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신년 벽두부터 남 탓하는 2017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신년 벽두부터 남 탓하는 2017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12.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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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나라가 뒤숭숭해도 1년이 기어이 지나간다. 청와대 문이 열리지 않아도 2016년은 마감되고 먈얐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아이의 마음을 다시 가지고 싶은 시절임에는 분명하다.

해가 바뀌어도 변화에 대한 감정이 민감하지는 않다. 인간 스스로 약속해 놓은 숫자만 변했을 뿐이다. 그래도 2017년 올 한해는 작년보다 나은 해가되어야 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작품활동 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미술시장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이 누군가는 흥했고 누군가는 본전치기 했을 터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았음에 분명하다. 흥한 사람은 자신이 잘했거나 좋은 작가를 모셔온 탓이라 할 것이고, 손해를 본 화랑에서는 경기 탓과 청와대의 누군가를 질타하며 한숨 쉬면서 소주 몇 잔에 가슴을 쓸어내었을지도 모른다.

기왕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면 자신의 실력이나 형편보다는 남 탓하면서 맘이나 편히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능력이나 실력을 견주기 보다는 남 탓하며 살기가 편리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림이 안 팔리면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이며, 아트페어 참가비보다 수익이 적으면 경기 탓이며, 거래도 없고 작품 감상하는 이 조차 많지 않으면 관람객의 수준을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작품 보는 눈 없다 하면서 수준을 논하면 된다. 아직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세상이 알아주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피카소가 되고, 고흐가 된다는 자신감만은 충만하다.

작품성향 또한 국내용이 아니라 해외에서 먹히는 작품이라 위로한다. 작품활동 오래하지 않은 누군가의 작품이 흥행하면 아는 사람한테 팔았다고 믿으며, 외모가 출중한 이는 작품에 웃음을 섞어 팔고, 외모가 그저 그만인데 거래가 좋은 것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살살거리거나 아부하지 못하는 이유를 대고 만다. 끝판에는 기어이 한마디 하고 만다. ‘나는 팔리는 그림 안 그려’라고...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실력은 좋은데 운이 없다는 말은 잠시 접어두자. 이러거나 저러거나 아트페어에서는 누군가의 작품이 꼭 팔리고, 누군가는 대박이라 말한다. 매매가 없었던 누군가도 자신의 작품이 매매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참가한다. 부스비를 제공하거나 초대받았거나 상관없이 시장에서는 어찌되었건 팔리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유형이나 조건도 없다. 아무것도 팔리지 않았다면 적당히 좌절해 볼 필요도 있다. 분석하거나 무엇을 따라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더 진중하게 미래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좌절이 없으면 오늘과 같은 내일이 되고 만다. 조금은 화도 내고 잘나가는 지인을 보면서 조금은 배 아파 하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남들이 알 수 있는 정도의 화도 내는 한 개를 살아보자. 그래야 팔린다 안 팔린다로 미술품의 좋고 나쁨을 규정하는 시절에 대항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난다.  

한해가 밝았다. 올 한해는 안 되는 일 남 탓하면서 자존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자. 잘되면 자기 탓이고 안 되면 남 탓이라고 믿어보자. 소위 말하는 나랏님조차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라 없다고 하는데 범인이 하는 남 탓은 당연한 일이다.

예술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는 일이며, 예술작품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현재의 입장에서 정리하는 일이다. 남 탓하는 것 또한 일어난 과거에 해한 푸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비난과 질책이 되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위해 미리 탓하는 한해를 만들어 보는 2017년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달에 있을 개인전에서 작품이 팔리는 것은 작품을 잘 만드는 자신보다 그것을 이해해지는 사회 탓이 되는 한해를 꿈꿔본다. 행복한 2017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