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인니의 가을/서미숙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 인니의 가을/서미숙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8.07.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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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의 가을
               서미숙


붉게 익은 태양이 
짙고 푸른 적도의 바다에
몸을 식히던 날
높고 푸르게 하늘이 열리고
야자나무 큰 이파리는 
어느새 붉은 옷 갈아입는다.

불현듯 내 마음의 가을이
바람결에 멈춘 듯
열대 잎 위에 조용히 머문 비는
눈물 같은 촉촉함으로
추심秋心으로 적신다.

타국에서 만난 가을
오랜 세월 헤어졌다 만난
그리움 되어
가슴을 말갛게 물들인다.

▲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인니는 적도에 걸쳐 있는 인도네시아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적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에 가을이 있는지 모르겠다. 식물은 잎갈이를 하니, 상하의 나라에서는 수시로 가을일지도 모르겠다.

적도는 태양과 가까이 있어 항상 뜨거울 것 같다. 적도에서는 태양도 붉게 익는가보다. 푸른 바다와 높고 푸른 하늘, 야자나무 큰 이파리를 붉게 물들이며 오는 적도의 가을. 타국에서 이런 가을을 맞는 화자는 계절의 가을을 마음의 가을로 전화시키고, 다시 태평양 건너 먼 고국의 가을을 추억하며 촉촉이 눈물에 젖는다.

지난 것들은 모두 그리움이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