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건'과 희생자, 가족들과 자녀들의 생생한 삶
'인혁당 사건'과 희생자, 가족들과 자녀들의 생생한 삶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4.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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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웅 작가 다큐멘터리 만화 '그해 봄'
 

한국현대사의 비극인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박건웅 작가의 다큐멘터리 만화 <그해 봄>이 보리에서 출가뇄다.

<그해 봄>은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정권이 평범한 시민 8명을 간첩으로 몰아 하루아침에 사형을 시킨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 만화다. 그동안 인혁당 사건 관련 책은 8명의 사형수 중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거나 한국근현대사 책에서 짤막하게 다룬 것이 전부였지만 처음으로 인혁당 사건과 사형수 8명의 삶을 밀도있게 그려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우홍선, 김용원, 송상진, 하재완, 이수병, 도예종, 여정남, 서도원.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인혁당 사형수 8명이 저마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유가족들과 선후배 동지들의 생생한 증언을 재구성해 그들의 삶을 흑백만화로 보여 준다. 8명의 사형수들이 누군가의 아버지로, 남편으로, 아들로,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왔던 모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형수들이 억울한 혐의를 쓰고 감옥에 갇혀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시간을 그대로 재연했고, 남겨진 유가족들의 상처도 함께 담았다. 유가족들은 사형 집행 후에도 수십 년 넘게 국가 기관으로부터 집요하게 감시를 당해 평범한 일상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생계를 유지하며, 남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수십년간 애써온 부인들의 눈물겨운 구명 활동, 어린 시절 동네 이웃이나 선생님, 친구들에게 '빨갱이', '간첩'으로 손가락질 당한 자녀들의 기억이 증언을 통해 전해진다.

박건웅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국가 권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외에 수많은 침묵하는 방관자들이, 불의에 눈감고 정의에 항거했던 바로 우리들이 아니었을까 고백하면서 더 이상 침묵하는 방관자로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시대 배경이 되는 건물과 풍경, 인물이 입고 있는 옷과 사용하는 소품들의 사실적인 묘사로 유신 독재 시대를 고스란히 복원하며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작가는 희생자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꽃을 표지에 그려 추모의 마음을 더하면서 "이 책이 인혁당 사건 사형수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