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미도 연극평론가 “도종환 장관, 자신의 시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요?”
[인터뷰] 김미도 연극평론가 “도종환 장관, 자신의 시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요?”
  • 이은영 발행인/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0.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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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징계 0명 “문체부 오히려 진상조사위 활동 방해,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

지난 6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연루된 131명에 대한 수사의뢰 및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체부 소속 블랙리스트 관련자 68명에 대한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7명을 수사의뢰하고 12명을 ‘주의’조치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한 징계자는 ‘0명’이었던 것이다.

예술인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1인시위가 이어지고 각계각층의 성명서가 전해졌다.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문체부와의 공개토론을 제의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답이 없었고 도종환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박근혜 정권 당시 박근형 연출가에게 문화예술위원회 누군가가 ‘예술지원 창작산실 포기 종용’을 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보했고, 이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으로 활동했던 김미도 연극평론가(서울과기대 교수)는 누구보다도 문체부의 ‘배신’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그 느낌이 담겨 있었다. 문체부는 왜 예술인들의 뜻을 무시했을까? 그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김미도 평론가의 이야기에 집중할 시간이다.   

▲ 김미도 연극평론가

현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위원들이 거리로 나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유는?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이 감정적으로 분풀이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우리가 무조건)공무원들의 해임이나 파면을 바란다고 오해하고 있다. 일하는 공무원들을 어떻게 자르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것이 아니다.

조사위에 변호사가 3명 있었고 전문위원 조사를 바탕으로 충분히 법리검토를 해서 나온 안이고 모두 중징계를 요구한 것도 아닌데 징계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정부를 시작으로 문체부에서 내려오는 명령체계에 의해 한 것이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명령에 복종해야한다는 것이 있지만 공무원법상으로도 공무원이 부당한 명령에 응하면 안 되지 않나.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문체부 사무관은 안에서는 하위 직급일 수 있지만 산하기관의 책임자인 사무처장이나 본부장이 바로 이들 문체부 사무관, 주무관의 명령을 받고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징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마땅한데 아무 징계가 없다. 수사의뢰만 한 것이다.

그 사이 퇴직한 이들을 제외하면 징계 대상자가 많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고 남아있는 이들도 이미 감사원의 주의를 받았기에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 문체부의 입장이다. 이미 한 번 주의를 받았기에 그 이상을 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진상조사위의 조사로 새로운 비위가 드러났고 더 광범위한 것이 드러났기에 일사부재리가 성립이 안되고 이미 법률적으로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문체부 장관이 진상조사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처럼 해놓고 막상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고 문제제기 했는데, 장관에 대해 심정이 복잡하겠다

배신과 애증이 겹쳐있다. 나는 모든 것을 걸었는데 장관은 무엇을 걸었는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면 2015년 창작산실에서 박근형 연출가에게 지원사업 포기를 종용한 내용을 녹취했고 도종환 당시 국회의원 측의 연락을 받고 그 증거를 줬다.

사실 얼마나 겁나는 일인가. 그것이 국회의원으로서는 건수를 올리는 것인지도 모르지만(웃음) 나는 가만히 있어도 되고 퍼뜨릴 이유도 사실 없다. 교수로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삶을 포기하고 모든 불이익 각오하고 바뀌지 않으면 이민갈 생각까지 하며 당시 도종환 의원에게 넘긴 것이다. 그것이 도종환이라는 분에 대한 첫 믿음이었다. 

같이 잘 싸웠지만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묻히는 일도 생겼다. 정치인이 결국 이슈를 쫓아 다니지 않나. 2015년 겨울부터 2016년 여름까지는 이 문제가 완전히 죽어있었다. 그러다가 2016년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의원이 블랙리스트가 언급된 회의록을 찾아내서 처음으로 터뜨렸다. 그 점에는 감사하고 있다.

중간중간 다른 이슈를 쫓느라 뒤로 미뤄졌지만 그래도 1년의 시간 동안 이 사태를 놓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감사했다. 그러면서 촛불과 탄핵이 일어났고 TF 꾸리고 위원회가 발족됐던 것이다.

TF 발족하면서 특별법 제정, 대통령 직속 체제를 주장했는데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통령 직속 체제로 결론을 지었어야하는 것이다.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법을 만들고 대통령 직속으로 가는 기간이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6개월이면 이미 증거가 인멸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도 장관이 위원들을 불러 간곡하게 부탁했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이다. 장관 훈령으로 가도 자신이 인사권자이기에 책임 규명 및 처벌을 진지하게 약속했다.

장관의 표정에서 진심을 봤고 증거가 인멸되기 전 빨리 조사가 되어야하기에 장관의 약속을 믿기로 했는데 그게 패착이었다. 강제 조사권이 없어서 협조하지 않겠다고 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었고 문체부 산하기관 아닌 다른 곳도 조사해야하는데 그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계가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았다. 원래 기한도 6개월 시한으로 시작해 3개월씩 연장한다고 했는데 그 말도 너무 믿었다.

현재 진상조사위는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가?

12월 연말 예산심의에서 자유한국당이 막는 바람에 2018년 예산이 나오지 않았다. 장관이 한다는 말이 '예산이 없어서 문을 닫아야한다'는 거다. 불과 6개월만에. 이제 겨우 시작했는데 장관이 어떻게든 살려서 하게 해야지, 예산 없다고 무조건 문닫으라고 하는 것이다.

난리난리쳐서 3개월을 간신히 연장했는데 우리는 할 일이 많아지는데 시간은 지나고 예산 없다면서 당장 사무실을 빼라는 등 이야기가 나와서 사무실에 텐트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예산 없다고 야근하면서 먹은 식당 장부를 치워버리기도 하고... 

결국 백서 발간 예산을 연장 기간 살림으로 써야했는데 그 걸로도 인건비를 마련할 수 없어 인원을 줄여야했다. 사람을 내보내야한다는 것이 뼈아팠다. 문제는 인원을 줄이면 나간 사람이 했던 일을 다른 사람이 자료만 보고 보고서를 받아써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조사가 끝나지도 않고 이의 신청을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보고서를 써야했다. 지금은 백서가 나올 상황은 됐지만. 우리가 조사한 기간이 8~9달이 채 되지 않는데 그 시간에 어마어마한 양이 나온 것이다. 

이후 장관이 윤미경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국립극단 블랙리스트’ 연루자로 드러나며 사퇴), 오정희 한국문학관추진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당시 ‘블랙리스트 방조’로 사퇴) 임명 건으로 사고를 치면서 데미지를 입었고 취임 1주년 인터뷰하면서 처벌을 확실하게 다짐했다. 그래놓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믿다가 다치고 믿다가 다치고의 반복이 됐다. 진심을 전하는 것 같아 믿음을 갖다가도 또 다치는 일의 반복이다.

문체부에서도 이런 결과를 낼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가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것이다. 떳떳하고 당당한 이유가 있다면 우리에게 말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우리가 수긍하면 되는 것이고. 토론을 제안했는데도 문체부는 답이 없다. 

책임규명 권고안에는 후속기구를 만들기로 했는데 기구를 만들기 전 위원회가 빨리 문을 닫아 그 사이에 이행협치추진단을 만들자는 것이 권고안에 있고 마지막 의결사항이기도 했다. 
추진단에 세 가지 중요한 임무가 있는데 책임규명 권고안 이행, 백서 발간, 제도개선 권고 이행 점검이다. 

백서 발간 문제를 마지막 전원회의 때 이야기했는데 문체부는 백서 발간을 재촉하고 나와 뚝딱뚝딱 만들고 싶어했지만 위원회가 해산되니까 소속이 상실되지 않나. 그래서 추진단 안에 실무팀을 만들어 이행추진단 점검하에 백서를 만들기로 했는데 3개월 이내에 백서를 만들어야하는데 추진단 구성 문제로 한 달 반을 그냥 날리고 8월에 첫 회의를 하려했는데 멋대로 기구가 둘로 나누어있었다.

이행협치추진단에 제도개선팀, 백서발간팀만 만들고 ‘책임규명이행준비단’ 을 문체부가 멋대로 만들었다.  민간위원이 참여한 이행협치추진단에서는 책임권고안을 점검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책임규명이행준비추진단에 들어간 변호사들이 누군지도 우리는 모른다.

9월 문체부의 이행 기자회견도 우리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했다. 우리도 전날에사 알았다.  그 회견 내용도 우리가 알지 못한 상황에서 협의 없이 멋대로 발표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나누고 우리를 배제시킨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장관이 기구가 둘로 나누어진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식으로 보고를 받았는지,  발표가 나간 상황에서 예술인과의 어떠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되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것이 굉장히 궁금하다. 왜 예술가의 우두머리가 예술가를 만나지 않고 공무원만 만나며 일방적으로 추진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체부가 어떻게 해야할까

전면적으로 재고를 해야 한다. 공무원들과 말이 통하지 않음을 느낀다. 책임규명이행준비추진단이 존재하는 것이 의미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전직 위원들이 모여서 장관과의 현장토론회, 백서발간 중지를 요구했는데 백서 작업은 최대한 진행하지만 이행협치추진단이 발간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에 추진단이 발간을 하지 말자하면 인쇄를 안 할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백서가 발간될 수 있을 지 회의적이다.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이렇게 소통이 안된다면 어떤 일이든 무조건 올스톱이 되어야한다.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원칙대로 하자는 것이다. 

▲ 1인시위에 나선 김미도 평론가 (김성균 다큐감독 촬영)

문화인의 힘만으로는 이를 뒤집기가 솔직히 쉽지 않아 보인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블랙리스트가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했는데 장관도 여당도 이를 선거 국면에 이용했을 뿐 지금은 나몰라라하고 있고 심지어 ‘감정적인 반응’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런 말까지 하면 안 되지만...도 장관과 여당은 블랙리스트로 표팔이한 것이다. 지금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결국 대통령과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마지막 카드라 생각했고 전직 진상조사 위원들이 모여서 광화문, 청와대 앞 등에서 1인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문재인 당시 후보가 예술인들에게 약속했던 것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해야하지 않는가.

블랙리스트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가장 충격적인 것은 대본에 빨간 줄 그은 사건이었다. 지금도 누가 그었는지를 밝히지 못했다. 연출가는 줄 그어진 대본을 받았는데 사무국장은 예술감독이 준 봉투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하고 예술감독은 모든 사실을 기억할 수 없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빨간 줄을 그은 사람은 누구인가?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나쁘고 충격적인 것은 대본에 자를 대고 빨간 줄을 그은 사람을 지금은 알 수 없다. 

검찰 같으면 조사를 해서 밝힐 수 있지만 우리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은 사람 스스로가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달한 사람만 있다. 그런 것이 가장 악질이고 충격적이었다. 

최종적으로 줄을 그은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전달자, 매개자에 연극계 원로와 동료가 연루되어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우리 내부에서 깊어지는 감정의 골과 불신, 증오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연극계에 몸담고 있으므로 우리쪽 얘기를 하자면)연극계 내에서 감정의 골을 만들어놨다는 것이다. 존경받은 원로에 대한 배신감, 증오, 내상이 깊어진 것이다. 밖으로 향한 분노도 문제지만 우리 안의 깊어진 상처는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화이트리스트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후속 기구 설립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책임권고안에 발목이 잡혀있다. 조사위가 빨리 문을 닫아 백서도 불완전한 보고만 해놨지 통계 분석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화이트리스트 중심 인물들로 지목되는 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불법은 아닌지라 개인을 처벌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앞으로 백서가 발간되면 민간 검열백서위로 돌아가서 민간으로 활동하려한다.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는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검열의 시대를 살아왔다. 경찰들이 가방을 뒤지고 책에 빨간 줄이 그어지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가 박근혜 정권 때 온 것이다. 그렇게 후퇴하면 안 되는 것이었고 그것을 도종환 장관이 생각해야 한다. 

도 장관도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잘 알 것이다. 어떻게 자신의 후배들이 글을 맘대로 쓸 수 없게 하는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다. 그것을 징벌하자는 것이다. 거기엔 타협이 없다.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사회라는 것은 민주적인 사회가 아닌 것이다. 책임 규명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도 장관에게 묻고 싶다. 자신이 썼던 시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