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종 종로구청장 “문화와 예술로 도시가 재생하는 종로구, 꾸준하게 만들겠다”
[인터뷰] 김영종 종로구청장 “문화와 예술로 도시가 재생하는 종로구, 꾸준하게 만들겠다”
  • 이은영 대표/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8.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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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정체성 문제 국회가 앞장서야, 과잉관광 문제 주민과 계속 숙의할 것”

지난 6월 13일 열린 지방선거, 종로구민은 또다시 김영종 종로구청장을 선택했다. 마지막 임기인 3선 구청장이다. 문화와 예술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종로를 만들겠다는 그의 걸음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종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리지만 지금은 문화의 중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기에 문화로 인한 문제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과도한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한옥마을, 벽화마을 문제와 젠트리피케이션, 인사동의 정체성 문제 등은 다시 한 번 김영종 구청장이 짊어져야할 숙제임이 분명하다.

이제 47개월이 남은 구청장 활동, 그는 어떤 모습으로 종로를 업그레이드하려할까?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본지는 종로구청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 김영종 종로구청장

올해 지방선거에서 3선 구청장이 되셨다. 그간 임기를 마무리 하는 셈인데 각오가 있다면?

3선을 준비 할 때 이미 각오했다.  종로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기로. 그 생각을 하지 않으면 3선을 할 수가 없다. 이전보다 더 높은 지지로 당선이 됐는데 응원해주고 지지해주신 기대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더 열심히 구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종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려한다.

민선 5,6기 종로구청장으로 일하면서 참 후다닥한 것 같은데(웃음) 종로를 아름답고 안전한 도시, 주민 모두가 행복한 건강도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눈앞의 겉보기에만 좋은 '상품'보다 세월이 더해가며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마지막인만큼 그간의 성과와 변화를 바탕으로 종로를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도시, 구정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도시, 지속발전 가능하고 살기좋은 도시로 완성해가겠다. 

종로에 장애인복지관을 만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종로에 장애인복지관이 없어서 하나 정도는 만들어야하는데 그 자리에 원래 문화회관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문화회관은 세종문화회관도 있고 종로구에 없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문화회관을 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었고 복지관을 세우려는 곳이 장애인이 많이 사는 곳인데 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학교 끝나고 아무 것도 못하니 부모들이 아무 일을 못하고 계속 돌봐야하는 거다. 그분들에게 보탬이 되게 하려고 한 것이다. 복지 공간도 중요하지만 살림을 키우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참고로 요즘은 '4년'이라고 하지 않고 '47개월 남았다'고 한다. 하루라도 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웃음). 내가 마무리한다는 것은 어렵다. 행정의 연속성이 있기에 꾸준하게 누구나 계속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미세먼지 없애자는 이야기를 2006년 선거 때부터 했는데 그 때 다들 이상한 공약을 했다고 생각했다(웃음). 그런데 지금 미세먼지 문제가 선거의 화두가 될 정도로 엄청나게 부각됐잖나. 도시 청소, 물청소 등을 실시하고 꾸준히 먼지가 일어날 수 있는 요소들을 해결하고나니 지금 정말 깨끗한 도시가 됐다. 꾸준하게 하니까 되는거다. 건강해야 문화생활도 할 수 있지 않나?(웃음)

민선 5, 6기를 거치면서 문화예술분야에서 거뒀다고 생각하는 성과가 있다면?

기존의 것을 철거하고, 대형 건축물을 만들기보다는 종로의 개성을 지키며 자연과 역사, 문화를 융합해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진행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바로 종로구의 책무라는 생각으로 한복, 한옥, 한식, 한지, 한글과 같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지키는 일에 역량을 집중했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간부들과 직원들이 '전통한복 입는 날'을 정해 우리가 먼저 한복입기를 실천하고 한복을 입고 식당을 방문하면 음식값을 할인해주는 '한복음식점' 운영과 집에서 잠자고 있는 오래된 한복을 개량해주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곱다, 한복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매년 9월 '종로한복축제'를 종로 일대에서 열고 있다. 전통문화 관련 공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과 더불어 축제에 참여한 모든 시민이 강강술래를 하며 하나되는 자리를 통해 우리 한복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렸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관광 육성축제로 지정되어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컨텐츠가 됐다.
  
한식의 맛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전통음식축제를 열어 궁중음식, 사대부가의 음식 등 전통 상차림을 재현하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과거 궁중에 납품하는 한지를 만들던 '조지소'가 있던 세검정 자리에는 종이박물관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치수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공간을 만들 예정이며 꼭 이루려한다.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통인시장, 버려진 가압장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윤동주문학관, 조선시대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수록된 수성동계곡을 복원하며 문화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동네로 변모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그밖에 광화문 지하를 하나의 공간으로 조성한 청진지하보도, 한번 설치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보도블럭, 한강변 구립운동장, 마로니에공원 재정비, 북촌마을안내소 홍현, 친환경 어린이놀이터, 수도권 최초 창신․숭인도시재생 선도사업 등을 진행하며 종로를 살기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일했다.

‘자문밖창의예술마을’을 야심차게 진행해 왔다. 지금 어느 정도 진척돼 있는가?

자문밖 5개동인‘부암·평창·구기·홍지·신영동’ 지역은 북한산이 감싸 안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미술관, 갤러리 등이 밀집되어 이어령 선생 등 문화 예술인만 100명이 넘게 살고 있는 문화마을이다. 

이 곳을 세계적인 아트밸리(Art Valley)로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 청소년수련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예술가들과 주민들을 연계하여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민과 관의 협업하에 마을경관사업 등을 통하여 문화예술마을의 환경을 점진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은 예술정보자원(아트아카이브)를 활용한 연구개발, 소통과 배움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 전시 등을 복합적으로 전개하는 ‘종합적인 시각예술 플랫폼(도서관, 기록원, 미술관의 융합모델)’ 으로 건립할 계획으로 건립계획 초기 단계부터 지역 예술인들을 자문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 다양한 의견을 수합하여 건축계획에 반영하였으며, 착공 이후에도 지역 예술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올해는 주민 주도의 창의예술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역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창의마을 활성화 공모사업을 시행했고, 그 일환으로 지역내 유휴공간인 평창동 구 견인차량보관소를 활용해 지역예술가들과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거점공간으로 조성해 지역민과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지역축제, 문화공연· 강연· 문화 홍보사업 등으로 지역 문화예술 사업을 활성화 시킬 것이다.

▲ 김영종 구청장은 지난 2016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제6회 문화대상 문화경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인사동의 정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통을 지키는 곳이 아니라 공산품 상점만 늘어가고 있다. 그동안 여러 대책을 세워온 것으로 아는데 여전히 역부족인 것 같다

기본권을 제한해야하는 문제인데 이게 쉽지가 않다. ‘인사동에서는 무슨 사업을 하면 안돼’라고 하는 건 사업을 하려는 이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나 국회가 법을 만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이지 구가 하기에는 어렵다. 구청장이 아무리 수단방법 다 써도 할 수 있는 일은 문화 업종 건물의 세금을 감면하고 위법 여부를 파악하는 것외에는 없다. 일단은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근본적인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전통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콘텐츠로 인사동의 옛모습을 느끼도록 했으면 한다

좋은 생각이긴 하다. 그런데 현재 국적불명의 것들이 거의 장악을 하고 있다시피해서 사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순수 우리 떡메치기 같은 것은 정말 좋은 체험인데, 그조차도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앞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주시라. 전통체험을 늘리는데 힘써 보겠다.

서울시가 인사동의 장인들을 대상으로 전통지킴이 사업을 하고 있지만 실제 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질적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취지는 정말 좋지만 세부적인 방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종로구가 잘 알아보고 문제점을 파악하도록 하겠다. 전통지킴이 사업에 대해서는 구에서도 파악이 안 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알아보도록 하겠다.  

종로구의 큰 문제로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대두되고 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는 서울시와 종로구가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숙관광 관련 캠페인과 언론보도, 여행사 협조요청 등을 통해 다각도로 노력하지만 주민들의 불편이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주민들과 계속 대화하고 있다. 외국 상황도 알려주며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해 해결해보자고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니까 ‘김영종 물러나라’고 하더라(웃음). 그분들게 ‘물러나라’가 아니라 ‘앞장서라’라고 고치라고 했다. 내가 앞장서야 고칠 수 있지않나(웃음). 

주민․관광객․상인과 계속 상의하며 관광객 수를 제한하거나 시간조정, 관광지역 주민을 위한 인센티브,일자리창출 등 여러가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문화업종 이전에 생활업종들이 쫓겨나고 그다음 문화업종, 그리고 요식업종이 무너지고 다른 상권이 무너진다. 상권이 망하면 같이 죽는거다. 업종이 단순화되면 견딜 수 있는 업종만 남는데 결국 술, 먹는 상권만 남는다. 동네가 그러면 죽는다. 먹는 것만 남다보니 볼 것이 없고 결국 값을 올리다가 빈 집으로 남는다. 

법적 제재나 건물주와의 협약 등의 방안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와 세입자가 갑을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관계’라는 믿음을 가지는 일이 선행 되어야 한다고 본다. 구가 그 가교 역할을 지속해야할 것이다. 누굴 위해가 아니라 서로 상생하려고 분위기 만들고 상생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 체제로 만들려한다. 

민선 7기 역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모든 행정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누구나 즐겁게 찾아올 수 있는 곳,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곳, 비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이 불편없이 살 수 있는 건강한 도시를 만들려한다. 이를 위해 청렴하고 깨끗한 도시,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도시, 자연과 더불어 건강한 도시, 역사 문화로 잘사는 스마트 도시, 누구나 희망을 꿈꾸는 도시를 추진 과제로 삼았다.

공직자의 최우선 과제는 청렴과 친절한 행정을 어떻게 구민에게 제공하느냐이다.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감사제도를 활성화하고, 신속․정확한 민원처리로 구민의 행정만족도를 높이고 , 부패요인을 상시 감찰하고, 여성평가단을 통해 여성의 섬세한 눈으로 부조리와 예산낭비를 예방하겠다.

명품도시의 전제 조건은 안전이며 모든 구정의 기본은 안전이다. 구청장으로 일하면서 어떤 사업보도 최우선에 두고 실천한 것이 안전이다. 관내 곳곳에 설치된 방범CCTV를 한 곳에서 모니터할 수 있는 CCTV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안전자문관 제도를 통해 안전전문가로부터 통합적이고 전문적인자문을 받아 발생가능성이 높은 각종 안전사고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구의 신축 건물의 건축허가를 심의할 때 법적으로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아닌 저층 건물의 경우에도 내진설계를 반영하도록 건물주를 지원하고, 보행에 장애가 되는 시설물과 무분별하게 설치된 안내판, 지주 등을 정리하는 ‘도시비우기’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도시를 정리정돈하고 있으며, ‘미리비우기’ 사업으로 불필요한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 할 예정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어르신들이 편안히 종로에서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는 경로당을 확충하고,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도와줄 장애인통합회관을 종로1.2.3.4가동에 개관할 예정이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현대화하고, 청소년 문화의 집을 건립할 계획이다.

매일 아침 대로변을 물청소하고, 재비산 방지를 위해 분진흡입차량으로 도로의 먼지를 줄이고 있다. 경로당, 어린이집, 소극장, 체력단련장 등 많은 구민이 이용하지만 대기관련 법령의 사각지대에 있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것이다.

종로는 북한산, 인왕산, 근린 공원 등 풍부한 녹지대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도시농업을 활성화하려한다. 나대지, 건물 옥상 등을 청소해 그 자리에 텃밭을 조성하고, 자투리 부지에 녹지대를 만들어 도심 경관을 개선과 미세먼지 없는 쾌적한 종로를 만들겠다.

▲ 김영종 구청장은 지난해 6월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열린 서울무용협회 주최 ‘한국무용의 날’ 기념행사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처용무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제공=종로구)

앞으로 만들고픈 종로구의 모습은?

할머니가 어린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를 걸어 갈 때 어떤 위험이나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안전한 도시, 지금의 구민들과 그 후손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한 도시, 북한산의 새들이 종로 도심에서 지저귀는 생태도시를 꿈꾸고 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매력있는 장소로 만들고 그 매력으로 사람들이 오게 만들고 사람들이 오면서 도시가 일어나고 재생하는, 도시 생태가 살아있는 종로구를 만드는 것이 지난 8년간 해왔고 앞으로도 할 일이다.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 이웃의 삶을 살피며, 주민이 바라는 종로의 변화를 위해 ‘작은 것부터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라는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중심 명품도시 종로’를 완성하겠다.

‘명품도시’는 구청장만 잘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도시가 아니라고 본다. 주민 여러분의 좋은 의견과 적극적 참여가 있을 때 누구나 살고 싶고, 찾고 싶은 종로로 거듭날 것이다. 명품도시를 향한 종로를 위한 힘찬 발걸음에 주민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