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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입장차이
2017년 07월 28일 (금) 12:07:29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sctoday@naver.com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형제 자매가 많았던 시절, 차별을 느낀 어느 아이의 항변에 부모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어른이 되어서야 차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 입에 들어간 손가락은 엄마만 아는 무는 강도가 있었다. ‘열손가락 깨물 때 깨무는 강도에 따라 아픈 양이 다르다. 다만 다른 형제의 아픔의 양을 알지 못할 뿐이다. 형제자매간의 입장 차이를 알지 못한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화랑에서는 자기만의 정보가 있었다. 같은 미술가의 작품이라도 누구에게는 조금 더 비싸고 누구에게는 조금 싸게 팔아도 상관없었다. 비싸게 구매한 이를 비교 대상으로 다른 이에게 더 싸게 판다고 하면서 판매에 대한 설득도 쉬웠다. 가격정보의 독점에 의한 차별적 마케팅 기법이었다. 단골 구매자에 대한 관리도 나름 용이한 시절이었다. 미술가들에 대한 처우도 차별을 두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공개되었다. 

첫 번째로 작품 가격에 대한 정보 독점이 사라졌다. 경매회사가 활성화 되면서 누구의 어떤 유형의 작품이 얼마에 판매되었는지 낱낱이 알려진다.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서있던 엄마의 입속이 투명해져 버렸다.

두 번째로는 미술가정보에 대한 독점정보가 해소되었다. 화랑간의 판매경쟁에서 소위말해 잘나가는 미술가의 작품을 위탁받기 힘든 시절도 있었다. 작품가격정보가 독점되는 시절에는 정보가 많은 화랑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다. 미술가 입장에서도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다. 자신에게 더 잘 해주는 화랑에게 작품을 제공하면 된다. 

세 번째로는 화랑에서 사용된 비용을 미술가가 알고 있다. 일례로 아트페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부스비용을 부풀려 미술가에게 제공받기도 했다. 지금은 인터넷만 치면 부스비가 얼마인지 다 안다. 화랑 월세이며, 한 달 경비 혹은 초대전 받았을 때 사용 경비까지 유추가 가능한 시대다.

네 번째로 미술가가 소중하게 독점하고 있었던 재료나 미술품 제작형식이 일반화 되는 바람에 ‘내 작품과 똑같이 베꼈어!’소송이 빈번하다. 누가 누구 것을 베꼈다 아니다 하는 것들 또한 정보의 확산속도에 비례하여 일어나는 일들이다. 어디서 본듯한 이미지를 자신의 것인 냥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의 보편성과 비슷한 환경, 비슷한 조건에서 비슷한 그림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여하튼 우리시대는 엄마의 입속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이 사라졌다. 엄마의 입속을 우리 사회로 비견해보면 사회에서의 차별이 다소나마 해소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비밀스러웠던 부분에 대해 견주기 쉬워졌고 대응하기 편리한 시절을 살고 있다. 

미술가가 화랑에 원하는 것과 화랑이 미술가에게 원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하다. 입장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고, 바라보는 곳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술이라는 한 울타리에 살고 있다. 이해하기에는 부족하고 멀리하기에는 필요하다. 

적당한 경력을 지닌 화랑 관계자는 미술시장을 잘 안다는 착각에 들기 쉽다. 10년 정도 지나고 나면 미술시장을 적당히 알고 미술품 매매에 대한 경력도 적당하다. ‘이렇게 그리면 팔릴 것 같아요’라거나 ‘작가님 작품은 외국에 잘 먹힐 것 같아요’라면서 책일 질 수 없는 확신을 제공한다. 미술시장에 대한 자신감에 하지 않아야 할 미술인의 작품성향에 간섭이 있다. 미술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미술가는 자존심이 상해도 참고 만다. 그리곤 다시 안 본다.  

몇 점의 작품을 매매해 본 경험이 있는 젊은 미술인들은 자존이 강하다. 더 젊은 미술가에게 갖은 충고를 가하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두터운 벽을 쌓는다.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는다. 세월의 무게를 지닌 화랑 관계자와 동급이라 생각하면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충만한 자신감에 주변의 많은 이들을 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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