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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 전에는 지도가 없었을까? 아니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지도예찬> '조선은 지도의 나라였다'
2018년 08월 22일 (수) 18:08:24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고산자 김정호는 백두산을 여덟번이나 오르내리며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동여지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조선은 그의 업적을 '나라의 기밀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보고 그를 옥에 가두었고 김정호는 문초를 받은 끝에 옥사했다'.

우리는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대해 이렇게 알고 있었다. 분명히 교과서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렇다면 김정호가 등장하기 전 우리의 지도는 정확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지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김정호를 감옥에 보내고 죽일 정도로 조선이 무지한 나라였던 것일까?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지도예찬-조선지도 500년, 공간 시간 인간의 이야기>(이하 <지도예찬>)는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대한 기존의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전시다.

   
▲ <평양성도>

조선시대 지도를 주제로 한 최초의 대규모 전시인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요 소장품은 <동국대지도>(보물 제1582호), <대동여지도> 목판(보물 제1581호) 등과 더불어 <조선방역지도>(국보 제248호) 등 국내 20여 기관과 개인 소장가의 중요 지도와 지리지 260여점(국보 1건, 보물 9건 포함)을 통해 조선이 '지도의 나라'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의 맨 처음은 15세기 조선이 만든 '동아시아 최초의 진정한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다. 중앙에 중국, 동쪽에 조선과 일본, 서쪽에 아라비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그려 놓은 이 지도는 이미 우리가 15세기부터 지도에 눈을 뜨고 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화가 윤두서가 그린 <동국여지지도>는 이미 우리 국토의 형태가 어떻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고 정상기가 그린 <동국대지도>를 보게 되면 거의 우리가 알고 있는 한반도의 모습과 같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대동여지도>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지도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동국대지도>가 없었다면 <대동여지도> 또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 <동국대지도>

물론 역사에서 우리는 김정호 이전에 여러 지도가 있다는 것을 배웠지만 대부분 '정확하지 않다'는 말 한 마디로 묵살되었다. 그러나 조선은 15세기에 이미 세계지도를 만들 정도였고 수시로 지도를 만들어 보급하는 등 지도에 정성을 기울여왔다는 것을 보여주려한 것이 <지도예찬>이다.

사실 이 당시 지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길찾기'의 용도이기보다는 일일이 지방에 내려갈 수 없는 왕과 정승들을 위해 지역에서 만든 것이며 중앙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전시 때 무엇을 할 지를 준비했다고 한다.

또한 양반들이 찾을 수 있는 성이나 장소들을 부각시켜 양반들에게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남한산성을 그린 <남한지도>는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남한산성을 그리면서 주요 시설을 자세히 그리면서 지낼 수 있는 곳을 소개하기도 한다.

때로는 지도에 '이상향'을 그리는 일도 있다. 19세기 말에 나온 <평양성도>는 하늘에서 평양을 보는 듯한 시점으로 섬세한 묘사를 하는데 사실적인 묘사를 하면서도 마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평화로워보이는 평양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이는 지도를 회화의 한 종류로 생각했던 당시의 생각과도 궤를 같이 한다. 지도는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자세히 들여다보게해주는 '회화'였던 것이다.

   
▲ <대동여지도>

자, 그렇다면 김정호의 업적은 빛이 바랜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전시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대동여지도>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목판 작업을 하는데 이를 통해 지도를 백성들에게 전하려한다.

김정호는 그간에 만들어졌던 지도와 자신이 직접 다닌 것을 바탕으로 정확한 지도를 만들어냈고 그 지도를 목판을 통해 보급하려했다. 지도의 역사에 김정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화가와 중인들의 노력이 앞에 있었고 그것을 김정호가 매조지한 것이다.

사실 눈으로만 <지도예찬>을 본다면 감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비슷비슷해보이는 지도의 모습을 계속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피로와 함께 '무슨 차이가 있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박물관 측의 욕심이 가져온 단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도예찬>을 통해 '조선의 지도가 이런 특징이 있고, 우리의 지도가 정확하면서도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지도예찬>의 주제를 관통하는 생각일 것이다. '조선은 지도의 나라였다' 이것을 생각한다면 <지도예찬>의 소기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지도예찬>은 10월 2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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