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서도 가짜가 있단다
미술품 감정서도 가짜가 있단다
  • 박정수 / 미술평론가,신의손겔러리관장
  • 승인 2010.11.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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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박수근의 <빨래터>가 진위논란에 휩싸인 적 있다. 법원 최종 판결은 "빨래터가 진품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당하다“고 하면서 가짜가 아님으로 종결지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시작된다. 가짜가 아니면 진품이 확실한가? 명쾌한 답변이 없다. 예로부터 동양회화에 있어서는 방작(倣作)이라는 것이 있었다. 유명 예술가의 정신과 작품성을 흠모하면서 원작을 보고 그리는 학습행위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원작이 사라져도 예술성과 가치는 인정해주는 것이 일반적 풍토다.

 보고 베끼는 모작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경우다. 후대에 이르러 누군가가 미술품을 보고 ‘누구의 작품과 거의 같지만 가짜는 아닌 것 같다’라고 하면 그 작품이 진품인가 위작인가의 판단은 모호해진다. 세월의 흔적이 많은 예술품에 대한 진위는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예술작품은 당대에 그려진 방작과 모작이 많기 때문에 유명화가의 작품은 동시대에도 위작이 있었다. 고흐가 일본판화를 보고 그린 그림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에서 말이다. 

감정서도 믿을 수 없다. 민간단체에서 발행하는 감정서도 가짜가 있단다. 감정서 자체를 가짜로 만드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를 발행한 사람이 가짜일 수 도 있다. 연세 지긋한 분이 미술품감정 권위자인 냥  발행한 감정서를 어디를 기준으로 잘못되었다 할 것인가. 한 개인이 발행한 감정서와 민간단체에서 발행한 감정서는 공히 공신력을 명확히 지니지 못한다. 다만 많은 사람이 소속된 단체에서 여러 사람이 감정하는 것과 혼자서 감정하는 것 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가 생기면 민간인 다툼에 의한 소송이 진행될 뿐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박수근의 작품 몇 점이 미술시장에 잠시 나온 일이 있다. 그 작품은 안목감정이나 과학감정을 거론하기 이전에 가짜임이 명백한 작품이었다. 이를 지니고 있던 분은 돈 3천만 원 날렸다고 원 소유주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한국 최고의 작품을 판매하여 영업이익을 보고자 접근하였더니 보증금을 맡기고 작품을 가져가라고 했단다. 안면이 많은 지인이면서 어디선가 발행한 작품 보증서도 있고 해서 의심없이 돈을 맡겼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감정서를 발행해준 사람은 개인자격의 감정위원이라는 명함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법인단체나 미술단체 감정위원회에서 발행한 감정서 보다 미술기업에서 발행하는 감정서를 더 신뢰한다는 말이 횡횡한다. 미술단체에서 발행한 감정서 작품이 위작으로 의심될 경우 진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기업에서 판매한 작품이 위작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돈으로 돌려받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십 년 권위를 자랑한 단체에서의 감정은 문제가 많았나 보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중요한 것은 미술품감정협회나 미술단체의 미술품감정위원회에서는 미술품 감정은 적당한 책임만 질뿐이라는 사실이다. 감정위원이 책임질 만한 금액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서에 감정위원의 이름이 명기되는 것도 아니다. 생존 작가 25만원, 작고작가 40만원, 주요작가라 해서 위작이 많거나 잘 팔리는 작품에 대해서는 6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작품에 대하여 몇 십만 원에 책임질 위원도 없겠지만 감정위원의 실명이 감정서에 날인된다면 쉽게 감정할 수도 없게 된다. 
이참에 힘 좋고 권위 있는 나라님께 감정을 맡겨보자. 감정서 하단에 <대한민국정부에서 보증함> 이라는 문구가 적히면 국제망신당할 일 무척 많아질 것 같다. 차선책으로 감정서에 감정위원 성명과 날인이 적히게 하자. 법적으로 말이다.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