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이야기] 조명예술, BRUCE MUNRO의 OREUM
[백지혜의 조명이야기] 조명예술, BRUCE MUNRO의 OREUM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대표
  • 승인 2018.10.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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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대표

현대미술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듯하다. 어떤 이는 개념미술이라는 용어를 써서 설명하고 어떤 이는 20세기 후반이라는 시기로서 정의하고자 한다. 또 어떤 이는 뒤샹의 ‘샘’이 변기가 아닌 작품으로 인정받은 사건을 현대미술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술사 쪽으로는 공부가 짧아 어떤 것이 옳은지 잘 개념이 생기질 않는다. 나에게 굳이 묻는 다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결과물의 형태를 갖는 것을 현대미술이 아닐까? 라는 대답을 하곤한다.

조명예술 light art는 빛이 고유의 광량(밝기)과 지속성이 보장된 조명이 된 다음에야 시도 되었으니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장르의 예술은 아니다. 그나마 빛 자체 보다는 조명기술에 의한 미디어 아트에 비하면 더더욱 생소한 예술분야인 듯하다.

미디어 아트가 모든 예술작품이 어떤 형태이든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포괄적으로 정의한다면 light art는 빛을 매체로 한 media art여서 그 구분이 모호할 수 있겠다. 

그러나 통용되는 바와 같이 미디어 아트를 사진이나 영상, 비디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작품이라는 좁은 의미로 사용한다면 조명예술은 미디어 아트와 아주 다른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명예술 분야에서 우리에게 그나마 친숙한 작가라면 제임스 터렐과 댄플라빈을 들 수 있겠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강원도 문막의 산뮤지엄에서 언제라도 볼 수 있도록 상설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고 댄플라빈의 작품은 얼마전 제2롯데월드 미술관 개관전시로 소개된 바 있다.
 
이 둘은 조명을 매체로 하였으나 그 방법이나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완전히 달랐다. 제임스 터렐은 인공조명을 사용하였으나 그 정체를 알 수 없고 그 위치나 설치 방법도 알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인공광원을 자연광원인 양 사용하려고 했던 흔적도 느껴진다.

어쩌면 그의 작품은 자연광원일 때 더더욱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는 사람의 시지각과 공간 그리고 빛이 만들어 내는 현상을 통해 실제하는 것과 관념적인 것들이 우리 주위에 동시에 존재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반면 댄플래빈은 제임스 터렐의 숭고함과 같은 영적 세계에 대한 무게를 걷어내고 형광등이라는 일상에서 쉽게 접했던 매체를 단순하게 ‘설치’하는 방법으로 빛이라는 현상에 의한 공간의 의미를 확장하였다. 사람의 시지각은 이번에도 빛에 의해 다양한 ‘seeing 봄’을 경험하며 자신이 시각을 통해 받은 정보에 대한 ‘앎’을 ‘느낌’으로 전달하게 한다.

이 두 작가의 작품 어디에도 하이테크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저 on/off에 의한 작품의 시작과 마침이 존재할 뿐이다. 

지난 여름, 제주도에 또 하나의 세계적인 조명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었다. 제주 LAF (Light Art Festa)에 6명의 작가가 조명작품을 전시하였는데 그 중 한명인 Bruce Munro의 작품은 위 두 작가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감흥을 준다. 

우선 그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외부, 대자연의 일부로 설치된다. 호주 울루루, 뉴욕 롱우드가든, 영국의 에덴프로젝트에 설치되었었던 FIELD OF LIGHT이나 WATER TOWER, CDSea 와 같은 작품을 보면 자연광에 의한 현상을 우리 주변의 매체를 이용하여 재현함으로서 흔한 감동을 특별한 경험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번 제주LAF에서 그는 OREUM이라는 우리나라 제주도의 고유한 지형을 작품 제목으로 설치작업을 하였고 삼만개라는 엄청한 빛조형물을 이용하여 대지와 빛과 바람이 연출하는 자연의 현상을 엄청난 감동으로 경험하게 한다.

브루스 먼로는 작품을 설치할 곳으로 제주를 염두에 두고 3년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이 전시를 본 후 나의 느낌은 이런 전시를 하도록 애쓴 모든 공적인 영역의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사실상 빛축제는 동절기가 긴 우리나라의 모든 지자체에서 한번씩은 시도했거나, 시도하려고 꿈꾸는 테마이나 대부분 루미에날레 식의 전등잔치로 발전하거나 발광 조형물을 전시하는 수준에 머무르곤 했는데 LAF는 조명예술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이해하고 광활한 대지를 공공에 내어주는 일 - 본래 녹차밭이었다고 하는데 사유지였을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그 오랜 시간 작가와 소통하고 그 의도대로 구현해 내는 일, 이 과정은 설치보다 유지 관리의 어려운 책임을 감내해야하는 공공에서는 떠안기 하기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더군다나 이 전시는 LAF가 끝나는 10/24 이후에도  이대로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더더욱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동하고 그리고 작품이 잘 보존되어 좋은 사례로 남길 바란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모든 지역의 빛축제의 질이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