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이제 제주도민에게 다가설 때다
[기자의 눈]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이제 제주도민에게 다가설 때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6.25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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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열렸다. 제주 주요 지역과 제주 주요 공연장,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이번 페스티벌은 각 문화예술단체의 아트마켓과 학술행사, 쇼케이스 등을 통해 문화의 활성화를 추구하는 행사였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결산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문예회관 200여 개, 공연예술단체 250여 개에서 사전등록자만 역대 최다인 2천여 명이 참가했으며, 문화예술 관련 기관, 일반인 등을 합하면 1만2천여 명에 이른다. 아트마켓의 가계약 건수는 현장집계 기준으로 150여 건을 기록하여 전년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쇼케이스 및 프린지 등은 연일 만석을 이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 해비치페스티벌 아트마켓

분명 해비치의 역할은 컸다. 무엇보다 문화예술단체와 공연장의 만남을 통해 공연의 활성화를 꾀한 아트마켓과 주목할 만한 공연을 미리 소개하며 새로운 볼 거리를 제공한 쇼케이스,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한 프린지 등은 주목할 만했다.

폭우가 내리면서 여러 프린지 공연들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문제 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막을 내린 것은 분명 페스티벌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행사는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 페스티벌이 무엇인가? '축제'다. 페스티벌은 어울림이 바탕이 되어야하는 축제다. 해비치가 문예회관, 공연예술단체 등 문화인들이 한데 어울리는 축제임은 분명하지만 그 어울림에 '제주도민'이 배제되어있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페스티벌의 본 목적은 공연장과 공연을 만드는 예술단체들의 유통"이라는 김혜경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해비치의 진정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해비치가 진정한 페스티벌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제 '그들만의 만남의 자리'를 벗어나 제주도민의 참여와 협조를 유도하는 행사로 조금씩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해변 무대에서 열리는 프린지와 야외정원 영화제, 면사무소에서 열린 쇼케이스 공연 등은 해비치가 도민에게 손을 내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제주도민들도 해비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행사장으로 가기 위해 탄 택시기사에게 해비치를 이야기하자 '페스티벌이 있느냐'라고 오히려 반문을 할 정도니 말이다.

지금처럼 '우리끼리 어울려도 잘만 진행했는데 뭘'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문화콘텐츠는 문화인들만 선택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도 선택권이 있다. 그리고 대중들도 문화인들이 만들어놓은 행사를 즐길 권리가 분명히 있다.

▲ 쇼케이스로 선보인 청배연희단의 <청배>

18일 개막식 풍경을 보며 이 생각이 더 굳어졌다. 개막식이 끝난 후 디제잉 쇼가 진행됐고 흥겨운 음악과 함께 맥주파티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 여흥은 불과 30여분 정도 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무대 앞으로 나간 일부 참석자들은 얼마간 음악에 몸을 맡기는 듯 했으나 분위기는 금방 식었고 참석자들도 그렇게 흩어졌다. 참석자들 조차도 같이 어우러질 공간 배치도 없었고, 한켠에 자리한 맥주 제공 테이블 앞의 줄만 길게 늘어섰다. 말 그대로 유야무야, 파티인지 아닌지, 흥이 오를 듯 말 듯 하는 상황에서 잔치가 끝났다.

그 자리를 만약 도민들도 함께 했다면, 해비치 주변을 찾은 관광객과 함께 했다면 더 흥겹고 신나는 잔치가 됐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도민과 예술인이 함께 어울려 춤도 추고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로 건배도 하며 격의없는 자리로 이어졌다면 제주의 밤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해비치에 대한 대중의 기억도 새로워질 것이고 더 많은 도민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쇼케이스에 참여한 예술단체에게 면사무소나 초등학교 등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서 전막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주민들은 평소에 접하지 못한 공연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예술단체들은 공연의 반응을 보며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주민의 선택을 받은 공연이라면 충분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가능성을 더 확실히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에 많은 것을 바꾸고 당장에 제주도민의 참여를 이끌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리한 요구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예술계가 조금씩 '자기들끼리'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대중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중도 얼마든지 예술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문화의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문화의 중심에는 대중이 있다.

해비치는 분명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야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대중의 참여가 더 돋보여야한다. 대중과 함께 하는, 제주도민이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해비치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