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과천관 상설전 부활...근대미술 한눈에
이대원·김창열·신상호 등 한국 작가 재조명
론 뮤익 전시 열린다…국제 거장전 확대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오랜 숙원이었던 분관 체제를 도입하고, 강화된 소장품을 바탕으로 대규모 상설전시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지난 7일 개최된 언론공개회에서 신년 전시계획과 운영방향을 발표했다.
언론공개회에서는 “지난해 해외 소장품 수를 늘려보겠다고 밝혔는데, 그 현황이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의 예산으로 구입한 것이 7점, 기증 3점, 관리전환을 통해 확보한 것이 2점으로 총 12점”이라며, “소장품 구입에 배분된 예산이 총 46억 정도이기 때문에 해외 작가 소장품 수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 작품 구매 예산이 12%에서 13.3%로 소폭 증가됐다”라고 덧붙였다.
젊은 작가 지원 사업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임대근 국립현대미술관 운영부장은 “올해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이 종료되는 시점이기도 하고, 올해의 작가상 전시를 프리즈 기간에 맞춰 9월로 변경하는 등의 특이사항이 있다”라며,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야 하는 책임과 원로 작가들의 국제적 입지를 다지는 역할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발행 도록의 해외 기관 배포 현황을 묻는 질문에는 송수정 전시과장이 답변해왔다. “미술관 전체가 필수 배포처 목록을 가지고 있으며, 미술 관련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모든 해외 대학과 해외 주요 미술관, 연구기관, 현지 문화관 및 대사관 등에 배포하고 있다”라며, “도록의 완성도 부분에 있어서도 번역의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답변해왔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LG OLED 전시에 관해서는 “분야나 기술, 매체, 나이, 국적 등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는 자유로운 전시”라며, “서울 박스라는 공간에 설치되기 때문에 장소 특정성 정도만 고려되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신년 주요사업 및 운영방향
소장품 상설전시 부활 및 미술문화외교 강화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대적인 상설전시를 서울관과 과천관에 마련한다. 과천관에 1,000평, 서울관에 470평 공간에서 최고 소장품을 엄선한 하이라이트 전시 및 전시와 연계한 상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광복 80주년, 신체다양성과 같은 동시대 사회적 맥락의 주제전을 비롯해 이대원, 김창열, 신상호 등 독보적 한국 작가 재조명 전시와 함께 현대미술의 실험성을 제시할 신규 프로젝트도 마련된다. 아울러 싱가포르, 일본, 이탈리아,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공동주최전, 순회전 등을 진행, 국가대표 문화외교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
과천관·청주관 분관 체제 운영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과 청주관의 자율적 운영을 위해 지난달 31일 직제를 개편했다. 올해부터 국립현대미술관장 하부기구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운영부와 청주관운영부를 둔다. 이는 과천관과 청주관의 학예·행정·시설 업무 총괄책임자를 두어 지역관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준분관 체제다.
신규 수장고 공간 확보
소장품 증가로 인해 현재 90%에 달하는 수장고 포화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수장공간 확보를 추진한다. 한국조폐공사와 협력을 통해 현재 공실인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지하동을 신규 수장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한국미술 연구 국제화 강화
한국미술 담론의 세계적 확산을 위해 국내외 연구자 및 작가와의 국제교류 사업을 확대하고, 국제학술 공공프로그램을 다각화한다. <MMCA 리서치 펠로우십(MMCA Research Fellowship)>프로젝트는 올해 알렉산더 알베로(2025년,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를 시작으로, 할 포스터(2027년,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등 저명한 현대미술 연구자들을 초청한다. 이들은 일정 기간 거주하며 한국현대미술의 현장을 돌아보고 강연, 세미나 등 연계 공공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청중들과 지적 교류의 자리도 갖게 될 예정이다.
더불어 한-네덜란드 공동연구에 기반한「국립현대미술관-스테델릭미술관 공동출판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양 기관은 공동연구에 기반을 둔 온·오프라인 연구지 발간을 통해, 국제적 소통 및 연구협력 강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서울관 교육동 상설교육공간 신설
서울관 교육동 2층이 전면 개조된다. 어린이 및 청소년, 온가족이 현대미술을 다양한 형태로 만나고 작가와 함께 예술을 경험하는 <MMCA 아트랩> (가칭) 공간이 새롭게 조성될 예정이다. 어린이 특화 전시실, 아카이브 전시, 가족라운지 등 새로운 공간과 언제나 참여 가능한 입체적 상시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신년 전시 운영 계획
서울・과천 대규모 상설전
서울과 과천에 한국미술 대표작을 상시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대대적인 상설전이 개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소장품 0점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11,800여 점의 소장품을 구축했다. 특히 2021년 故 이건희회장의 기증으로 소장품의 질이 현격히 높아졌다. 이건희컬렉션은 지난 2년간 지역 순회전(10개 기관)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와 상설전에서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과천관에는 약 1,000평의 규모에 1900~1980년대까지의 작품을 시대, 주제, 작가별로 펼치고, 서울관에서는 1, 2전시실 470평 공간에 196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최고 작품을 엄선한 하이라이트 전시가 열린다.
사회적 의제 다룬 주제전
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광복 80주년 기념전 《향수, 고향을 그리다》와 장애, 비장애 등 신체다양성을 환대하는 국제기획전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가 열린다.
젊은 작가 지원 및 육성
국립현대미술관은 창동과 고양레지던시 운영과 함께 《젊은 모색》, 《올해의 작가상》 및 개인전 개최 등을 통해 젊은 작가를 육성해오고 있다. 올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신진작가 프로그램 《젊은 모색 2025》가 과천에서 대규모로 펼쳐지고, 가을에는 SBS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5》이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에 더해 《MMCA x LG OLED 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다. 서울관의 상징적 전시공간인 서울박스에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대규모 설치작품을 제작·전시해 작가지원비를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 근현대미술 조명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탄탄한 연구 기반 전시이다. ‘한국 근대미술 재발견’시리즈의 일환으로 덕수궁에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2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전이 개최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혹적인 작품을 남긴 한국 근대화가들이 재조명된다. 청주에서는 전후(戰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술의 기치를 앞세웠던 모던아트협회 화가들을 집중 조명한 《새로운 동행: 모던아트협회 1957-1960》전시가 개최된다. 또한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를 충분한 연구 성과와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충실하게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덕수궁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대표 화가 이대원의 회고전이 작고 2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최초로 열리고, 서울에서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창작 여정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전시가 작가의 작고 이후 첫 미술관 전시로 기획된다. 과천에서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거장 《신상호》전이 대규모로 열린다.
국제전 및 국제 교류전
서울관에서 호주 태생으로 하이퍼리얼리즘 조각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개최된다. 외국과의 교류 전시로는 한-싱가포르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내셔널갤러리싱가포르의 어린이비엔날레와 협력한 어린이 전시 《내일 우리는》, 덕수궁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 중국 순회전,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의 이탈리아 순회전, 2025년말 미국 스미소니언을 시작으로 미국ㆍ영국 유수의 박물관을 순회하는 《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요코하마미술관과의 교류 《한일현대미술전》이 12월 일본에서의 개막 후 2026년 5월 과천에서 개최된다.
다원예술과 영화프로그램
서울관에서 인류세를 고민하는 자리로, ‘숲’을 주제로 한 다원예술 프로그램 약 10건이 일 년 내내 펼쳐지며, 예술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다채로운 영상 라인업을 선보이는 《MMCA 필름앤비디오 2025》가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