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중원 장예총 이사장 “장애인 문화진흥, 국회와 문체부가 적극 나서야할 때”
[인터뷰] 안중원 장예총 이사장 “장애인 문화진흥, 국회와 문체부가 적극 나서야할 때”
  • 이은영 발행인/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8.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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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예술진흥법 보완, 문체부 내 ‘장애인문화정책 담당과’ 신설 등 시급”

태어난 지 9개월만에 소아마비로 인해 장애인이 된 안중원 (사)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이사장. 그는 방송 작가로 활동하면서 최초의 장애인 방송인 KBS ‘내일은 푸른하늘’에서 작가 생활을 하던 중 1년 만에 방송을 폐지하려하자 장애인 시청자들과 함께 이를 막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중매’를 서며 많은 장애인들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10여 년 동안 매개자의 역할도 했다.

지금 그는 장애인문화예술단체를 아우르며 장애인문화 발전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장애인문화축제와 공연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빈약한 장애인문화예술진흥법을 내용을 채워가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일정 기간 장애인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쿼터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 장애인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지역문화센터, 해외에 우리 장애인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와 공연. 그가 상상하고 만들어가고 현실로 이룬 과정 하나하나가 장애인문화의 진보였다.

장예총, 그리고 안중원 이사장이 그려가고 있는 장애인문화예술의 미래,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차례다.

▲ 안중원 장예총 이사장

지난 해 취임 후 올해 ‘장예총의 변화’를 외쳤는데 어떤 변화를 생각했는지

첫째는 회원 단체간의 내부적 협력이다. 각 단체들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도록 단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 단체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만드는 길이다. 둘째는 국제화로 눈을 돌려야하기에 국제문화교류사업을 하기로 했다. 다음달 6일에 시작하는 장애인문화예술비전포럼이 바로 그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 장예예술이 세계적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장애문화예술도 프로그램도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자신한다. 이제는 공연 쪽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에 국제교류를 활성화하고 공연은 물론 예술인들도 국내만 머물지말고 해외로 진출할 필요 있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가적인 지원은 어떤가

누가 만들어주는 문화예술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장애인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우리 장애인이 유명하고 해외에도 일조하는 것이 엄청 많다. 이들이 형편이 좋아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가 보내줘서 한 것이 아니다. 자기 돈으로 비행기타고 참석하는 것이지 나라가 보내준 적이 거의 없다. 노력하고 모여서 하는 것이지 지원받아 가는 이들이 없다. 장애인들이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가 보이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에 장애인 관련이 단 한 줄 있다. 편의시설 지원이 들어가있고 예술단체 지원을 할 수 있다. 이조차 임의 규정으로 되어 있다. 적용을 시키기 어려운 상황인데 그나마 우리는 그 덕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웃음).

좀더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있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예술에 종사하는 장애인의 숫자가 많다. 그래서 반드시 법령 보완이 필요하다.  12월 정기국회에서 장애인문화예술진흥법안이 만들어져야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장애인문화정책을 담당하는 과가 있어야한다고 본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장애인 쿼터제’를 시행해야한다고 본다. 지금은 정말 접할 수가 없다. 장애인들도 좋은 시설에서 그림을 전시하고 공연을 해야 관객들을 만날 수 있지, 지금처럼 조그맣고 한가한 곳에서만 한다면 백날 해도 관심을 가져올 수 없다. 

지금은 일정 부분에서 보호를 해주지 않으면 투자도 관심도 없다. 누가 어디서 보고 투자를 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비장애인 예술인과 장애인 예술인은 출발 자체가 다르다. 그 점을 알아둬야한다.

2018 장애인문화축제가 9월 7~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의 특징을 설명해달라.

그동안은 장예총이 주도하다보니 회원단체 봐주기가 솔직히 힘들었다. 회원단체 위주로 배분이 되고 그들이 축제를 만들게 하는 것이 방침이었는데 금년에는 비회원단체도 안고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해 참가단체와 참가자가 지난해보다 거의 2배로 늘어났고 이들에게 최선의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제공하도록 노력했다.

지난해의 광화문 쪽 메인 무대만 크게 짓고 반대쪽 서브 무대는 초라하게 했는데 그 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땡볕에 앉아 공연을 보는 등 소외되는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메인도 지난해보다 잘 만들었지만 서브도 메인 못지 않게 만들어서 다 공존하도록 했다. 대극장과 소극장이 공존하는 식이다. 메인 무대, 보조 무대, 부스 등을 활용해 같이 어우러지는 행사를 하려한다. 

해마다 개막식을 치르면 ‘볼 거 없다’는 말도 나왔고 돈을 주고 비장애인 예술인을 출연시키는 것이 장애인 축제냐는 소리도 들었는데 이번 개막식은 비장애인 연예인이나 예술인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장애인들이 축제를 꾸민다.

레나 마리아 같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장애예술인도 초대해 국내 장애예술인과 콜라보도 준비 중이다. 행사가 끝나면 적어도 비장애인 불러서 돈 퍼줬다는 말 안 나올 것이고 장애예술인의 수준이 실제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인정받으리라 확신한다.

컨셉은 ‘콜라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콜라보, 외국 유명 장애 예술인과 우리 장애예술인이 함께하는데 종국의 목표는 장애인이 사회에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다. 장애문화예술은 장애인만의 행사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다같이 봐주고 관심을 가져야하는 분야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와서 즐기도록 배려를 많이 하고 외국인도 많이 오니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설명들도 준비했고 시청각 장애인도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28회 장애인문학상과 미술대전도 준비하고 있다

8월 말에 심사를 끝내고 오는 10월 16일 시상식과 함께 예술센터 1층 로비를 전시장으로 꾸며서 전시회를 연다. 한국화 서양화 서예 문인화 조각 공예 등 80여점의 입상작들이 선보이고 문학상도 그날 시상한다.

장예예술인의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인경연대회 ‘스페셜 K' 어워드가 10월경 열릴 예정이다. 클래식, 실용음악, 국악, 뮤지컬, 연기, 연극 등이 있다. 8팀이 대상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국제교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11월에 이집트로 간다. 교류를 많이 해야한다. 해외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예술인들이 얼마나 능력있는지를 알 수 있다. 정책 교류는 협약서 맺고 하는 것이라 괜찮은데 문제는 공연을 해야하는데 예산이 없다. 장애인문화예술 관련 행사를 해야하는데 공연팀도 소수정예로 가서 함께 해야한다. 포럼이나 협약도 중요하지만 실제적으로 장애인문화예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려면 공연을 해야한다.

▲ 지난해 열린 취임식

지금 우리나라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정책이 있다면

장애인문화센터가 있어야한다는 것을 계속 주장했다. 처음에는 누구나 남이 하는 것을 보고 구경하게 되어 있는데 장애인은 시설이 안 돼 있기 때문에 남이 하는 것을 구경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도 문화를 향유하고 즐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문화센터다.

서울에 좋은 건물 하나 놓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내가 필요할 때 갈 수 있고 보고싶을 때 볼 수 있고 하고싶을 때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장애문화의 여건이다. 다른 곳 쓰지 말고 지역 시설을 활용하자.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전문 인력 조직이 필요하니 조직과 인력을 양성하자. 지자체가 이에 힘쓸 필요가 있다.

장애인이 내가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고 장애문화도 이제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정부와 장예총이 좀더 협력되어야한다. 돈을 크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있는 돈도 잘 써야한다고 본다. 

앞으로 장예총이 갈 길은?

장예총이 할 일이 있고 정부가 할 일이 있다. 서로 할 일을 잘하면 된다. 직접 사업을 받아와서 수많은 단체에 나누어 배분해서 지원하는 것이 장예총인데 민간단체 역할에 충실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돈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기금 잘 운영하고 장예문화예술인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 정부에 전달하고 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과 장예총이 앞으로 깊은 협력 관계가 되어야한다.

정부도 공연장 쿼터제 문제 등 신경을 써줘야 하는 것이, 장애인문화예술단체 운영을 해봤는데 방법이 없다. 예산도 안 주고 사업도 못하는데 어떻게 운영하나. 결국 도둑 키우는 것밖에 안 된다. 일을 제대로 하도록 숨은 터줘야 한다. 예술이나 단체가 최소한 자기일 할 수 있는 요건을 마련해야하는데 문제는 예산 아닌가. 장애인도 시민이고 국민이다. 그렇다면 장애인 예술인과 비장애인 예술인이 하나다. 왜 따로 노느냐. 

비장애인과 출발이 다르다. 솔직히 봐 달라는 것이다. 문체부 예산 2%만 내놓아라. 똑같은 예술인데 이런 이야기할 수 있지 않는가. 장애인기금 따로 만들지 말고 지금 예술기금에서 하자. 2%는 최소 기준이다. 시작부터 많이 달라고 하고 싶지 않다. 

장애인 예술인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장예총은 앞으로 많은 분들의 일을 도와줘야하고 장애예술인들이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을 닦고 밀어드리는 것이 일이다. 여건은 사실 충분하지 않기에 나머지는 천상 본인들의 노력으로 해야한다. 우리는 일부분을 채우고 돕는 것이기에 장애 예술인들도 좀 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비장애인 예술인도 편하게 하는 이가 없잖나. 예술은 배고프고 힘들다. 장애인은 더할 나위 없다. 본인들이 감수할 부분이 있다. 누구나 유명해질 수 없지만 누구나 유명해질 수도 있다. 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이 있다. 그렇지만 보편적인 예술인으로의 혜택이 없기에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