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예술에도 유행?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예술에도 유행?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09.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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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유행(流行)이란 행동이나 사상, 의상과 같은 양식이 일시적으로 사람의 주목을 받아 널리 퍼져 사회적으로 동조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유행은 시대를 반영하고 현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양식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유행은 사회를 긍정적으로 반영하기도 하지만 부정적 시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방송이나 언론매체, 인터넷에 의한 공통적 정보습득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우리 사회에는 과학과 기술 사상과 남북이데올로기, 인터넷 인구, SNS 여론, 종교와 학문 등이 만들어낸 유행의 산물이 산재되어 있다. 인간의 사상과 이념이 만들어낸 예술과 철학이 있는가 하면 사회의 역기능의 필요에 의해 개발된 욕망과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적 욕구해소 영역도 있다.

어찌 되었건 인간에 의해 개발되거나 발명되어진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한 것들이며, 시간의 경과에 사라지는 것은 현재 불필요한 잔재가 된다. 예술이거나 기술이거나 인류 보존과 보전을 위한 필요적 개발품이다. 여기에 유행이 첨가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속성에 의한 시장의 개념일 수 밖에 없다. 

“요즘 유행하는 미술경향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패션유행이 돌고 돌 듯이 미술경향도 돌고 돈다는 말도 간혹 듣는다. 유행하는 작품성향을 따라 그리면 실패는 없을 거라는 말도 듣는다. 80년2대 중반, 90년대 중반, 2천년대 중반, 미술시장이 활성화 되어가는 초반 무렵에는 상(像)이 분명한 작품들이 득세한 것은 분명하다. 정말 미술시장에도 유행이 있을까? 유행이 있다면 무엇이 혹은 누가 주도 하는가?

인간사회가 살아가는 구성체가 일정한 룰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려는 사회학자가 있듯이 예술의 표현경향을 이해하려는 이들도 있다. 사회학이거나 예술학이거나 표현경향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의미론 혹은 사상, 내용의 것은 항상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예술이라는 것은 시민과는 무관한 새로운, 없던 무엇인가를 찾는 인간의 정신적 행위다. 예술에 유행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은 이미 철지난 창의 정신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외관적 상태임에 분명하다.

가상의 세계가 일반화 되면서 인간사회는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정보의 신속한 전이와 전달에 의해 어떤 특정의 형식과 내용의 예술이 유행처럼 사회를 걷는다. 예술작품의 판매과정과 판매형식이 장식적 측면과 만나면서 유행하던 형태가 사상의 보편성에 까지 침투하려 든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온라인상의 미술품 판매가 가능한 시대를 가고 있음이다. 

예술의 경향이 유행과 흡사한 모습을 띄는 것은 기존의 예술전파 혹은 창의적 영역이 독자적 행보가 보편과 일반의 영역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사회가 무엇인가에 의해 일원화 되고 통치 혹은 지배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반증이다.

예술작품의 유통이 유행의 영역에 있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예술 창작과 창의의 영역은 언제나 다양성과 부정성이 지켜져야 한다. 현재는 예술의 위기이며 인문학의 위기다. 만일 미술작품의 유행을 찾는 이가 있다면 예술의 사유적, 사상적, 의미적 접근보다는 외형(外形) 혹은 외양(外樣)에 대한 집중도를 중요시 여기는 이들이다.

예술에 있어서 형식은 외형이라기보다는 의미를 포함한 양식(樣式)에 가깝다. 개별적 사유공간에서 개발되는 창의성이 집단적 일반과 공개적 생산공간에서 양산되면서 예술의 범위는 확장되었을지 모르지만 진보와 발전, 창작과 창의의 다양성에서는 단위적으로 축소되어가고 있다. 

21세기의 뇌업(腦業) 사회는 다른 생각과 다른 방식의 사회구조를 개발하는 일이다. 보편과 일반의 복잡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는 나만의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