가는 예술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개인전 한두번 하고난 후 예술 활동을 지속할 것인가 다른 길을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큰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가뭄의 단비가 되는 300만원이 시급하다. 어느 누구에게는 눈먼 돈 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연장의 꿈이 된다.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예술활동증명을 완비하란다. 인터넷 자체도 생소한데 5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한 자존심으로 어찌 예술인 활동 증명을 다시 받으란 말인가.

오랜 세월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왔는데 언제 예술활동을 그만둘지 모르는 젊은이들만 여기에 혜택을 받는다. 이뿐만 아니다. ‘고용보험 미가입자’라니,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공공근로만 해도 4대 보험에 가입되는데 예술가는 이마저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여기에다 가구원 최저생계비 185%, 건강보험료 최저생계비 200%이하라는데 이것은 또 무슨 말인지 도대체가 궁금하다.

예술인을 위한 복지 정책은 실수요자를 우선하여야 한다. “예술활동 증빙”이라는 것 또한 죽을 때 까지 예술 활동 하겠다는 의지가 확보된 이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예술관련 졸업자 중 90%가 10년이나 15년 후에는 이미 다른 일을 하게 된다. 힘겨워서 다른 일을 찾기도 하지만 입학할 때부터 예술가이고 싶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다. 창작지원금은 예술활동 할까 말까 하는 이들의 시험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기존의 예술가들의 몫이어야 한다. 사회에는 페이퍼 컴퍼니가 있듯이 예술계에도 페이퍼아티스트들이 있다. 경제활동은 어떠허게 하는지 모르지만 공모전이나 지원금 등에 대한 정보가 몹시 해박하다. 이들은 포토폴리오와 기획서 작성 달인이다. 종이 기획서로 지원책이 결정되는 일은 그만 되어야 한다. 

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사실이지만 강남에 10억짜리 전세를 사는 이와 강북에 대출 70% 끼고 3억 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 중에 사회복지 혜택을 누가 더 많이 누리는 지는 이미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 작품 활동 30년 50년 하면서 억지로 작업실 장만하고 아이들 키워온 중장년층 서민 예술가에 대한 관심 또한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