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K-drama, K-beauty ... 수많은 K가 들끓고 있는 현시점, 부상하는 K-컬처 뒤에서 한국 역사의 발자국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K-전통 예술은 잊혀지고 있다. 이에 과연 한국은 진정한 문화강국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한국의 전통 예술 중 국악과 한국무용을 중심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발레와 피아노를 배우며 자란 우리들
“발레 ‘백조의 호수’는 알지만, 한국무용 ‘승무’는 몰라요.”
서양 문화의 우수성을 본받고 싶어 했던 한국 정서의 영향일까. 어릴 적 대다수의 아이들은 피아노학원이나 발레 학원에 다니곤 했다. 반면 같은 시기 아쟁이나 한국무용을 배운 사람은 드물다. 서양 문화로 조기교육을 받은 우리는 바이올린, 첼로 등 서양악기에는 익숙하지만, 가야금과 거문고는 쉬이 구분하지 못한다. 조국의 문화가 타국의 문화보다 더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게 된 것은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가.
필자는 한국 전통 예술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만큼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에 확신한다. 우선 ‘신선함’이다. 우리에게조차 한국 문화보다 서양 문화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익숙함’의 차이이다. 상대적으로 접해보지 못한 탓에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새로운 미지의 영역, 신비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에서도,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그저 잊혀지기에는 너무나도 큰 가치와 예술성이 이를 뒷받침하여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인다면 대체 불가능한 한국만의 예술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예술을 향한 선입견
국내외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한류’는 1990년대 후반 k-pop을 주변국에 수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명칭으로 이후 20여 년 동안의 전개 과정을 일컫는다. 20여 년이라는 기간에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깊은 세월을 지닌 우리의 전통 예술은 왜 여전히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예술가들끼리의 운영, 미비한 지원 실정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다만, 그중에서도 대중들의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클래식은 고급스럽지만, 국악은 촌스럽다는 선입견. 스트릿댄스는 재밌지만, 한국무용은 지루하다는 선입견. 이러한 선입견들이 전통문화와 우리의 거리를 계속해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예술가로서의 성공에 있어서 콩쿠르나 경연 대회 입상 경력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예술가도, 예술 장르도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전통 예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한국 대중들의 인식 제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지금부터라도 동시대의 흐름과 함께 부지런히 성장해 나가고 있는 전통 예술에 한 발짝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선입견은 사라지고, 전통 예술의 매력에 빠져 향유할 예술장르가 더해질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필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전통 예술의 묘미를 조금이라도 빨리 느껴보길 바라는 바이다.
국가 브랜딩 수단으로서의 전통 예술
2020년 작성된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 계획>에서 K-컬처가 국제 홍보브랜드로 정책의제화 된 이후 K-컬처의 핵심 담론 중 하나는 ‘국가 브랜딩(nation branding)’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은 국가 브랜딩의 주요 요소로서 국가의 고유성을 짙게 드러내는 예술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적 K-컬처인 한류가 온전히 한국만의 고유성을 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수입된 해외 대중문화를 받아들이며 융합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한류 문화인 K-pop 또한 해외의 POP, R&B, 힙합 문화 요소를 결합하면서 탄생했다. 필자도 한류의 업적을 높게 사는 바이나, 물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 지속가능하고, 진정한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한류의 영향력으로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게 형성된 지금, 우리의 전통 문화가 한류와 함께 두각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인들이 ‘굳이’ 한국의 문화를 즐겨야 할 만큼의 짙은 고유성을 지닌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의 미와,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 흐름에 맞는 전통 예술이 필요한 이유이고, 이러한 측면에서도 전통 예술의 활성화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풀어나가야 할 한국의 숙제이자,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