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에서 성행한 빽판과 빨간책, 전자오락의 추억
세운상가에서 성행한 빽판과 빨간책, 전자오락의 추억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8.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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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박물관 특별기획전 <메이드 인 청계천: 대중문화 '빽판'의 세계>

1960~80년대 청계천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성행했던 추억의 '빽판', '빨간책', '전자오락'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 <메이드 인 청계천:대중문화 '빽판'의 시대>가 24일부터 11월 11일까지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메이드 인 청계천>은 청계천박물관이 청계천에서 만들어지 유무형의 자산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 전시로 이번 전시가 첫 전시다.

전시회에서는 라디오의 전성시대였던 1960년대, 유명 DJ들이 이름을 걸고 음악방송에서 나온 음반을 편집해 만든 '라디오방송 빽판'을 볼 수 있고 빨간 비디오가 유통됐던 세운상가를 상징적으로 연출한 '빨간 방'을 통해 세운상가 인근에서 유통했던 잡지들과 더불어 추억의 오락실 게임인 '너구리'와 '갤러그'를 체험할 수 있다.

▲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일본 싱글 앨범과 일본어 <동백아가씨>가 실린 빽판 (사진제공=서울시)

불법 복제품인 '빽판'을 통해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악, 특히 해외 아티스트들의 팝송을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 음란물 유통이 이뤄진 세운상가에서 야한 잡지를 몰래 챙기거나, 빨간 비디오테이프라는 호객 행위를 믿고 집에서 틀어본 비디오가 '전원일기', '전국노래자랑'이었던 기억, 오락실에서 '너구리'와 '갤러그'에 정신이 팔렸던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빽판과 음란물의 기억은 '긴급조치 제9호'로 대표되는, 당시 군사 정권의 압박이 한몫을 하고 있었다. 대중문화가 위축되면서 사람들은 금지된 빽판에 관심을 기울였고 청계천과 세운상가는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장소가 됐다. '세운상가만 단속하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운상가 일대는 음란물 유통의 중추적 공간이었다.

청계박물관 측은 "한때 세운상가 주변을 찾는다는 것은 대중문화를 찾는 것이란 의미가 있었다. 전시회를 통해 대중문화의 언더그라운드 청계천이 서울에서 대중과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시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