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상상을 초월한 '망가지는' 연극, 진지해서 엄청 웃긴다
[공연리뷰] 상상을 초월한 '망가지는' 연극, 진지해서 엄청 웃긴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1.12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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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엄청 웃긴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이 한 마디로 평이 가능하다. 2012년 영국 런던의 한 프린지 공연장에서 단 4명의 관객만 놓고 첫 공연을 펼친 이 작품은 6년 만에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를 휩쓸고 한국의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이유는 사실 단 하나다. 이 연극이 '엄청 웃긴' 연극이기 때문이다.

극중극 형식인 이 연극은 콘리 대학 드라마 연구회가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연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무대에 올리는 내용이다.

▲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그런데 극이 시작될 때부터 계속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소품이 떨어지고 문이 열리지 않고, 배우들은 대사를 잊어먹고, 버벅대고, 음향은 제 때 나오지 않고, 여배우는 갑자기 소품에 맞아 기절하고, 그 여배우를 대체하는 스탭은 국어책을 읽고, 극중 살인사건의 반전의 키를 쥔 주인공은 초장부터 반전의 대사를 뜬금없이 터뜨리며 김을 빼고... 

이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상상도 못할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데 그것은 연극을 보며 확인해야할 것이다. 아니, 말로 혹은 글로 이 연극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점점 망가져가는 연극을 본다는 것 자체가 폭소를 유발한다.

▲ 갈수록 꼬여가는 연극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 연극을 폭소와 함께 볼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진지함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연극을 끝내려하고 돌발 상황이 되어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상황은 더 꼬인다. 배우의 틀린 대사 하나 때문에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대사에 없는 엉뚱한 물건을 들고 있으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대사를 친다. 그 속에서도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하는 모습에 오히려 웃음이 터진다. 

절묘한 상황에서 나오는 슬랩스틱 또한 웃음을 유발한다. 소품이 떨어지면서 머리에 맞고, 갑자기 스탭의 손이 보이거나 아예 스탭의 모습이 등장하고 프로레슬링의 기술까지 구사되는 슬랩스틱은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타이밍에 따라 큰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치다.

만화 <톰과 제리>나 찰리 채플린의 영화, 희극배우 故 서영춘의 코미디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슬랩스틱의 정수를 이 연극에서 만날 수 있다.

▲ 기울어지는 무대 위에서도 배우들은 연기를 해야한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이렇게 망가지는 연극은 오히려 만들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순간순간 타이밍을 맞춰야하기에 그렇다. 즉흥극이라고는 하지만 무조건 즉흥으로 가면 오히려 흐름이 끊어지기 쉽다. 딱딱 맞는 타이밍 역시 이 연극을 보며 감탄하게 되는 이유다.

참고로 이 연극은 '인터미션'이 엄연히 있다. 극중극의 인터미션이기도 하지만 사실 배우들의 체력을 위한 인터미션이라고 이해를 하면 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과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내년 1월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P.S 연극 팜플렛에 따르면 '행정상의 오류'로 이 연극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고 원래 공연 장소였던 콘리 대학 체육관에서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에쿠우스>가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