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대통령을 수입하자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대통령을 수입하자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12.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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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축구감독도 수입하고, 국립현대미술관 관장도 수입하는데 대통령이라고 수입 못할까. 다른나라 대통령을 퇴임한 누구라도 수입하여 청와대에 앉히면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나라모양세가 이러한데 미술이 어떻고 문화가 어떻고 해봐야 그냥 그런 이야기에 이를 뿐이다.

현 대통령이 취임할 즈음 ‘창의경제’를 부르짖은 적 있다. 돌이켜 보면 창의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창의라는 말을 사용한 것 같다.

창의(創意)라는 말은 새로운 의견을 생각하거나 없던 의견을 발의하는 일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낸다는 것은 지금 불편하거나, 지금보다 나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현재보다 나은 상태를 영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낫다는 것은 지금의 것에 대한 부정이나 다름을 말하여야 한다. 부정 없이 다름 없이는 새로운 것이 생겨날 틈이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지켜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이 있다. 지켜야 할 것은 사람이라는 본래적 의미이며, 변화해야 할  것은 지금의 불편을 해소하는 일이다. 

지금의 우리 주변에는 지키거나 변화의 것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 변화에 대한 가장 앞선 개념이 문화예술이다. 문화예술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한 근본이며 새로운 진화를 생각하는 창의의 영역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사회, 정치, 경제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지녀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을 잘 보호하는 나라가 세계를 장악한다.   

1930년대 미국의 경제공황 당시 예술인 구제를 위한 WPA(Works Projects Administration 공공사업 촉진국에서 펼친 연방 예술 프로젝트-Federal Art Project, 및 연방 작가 프로젝트-Federal Writers Project)가 미국을 세계자본의 중심지로 전환시켰다. WPA프로젝트란 미국 정부차원에서 시작된 시각예술 후원 사업이다.

미국의 경제공황 당시 재능이나 유명세와 관련 없는 무직의 예술가를 고용하여 벽화나 그림, 포스터, 디자인 등의 작품과 교육 서비스, 기술훈련을 지원하였다. 살만한 예술가는 관리직에, 가난한 예술가는 현장직에 두면서 기본임금을 받고 일정 기간 안에 작품을 제작하여 납품하였다.

말 그대로 예술노동자를 양산하면서 벽화 2,566점, 그림 10만점 이상, 조각 17,7000점, 30만점의 판화 등 수많은 미술품이 생산되었다. 나라가 나서서 문화예술을 보호하고 지원하였더니 뉴욕이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탈바꿈 되었다. 

시대가 변하여도 문화예술의 정통성과 전통은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나라거나 예술창작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 우리주변을 보자. 자본에 예술이 잠식당하고 있다. 예술작품이 자본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정신에 대한 자유로움은 존재해 있어야 한다. 돈이면 최고다.

여기에 정치적 공세에 밀린 문화예술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최순실 게이트가 시끄러운 틈에는 청화대가 9473명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이름이 있는 이들은 애국자라는 말도 나돈다. 

인사동과 청담동, 각 지자체의 화랑가, 아트페어가 열리는 각 장소가 우울증에 빠졌다. 작품 매매가 안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미술시장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하는 자괴감까지 든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정밀한 잣대 없이 세금 안(?)내고 돈벌이 없으면 선심 쓰듯 지원금을 아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종이 행정이다. 자식들이 집사주고 자식들에게 용돈 얻어 쓰고, 자식회사에 얹혀서 의료보험 혜택 받는 나이든 예술가들은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이들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이참에 대통령을 수입하자. 창의한국(CREATIVE KOREA)이라고 슬로건만 거창한 누군가보다는 훨씬 나은 정책을 입안하지 않을까. 오늘도 자괴감에 빠진 문화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