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쓰레기x사용설명서', 쓰레기 문제 대안 살핀다
국립민속박물관 '쓰레기x사용설명서', 쓰레기 문제 대안 살핀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7.07.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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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문화재, 재활용 통해 만든 물건 등 '대안 제시' 전시물 통해 보여줘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쓰레기x사용설명서'가 7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 전시는 프랑스 국립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과 '쓰레기'라는 공동 주제로 여는 특별전으로 우리 주변에서 쓰레기가 만들어진 이유와 과정, 폐자원의 활용 방법을 살펴보고 과거 우리가 재활용을 통해 만든 물건들과 사진 자료, 쓰레기가 될 뻔한 옛 물건들과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쓰레기로 사라질 뻔했던 우리의 문화재까지 만나면서 포화 상태에 놓인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줄이는 것을 넘어 아예 '없애는' 방법까지 생각해보게 한다.

▲ 2009년 서울 행당동에서 발굴된 생활쓰레기

전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의 쓰레기 문제를 제기하는 '쓰레기를 만들다'와 쓰레기장, 폐품 수집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쓰레기를 처리하다', 그리고 전통 농경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재활용사(史)와 여러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쓰레기를 활용하다'로 이루어졌다.

1부 전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일회용품의 등장, 그리고 컴퓨터, 핸드폰 등 이른바 '전자 쓰레기'의 증가가 오늘날 쓰레기 포화 상태를 만든 주요인임을 일깨운다. 특히 1인 가구의 하루, 4인 가구의 일주일, 직장인 1인의 일주일 등을 그 기간동안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그에 따라 나온 쓰레기를 보여주는 전시가 눈길을 끈다.

이어 2부 전시에서는 엿장수와 뻥튀기 장수, 고물상, 넝마 바구니, 그리고 학교에서 폐품 수집하는 모습 등을 통해 쓰레기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한양대학교 문화재연구소가 2009년 발굴한 '서울 행당동 출토 생활쓰레기 유물', 그린피스에서 공개한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당시 행당동에서는 일제강점기와 과거에 사용한 물건들이 버려진 쓰레기가 발견되어 '썩지 않는 쓰레기'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이와 더불어 대학생들이 만든 '신(新) 십장생'도 주목할 만하다. 십장생도에 알루미늄캔, 스티로폴, 유리 등을 포함시키고 각각 이들의 분해 기간을 표기하면서 쓰레기가 '십장생'이 되는 현실을 풍자한다. 참고로 스티로폴은 '분해불가'다.

▲ 거름통

3부에는 거름통을 시작으로 '재활용 등잔', '밀가루포대 바지', '철모 거름바가지', '포탄피로 만든 재떨이' 등 우리의 재활용 역사를 반영하는 유물 및 사진 자료가 선보인다.

또한 우리 이웃이 사용하는 오래된 물건들과 그 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도 버리지 않고 짊어지고 온 손재봉틀, 손에 익은 오래된 다리미, 4남매가 물려 쓴 아동복과 나무블록,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선물한 경대, 어머니가 시집올 때 이바지 음식을 담아온 동고리와 채, 아버지가 젊었을 때 사용했고, 지금은 손녀가 일기장을 보관하는 서류가방 등이 전시되고 그 주인이 전하는 추억 이야기를 담은 영상도 함께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농사일을 하면서 무료로 우산을 수리해주고 있는 신용식씨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은 매주 토요일 신용식씨와 함께 무료로 우산을 수리해주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인, 최정화 등의 정크아트 새활용(Up-cycle) 작품과 버려지는 청바지로 가방을 만드는 마을기업 '리폼맘스', 양복을 기증받아 면접을 준비하는 구직 청년 등에게 값싸게 대여하는 '열린옷장', 제주 바다의 쓰레기를 수집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재주도좋아' 등이 제안하는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 한국전쟁 당시 피난길에도 짊어지고 온 손재봉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재활용 놀이터, 장난감과 친환경 가방을 교환할 수 있는 장소와 함께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멀쩡한 기타, 전자제품 등과 함께 일반 쓰레기처럼 버려질 뻔했던 귀중한 문화재가 함께 선보인다.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은 서첩 '하피첩'은 2004년 경기도 수원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폐지로 사라질 뻔했지만 이를 발견한 사람이 유물 감정 프로그램에 의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2010년 보물로 지정됐다.

▲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미인도'

조선 영조의 태실 돌난간을 조성하는 과정과 의식 절차 등을 적은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는 영조의 태실 봉지기로 일했던 사람의 자손 살림집 다락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됐으며 윤두서의 손자 윤용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는 '미인도'는 쓰레기 더미 속에 있는 종이 안에서 발견되며 다시 세상에 공개된 문화재다.

박물관 측은 "생활문화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쓰레기에 대한 탐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접근"이라면서 "쉽게 얻고 버리는 현대 소비 풍조 속에서 쓰레기 문제를 통해 자신을 살펴보고, 우리 이웃이 실천하는 대안을 공유함으로써 관람객 스스로 해법을 생각해보는 자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