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노래와 춤,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지는 <파우스트> 입문서
[공연리뷰] 노래와 춤,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지는 <파우스트> 입문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6.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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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 <메피스토>, 새로운 창작뮤지컬 가능성 보여주다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문을 연 작품은 체코 뮤지컬 <메피스토>였다. 체코 히베르니아 극장 개관 10주년 기념작이자 체코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메피스토>를 우선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어렵고 철학적인 문장으로 구성된 괴테의 <파우스트>를 누구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함께 노래와 춤으로 표현한, <파우스트>의 입문서 역할을 하는 뮤지컬이다.

70대의 늙은 파우스트에게 악마 메피스토가 다가오고 그 메피스토를 통해 젊은이로 되돌아가 사랑을 시작하는 원작의 틀을 유지하지만 <메피스토>가 이야기하는 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의 대결이다.

▲ 뮤지컬 <메피스토> (사진제공=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늙은 파우스트와 젊은 파우스트(안드레우치오)를 연기하는 배우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메피스토를 연기하고 그 뒤에는 신와 루시퍼의 대결이 펼치지기도 한다.

신과 악마의 대립, 그 속에서 갈대처럼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 <메피스토>는 이를 두 파우스트의 모습으로, 그리고 두 파우스트가 표현하는 메피스토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늙은 파우스트 역의 지리 조니가와 젊은 파우스트 역의 대니얼 바르탁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를 같이 연기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극과 극'이다. 같은 사람이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극적인 재미를 주지만 동시에 우리가 매일매일 겪는 나와 '또 다른 나'와의 싸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체코의 뮤지컬이라고 해서 괜히 낯설어할 필요가 없다. <메피스토>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뮤지컬과 큰 차이가 없다. 노래와 군무, 그리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낯설음보다는 친숙함을 더하고 체코 본토의 언어로 전달하는 노래와 대사가 난해하게 들리기보다 신선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선입견 없이, 부담감 없이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메피스토>다.

▲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를 뮤지컬을 통해 이해시킨다 (사진제공=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큰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중간중간 이야기 흐름이 다소 헐거워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지만 <메피스토>는 고전의 새로운 해석과 개성있는 인물들, 대중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스토리를 통해 창작뮤지컬의 하나의 새로운 제안을 우리에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우리의 정서에 맞게 각색을 해서 상연해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며 특히 현재 뮤지컬에 노역 캐릭터가 그렇게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파우스트 캐릭터는 중견 뮤지컬 배우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중견 뮤지컬 배우와 스타 뮤지컬 배우가 함께 어우러지는 우리 식의 <메피스토>를 기대할 만 하다.

참고로,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꼭 기억해야할 이름이 있다. 대니얼 바르탁. 그는 젊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를 연기하는 배우이면서 이 뮤지컬의 음악을 맡은 작곡가이다. 그의 실력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또다른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