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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미술계의 젊은 피
2017년 05월 19일 (금) 18:13:26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sctoday@naver.com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예전에 내가 30대 초반에 지금 70대 넘은 양반들 어른 대접하느라 정신없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분들 나이가 40대 후반밖에 안된 것이야. 우리나라에서 현대개념의 미술계가 7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니 말이야. 내 나이가 환갑을 넘었는데 아직도 젊은이 취급당한다니까. 이래저래 우리또래는 미술계에서 낀 세대야. 좀 억울하기도 하지.” 

오랜 시간을 미술작품에 투자하며 어느 정도 사회적 명성과 위치를 점하고 있는 어느 화가님의 푸념이다. 젊어서는 윗분들 모시기 바빴고, 그분들 작품판매에 부러움을 숨기며 오랜 시간을 보내온 이들이다. 이제는 섬김도 받고 작품도 팔릴법한데 세상이 득달같이 변하는 바람에 어떤 혜택도 누려본 적이 없다고들 한다.

소똥도 층계가 있고 X물에도 파도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세상살이 어느 곳에나 위아래가 있다. 서열이 있고 계보가 있어야 세상이 좀 더 수월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30년 이상 오래된 미술그룹에서는 현재도 50대 중반의 화가들이 전시장을 지키고 작품배달하고 작품설치를 한다. 젊은 미술인들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 미술인들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미술집단에 대한 젊은 피 수혈이 없었을 뿐이다.

젊은 미술인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입해서 이익 될 일이 없고, 가입하였다 한들 뚜렷한 무엇을 배울 수 있는 이렇다 할 철학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옹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미술계 어르신들은 객관적이거나 보편적인 입장에서 작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야기 한다. 활달한 오늘을 사는 젊은 미술인들에게는 다양성과 변화를 원한다.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세상이 변한 듯 보인다. 추운 한겨울부터 지속된 촛불 민심이 대통령을 바꾸고 세상의 변화에 부응하는 오늘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문화예술계의 초미의 관심으로 부각된 바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정리하거나 기록하지 않았을 뿐이지 박근혜 정부 이전부터 블랙리스트는 있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진보 문화예술인들이 다 해먹는다는 카더라 통신이 남발되었지 않았던가. 당시의 보수우파의 예술인들이 슬그머니 배척당했던 일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을 뿐이다.  

세상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피의 수혈이 필수적이다. 문화예술의 젊은 피는 나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다양성에 대한 겸허한 자세다. 스스로 믿고 있는 사실에 반한다 할지라도 틀리다고 하지 않아야 한다. 현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문화예술이 전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젊은 예술인도 각성할 필요가 있다. 젊은 미술인들 중에는 예술 활동의 목적을 예술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 대중에 다가가서 대중의 계도하고 대중이 이해하는 예술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중이 이해하는 것이라 지칭하는 것 자체가 이미 대중과는 다른 미술 지식인으로서의 계급을 구분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중예술이라 하면 대중이 이해하는 예술이 아니라 예술인과 비예술인간의 계급적 대립을 없애는 정치를 포함한 인문학적 견지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다고 세상이 급격히 변하는 일은 없다. 특히,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특별한 변화의 조짐은 잘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소외받았던 블랙리스트처럼 현재의 보수적 문화예술인들을 소외시켜서는 곤란하다. 이들 또한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부분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젊은 피는 나이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반대를 위한 정신 또한 젊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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