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에서도 이어지는 미투운동, 남정숙 교수 문화계 미투운동 참여 독려
문화계에서도 이어지는 미투운동, 남정숙 교수 문화계 미투운동 참여 독려
  • 이은영 편집국장, 정상원 인턴기자
  • 승인 2018.02.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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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여 년 동안 상사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 가해자는 교수직 유지, 피해자는 해고조치

지난 29일 JTBC의 서지현 검사 인터뷰를 기점으로 사회 곳곳에서 미투 운동(Me too·성폭력 피해 고발)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문화계에서도 남정숙 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교수의 동참이 이어졌다. <관련기사: 남정숙 교수 인터뷰>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739

남 교수는 예술경영분야에서 뼈대가 굵은 전문가였다. 35년 동안 지역 축제와 문화콘텐츠개발에 앞장서며 여러 성과를 남겼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에는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화와 마케팅을 국내에서 최초로 접목시킨 1세대 문화정책 기획자로 활동하던 남 교수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4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설립을 위해 성균관대학교에 초빙되었다. 4차 산업이 부상함에 따라 문화계에서도 변화가 촉구됐고 이러한 흐름에 부응하여 남 전 교수는 문화융합대학원 핵심 설립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재직 당시 남정숙 교수

남정숙 교수를 가해자인 이경현 교수가 성추행을 시작한 것은 2011년 봉평MT였다. 이 교수는 술자리에서 키스를 시도하고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했다. 이후 6~7년 동안 직간접적인 성추행이 교묘하게 지속되었다.

특히 2014년 봄 MT에서는 어둠을 틈타서 남정숙 교수 외 다른 여교수에게도 대담하게 학생들 앞에서 성추행을 시도해서 학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결국 이를 문제삼은 학생들이 투서하면서 남교수 건도 같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학교 측은 가해자인 이 교수 편에서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고 도움을 요청했던 학교 재단과 단체들은 외면했다. 학교 측은 남 교수에게 ‘성추행’ 문제 회의 내용을 녹취해서 ‘학교 명예훼손과 교수로서 품위유지를 위반’을 이유로 6개월 뒤, 계약 연장 부적격이라는 사실상 해고 통보를 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조직의 폭력성 앞에 전문가 여성일지라도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내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회문화가 아닌 개별여성에게 전가하면서 해결하려는 권위주의 문화의 잔재 때문이다.

사건은 남 교수가 이 교수에 대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으로 이어졌고 공방 끝에 승소하여 지난 1월 30일 민사 재판부는 이 교수는 남 교수에게 7백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비록 1심에서 결정해주신 700만원은 작은 금액일 수 있으나 여성인권의 역사에서는 의미 있는 씨종자돈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가해자인 이 교수는 직위해제만 됐을 뿐 현재도 교수 직위를 유지하며 교단에 서고 있다. 반면 피해자 남 교수는 명예와 직장 등 모두를 잃었다.

남 교수뿐만 아니라 문화계 내부에서도 성범죄 피해를 고발하려는 움직임이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모두 공론화되지 못했고 지속적으로 문제가 잇달았다. 문화계 내 권력에 의해 피해자의 목소리는 묻혔고 투명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문화분야는 특히 객관적으로 증명이나 증빙할 수 없는 분야이자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예술가 스스로가 성폭력을 당해도 폭로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계에서도 자정운동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남정숙 교수의 용기로 교육계와 문화계에서 자행되어 온 권력에 의한 성폭력이 이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문화계의 성폭력 역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의한 폭력임을 인식해야 하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