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도 미술을 졸로 볼 겁니까?
2011년에도 미술을 졸로 볼 겁니까?
  • 박정수 미술평론가
  • 승인 2010.12.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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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의 미술이야기

 

정치하시는 분들 잘 먹고 잘 사세요. 폭탄이 터지고 한우가 살 처분되어도 아랑곳하지 말고 멱살 잡고 싸움이나 하세요. 식민시대 때 문화예술 활동을 금지시키는 것이나 독재시대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유를 아십니까? 70년대 후반까지 집집마다 방마다 흘러넘치던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이나 ‘만종’과 같은 그림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요?

창의 정신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 미술선생님은 환경미화시간에만 필요한 존재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학교건물 도색감독하고, 광고 현수막 신청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미술시간조차 다른 수업으로 전환시킬 생각을 합니까.

예술(미술을 포함한)이 없으면 미래도 없습니다. 새로운 단어와 새로운 정신, 새로운 창의성이 사라져 버립니다. 식민시대 36년 해방 후 전쟁과 독재정치, 미술은 창의활동을 하지 못하는 시대를 겪었습니다. 나라가 엉망인 이유는요 정치하시는 지엄하신 분들이 미술(문화예술)을 졸로 보기 때문입니다.  

새로 밝아오는 2011년에는 똑똑한 척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도 모르면서 미술을 졸로 보다니요. 미술계에도 정치하시는 분들만큼의 규모가 있답니다. 5억, 7억, 11억. 무슨 숫자냐고요? 정치하시는 분들의 선거비용인줄 아시나본데 미술협회장 선거비용이랍니다. 정치선거만큼 돈이 든답니다.

사실이냐고요? 모르죠. 미술계 언저리에서 떠도는 ‘카더라’ 통신입니다. 절대 믿지 않습니다. 설마 협회장 선거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쓸 리가 있겠습니까. 시의원이나 국회의원도 아닌데 말입니다. 혹,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술계를 벗어나 더 큰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이 문화예술정책을 입안하고 막말로 뭐시기 코도 모르면서 미술품 양도세법안이나 만들고 하는데 말입니다. 양도세 법안을 2년 유예 해줬다고 생색내지 말아주세요. 2011년 문화예술 부문예산이 9천546억원이라고 합디다. 화랑하는 저에게도 아주 조금이라도 혜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옛날에는 미술 협회장과 차관을 동급취급 했다는 전설도 들었습니다. 이제는 대학교수보다 한끗 아래로 취급한다는 낭설도 들립니다. 회장하라면 누군들 마다하고 누군들 부럽지 않겠습니까. 초등학교시절 ‘반장하고 싶은 사람 손들어’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손 한번 ‘움직’거리지 않아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러세요.

용기 있게 손든 아이가 반장에 당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손들지 않는 것이고, 철이 들어 알고 보면 될 성싶은 놈이 추천받고 반장 하더라 그겁니다. 반장이 되었으면 나눠주고 함께 쓰는 미덕을 누가 욕하겠습니까. 기왕지사 정치하겠다고 나섰으니 미술을 포함해 문화예술을 존경해 주시기 바랍니다.  몇 억을 썼으니 몇 억을 벌고 싶은 맘 간절하겠지만 춥고 배고픈 문화예술인들 쌈짓돈 먹지 말고, 큰물에 나가 큰 돈 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같은 시국이면 미술을 확 때려치우고 싶습니다. 돈만 벌겠다고 화랑을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그림을 좋아해야하고, 사회에 일조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저변에 깔려 있어야 손해를 감수합니다. 이것저것 차치하고 문화예술 좀 지켜주세요. 어떤 분야든지 새로운 명사가 많아지면 그만큼 역사가 발전하는 것이고, 창의한국 실현의 길이 넓어집니다. 문화예술계에도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 있는 여건 좀 부탁드립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아주 중요합니다만, 제발 비문화, 비예술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초중고에서 예체능이 필수과목이 되어야 합니다. 아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