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문호 사진가 “사람 냄새나는, 사람을 느끼게하는 사진이 좋은 사진”
[인터뷰] 조문호 사진가 “사람 냄새나는, 사람을 느끼게하는 사진이 좋은 사진”
  • 임동현 기자, 정상원 인턴기자
  • 승인 2018.02.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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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 묵묵히 작업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줘야하는 것, 동자동은 을이 보여주는 일상”

“왜 나에게 상을 주나 짜증을 냈다. 상이라는 것이 양면성이 있다. 상을 받으면 자만에 빠질 수 있고 ‘상 받으려고 쪽방촌 간 거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고 상을 놓고 여러 문제들이 있었던 것을 알기에 그렇다”.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찍어온 조문호 사진가. 최근에는 동자동에서 생활하며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는 조문호 사진가에게 본지는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그에게 상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자신의 작품을 망칠 수 있는 ‘독’으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초심을 잃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그는 본지와의 만남 역시 조심스러워했다. 신문에 실리는 순간 ‘결국 유명해지려고 작업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 조문호 사진가 (사진=정영신 사진가)

‘사람이 담긴, 사람 냄새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그리고 그 사진을 통해 ‘사람’을 전하기 위해 지금도 동자동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조문호 사진가의 이야기다.

문화대상 수상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상의 양면성’을 이야기한 것이 기억나는데 수상소감 대신 선생이 생각하는 ‘상의 의미’를 듣고 싶다

상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우쭐하고 자만하게 된다.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 자신에 대한 인식도, 예술에 대한 진정성도 없이 ‘재주꾼’이라고 각인되는 것 같다.

특히 지금 내가 동자동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상을 받았다고 하면 ‘상 받으려고, 출세하려고 동자동에 갔다’는 말이 분명 나오게 된다. 그 말이 정말 듣기 싫다. 동자동에 있으면서 인터뷰 요청이 계속 들어왔는데 다 거절했다. ‘유명해지려고 한거다’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 이 인터뷰도 서울문화투데이가 식구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하는 거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분명 안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조심스럽다.

또 상이라는 것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열심히 작업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사기를 북돋는 차원에서 주어져야하는데 나같이 늙은 사람이 받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소감을 그렇게 말한 거다.

그래도 기왕 상을 받았으니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이 좋은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상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동자동을 가게 된 배경은?

전에 정선과 인사동을 오가면서 새로운 작업을 찾고 있었는데 최근모 시나리오 작가가 동자동의 실상을 찍은 비디오를 보게 됐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고 재 작년 9월에 동자동으로 들어갔다.

동자동에 더 애착이 간 이유는 갑의 입장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악한 사람이 잘 살고 선한 사람이 못사는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없는 사람이 사는 일상을 찍고 싶었다.

동자동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람들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은행에 저축을 할 수도 없다. 일정 이상 금액을 가지고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에서 탈락하기 때문이다. 살아남으려면 계속 수급자로 머물러야한다. 그러니 일을 하기도 어렵다.

어떤 사람은 집에 돈을 계속 모아두고 숨겨놨는데 그 사람이 사망한 이후 이불 밑에서 돈다발이 발견됐다. 그런데 그 돈을 둘러싸고 젊은 조합장이 횡령을 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그 조합장은 이후 동자동을 떠났는데 그 이후 행정일을 할 사람이 없어 애를 먹기도 했다.

동자동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올 겨울 날씨가 유난히 춥다. 지내기는 어떤지

일단 방이 무척 좁다. 정말 누우면 관 속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웃음).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겨울에 무척 추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정반대다. 여름이 가장 힘들다.

겨울은 전기장판을 틀어놓으면 그래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데 여름에는 정말 더위를 피할 수 없다. 10분만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비오듯 나온다.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 한파가 왔다고 하는데 따뜻하게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웃음).

▲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을 수상한 조문호 사진가

지난해 어버이날과 추석 무렵에 동자동 공원에서 ‘빨랫줄 사진전’을 열었다. 동자동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안다

사람을 찍은 사진을 전시하면 본인들이 와서 사진을 달라고 많이들 부탁한다. 이 때문에 작업에 지장이 생기기도 해서 어버이날과 추석날 잔치 자리에 걸어놓고 찾아가라고 한다. 다들 마음에 들어한다. 아직까지도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진을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진으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 중에 노숙자가 있는데 연초에 내 카메라가 마음에 든다고 가져갔다가 단속나온 경찰과 몸싸움을 하던 과정에서 그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아직 찾지도 못했다. 소중한 카메라였는데 배신감을 느꼈다(웃음).

지금 우리가 동자동 사람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동자동 사람들은 노숙자들에 비하면 그래도 생활이 나은 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면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 욕심이 없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동자동 쪽방촌만 어려운 곳은 아니지만 이런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동자동이 곧 개발이 된다고 들었다

현재 조합이 구성되고 있다. 시간이 몇 년 걸릴 것 같은데 아직 사업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조금 있으면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동자동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방값내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최대한 동자동 사람들의 힘을 끌어모아 투쟁해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예술가가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운동에 참여하느냐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을 봐 왔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동자동사람들

인물 사진을 찍으려면 ‘친해지는 과정’이 있어야한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담아낸 과정이 궁금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그 삶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밖에서 보는 시선과 대상에 동질성을 느낀 사람의 시선은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사진도 결정적인 사진 한 장이 중요하다기보다 사진 여러 장이 이루어내는 전체적인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풍경 하나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기록으로, 역사로 남게 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이 사진이다.

‘가장 좋은 사진’은 어떤 것일까?

사람 냄새나는, 사람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사진 작업하는 양승우라는 작가가 있다. 이 작가는 주로 가부키쵸에서 활동하는 야쿠자 사진을 찍는데 사진을 보면 혐오감이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고 편안하다. 찍는 사람, 대상과 공감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볼 때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

사진은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역시 사람이 찍힌 사진이 좋다.

사진에서 ‘리얼리티’란 무엇일까?

사진에서 제일 경계하는 점은 포즈를 취하거나 사물을 움직이는 등 인위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다. 그런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장면이 보이면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바로 찍는다. 연출되지 않고 가장 자연적인 상태로 대상을 찍은 사진이 왜곡되지 않은 사진이고 그것이 리얼리티라고 생각한다.

최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전시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주변에 지인 중에서도 아마추어 사진가가 있다. 사진 작업할 대상을 추천해 준 적이 있는데 결국은 본인이 좋아하는 대상을 찍더라. 그래도 자기가 찍고 싶은 것을 찍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다만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늘어나다보니 다양한 사진공모전들이 생겼는데 여기에 비리가 굉장히 많았다. 상이 막 남발되고 자기가 친한 사람들에게 상을 준다. 최근 예술계의 상은 순기능보다는 상으로 장사한다는 느낌이 든다. 너무 남발돼서 그런 것 같다. 다 돈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본지에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라는 칼럼을 연재하셨다. 예술계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셨는데(웃음) 지금의 예술계가 과연 문제를 고칠 수 있는지 걱정된다

현재 예술계에서는 ‘예술’이라는 간판을 내걸은 장사가 자행되고 있다. 최근에 열렸던 한 전시가 그 예다. 저명하신 분의 이름을 걸고 그분을 아는 수십명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와 판매를 하고 수익금은 가난한 화가를 돕겠다고 홍보를 했다. 취지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막상 판매를 하면 결국 유명한 작가의 작품만 팔리고 가난한 작가의 작품은 팔리지도 않는다. 거기다 수익이 생겼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로 가난한 작가에게 돌아갔다는 말이 없다. 유명 작가만 돈 버는 거다. 결국은 이름 팔아 예술을 간판으로 내걸고 장사하고 그 돈을 자기들 멋대로 쓴 셈이다. 여기에 크게 분개한 적이 있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런 구조니 자연히 병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건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자선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잇속을 챙기는 전시회가 많다. 그렇지만 전부 예술계에서 서로 아는 관계이기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 정말 이건 아니다.

조문호 사진가라면 아무래도 ‘청량리 588’ 사진이 연상된다

당시 동아일보에서 공모전이 있었는데 주제가 ‘직장인’이었다. 좋은 소재가 없을까하다가 내가 여자를 좋아하고 상금도 탐나서(웃음)독특하게 청량리 588을 찍어서 냈는데 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공모전 이후 좀 더 가까이에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받은 상금으로 588에 방을 마련하고 같이 먹고 자고 아이스크림도 사주면서(웃음) 그들의 일상을 찍었다. 삶 속에 들어가 같은 점을 공유하며 찍다보니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연상되는 것이 ‘인사동 사람들’(조문호 사진가의 블로그)이다. 인사동의 일상을 사진과 글로 남기셨는데 인사동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것 같다

서울에 올라왔을 때부터 인사동에서 계속 놀았으니까(웃음). 인사동에서 한창 놀던 때는 다들 직장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번듯한 직장이 있던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다들 그 친구가 퇴근하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만나서 술을 마시러 갔던 기억이 있다(웃음).

세월이 지나면 결국은 바뀔 수밖에 없다. 그건 아쉬움이지. 자꾸 사라지는 것들이 보이고. 옛 친구들이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쉽지만 또 만나면 반갑다. 그런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전 인터뷰에서 종로에서 몸을 파는 새터민 여성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동자동 작업도 있고 이제 나이도 들었는데 작업을 못하게 되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 아마 그때쯤 되면 창신동으로 옮겨 작업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웃음).

컴팩트카메라를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전에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지만 요즘에는 잘 나온다. 카메라는 들고 다니기가 무거운데 컴팩트카메라는 갖고 다니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큰 카메라를 들이밀면 카메라를 의식하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 안 나오는데 이 카메라는 자연스런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주 애용한다.

내 손에 카메라가 없으면 술이 빨리 취한다(웃음). 카메라가 있으면 항상 찍어야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하게 되는데 카메라가 없으면 긴장이 없어진다. 그래서 빨리 취하는 것 같다.

카메라가 없다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 글쓰는 사람이 수첩이 없으면 답답한 것처럼 나는 카메라가 없으면 답답하다. 기록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카메라 없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앞으로의 각오가 있다면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사진을 찍을 것이고 여태 찍어왔던 사진을 음미하고 싶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난 사진을 정리하기에도 바쁜 사람이다. 열심히 찍으며 기록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