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명품 - 천의무봉(天衣無縫)
진품명품 - 천의무봉(天衣無縫)
  • 박정수 / 미술평론가 (신의손 갤러리 관장)
  • 승인 2011.02.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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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907~960년경 전촉前蜀의 우교牛嶠라는 문장가文章家가 쓴 『영괴록靈怪錄』「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천의무봉(天衣無縫)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천상에 살고 있던 직녀는 지상에 살고 있는 문장가이며 잘생긴 곽한郭翰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에 눈먼 직녀는 상제께 고하여 1년의 기한을 얻어 지상의 선비와 살림을 차린다.
사랑이 익어가다 보면 상대의 외모와 스타일이 보이듯이 고고한 선비 곽한은 직녀에게 본인이 선녀인 증거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

직녀는 자신의 옷을 보여주며“하늘의 옷은 원래 바늘이나 실로 꿰매는 것이 아닙니다(天衣本非針線爲也천의본비침선위야)”라고 답한 것에서 <하늘의 옷에는 이음매가 없다 天衣無縫>는 고사의 시작이다.
직녀의 옷은 진품이며 명품이었을 게다. 완전무결한 직녀의 옷은 지상에서 결코 만들 수 없는 예술품이다. 다만 상상이나 하늘의 예술품은 인간사에는 예술로 변화될 따름이다. 예술에는 결점이 없지만 예술작품에는 결점이 흔하게 발견된다.


예술행위는 하늘의 것(정신)일 수 있으나 대다수의 예술작품은 세상사에 녹아져 있다. 예술작품과 예술행위가 일치되어 고고하고 우아한 천상의 그것으로 변화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형이하학적으로 놀아보자. 세상에는 <팔리는 그림>은 없다. 그것을 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수억을 들여 배우고 싶다. 세상에는 <팔 수 있는 그림>과 <팔 수 없는 그림>이 있을 뿐이다.


천상의 직녀가 입고 있는 옷을 범인이 어찌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완벽한 예술작품을 꿈꾼다. 그 꿈에 이르는 궁극의 길은 도를 득하는 일이며, 동양에서 말하는 신선이 되는 길이다. 신선을 향하는 그 길에는 <착한 일을 하기>보다는 <나쁜 일을 하지 않는 법>이 빠르게 이른다고 하였다. 미술작품에 자신의 결점을 감추기 보다는 결점을 더 이상 진행 시키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
어느 날 원로에 속하시는 작가님 한분이 아주 상기된 얼굴로 찾아오셨다.


“아니, 공항에서 입국하는데 내 그림이 있는 것이야. 기가 막혀서. 예전에 판매된 작품인데 글쎄, 30만원에 파는 거야. 이거 말이 돼! 가짜도 아닌데 말이야. 내가 사왔어.”
10호 정도하는 작품인데 자신은 400만원인데 30만원에 팔리고 있더라며 화를 내신다. 속으로 말했다. 절대로 속으로만 말했다.‘선생님 작품, 30만원에 많이 거래 돼요. 진품이요’
많은 화가님들은 자신의 작품이 진품이며 명품으로 유통되는 줄 알고 계신다. 이런 일 말고, 어느 화가의 가짜 그림이 시중에 유통된다면 그 화가의 기분은 어떠할까. 자신의 작품이 잘 팔리니까 가짜가 생겼지 하면서 좋아해야 하는가, 아니면 가짜 때문이 이미지가 실추되었다고 화를 내어야 하는가. 모를 일이다. 자신의 작품과 비슷한 작품이 있다고 화를 내어서도 안 된다.


최초가 최고가 될 수 없듯이 진품이 무조건 명품이 되지 않는다. 예술작품은 명품이 진품이 된다. 명품이어야 가짜가 생산된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을 꿈꾸는 예술가는 예술작품에서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에서 무결점을 확보하여야 한다.
예술 그 자체에서 명품을 꿈꿔야 한다.‘팔리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 비범함’보다는‘팔 수 없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 현실’성을 이해하였으면 좋겠다. 직녀는 현실의 사람이 아니며, 그녀의 옷은 인간의 이상과 예술 그 자체에서만 실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