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현대화’에 매진한 작가, 이희중을 기억하다 …《이희중 0426:무한의 시선》
‘전통의 현대화’에 매진한 작가, 이희중을 기억하다 …《이희중 0426:무한의 시선》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10.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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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10.18,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
11.1~12.31, 이희중갤러리
'전통의 재발견' · '전통의 현대화' 매진한 대표작 100점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전통과 민족예술 기반으로 현대화에 매진한 작은 거인, 이희중 작가의 5주기 추모전이 열린다. 이희중갤러리(대표 권정옥)는 오는 18일(금)까지 석운(石韻) 이희중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이희중 0426:무한의 시선》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한가람미술관 전시 이후에는 내달 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이희중갤러리에서 기획전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지난 7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시를 기획 총괄한 다발 킴 작가와 기획에 참여한 성동훈 작가, 김병수 한국평론가협회장, 권정옥 이희중갤러리 대표 등이 참석, 전시 기획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이희중 작가
▲이희중 작가 (사진=이희중갤러리)

이희중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의도는 단순한 도상의 차용이나 여러 기호들을 병렬해 나가는 것보다는 보다 여러 상징들을 통해 근원적인 사유의 지층에 뿌리내리고 있다. 또 우리가 지속해서 대응해야 하는 ‘전통의 현대화’와 ‘한국적인 미의 구현’ 그리고 참다운 의미에서의 ‘미술에서의 한국성의 추구’ 등에 대해 보여주는 이희중의 대안적인 그림은 나름의 설득력과 당위성을 지니고 있고 또한 일정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 박영택 경기대 교수, 전시 서문 「이희중 - 상징의 세계」 中 -

전시명 속 0426은 이희중의 탄생일이자 소천일이다. 이번 전시는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했던 석운 이희중이 세상을 떠난지 5년만의 첫 회고전이다. 작가는 병중에도 매일 몇시간씩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렇게 늘 작품과 함께 했던 이희중 작가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자 유족과 제자, 평론가들이 뜻을 모아 기획했다. 800점의 유작을 남긴 작가의 작품을 기반으로 권정옥 이희중갤러리 대표가 전시를 주최, 다발킴이 기획 총괄을 맡았다. 

▲봄밤, 2000, 캔버스에 유채, 미상
▲봄밤, 2000, 캔버스에 유채, 미상 (사진=이희중갤러리)

이번 전시 기획 총괄을 맡은 다발킴(본명 김지영)은 작가가 용인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첫 제자였다. 다발킴은 “용인대 졸업 후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석사를 하게 된 것도 교수님 덕분이었다. 많은 용기를 주셔서 미국에서 나름의 자리를 찾았다”라면서 “이번 전시를 기획 총괄하면서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며 스승을 추모했다. 

이어, "전시를 기획하며 작품 전반을 살펴봤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살펴볼수 있었는데, 회화 작품 뿐만아니라 800점 이상의 종이작품을 남겨주셨다"라며, "추모전을 준비하며 아키비스트와 함께 작가노트를 면밀하게 살펴보며 아카이빙도 심도있게 진행했다"라고 덧붙였다.

▲붉은 해 , 2010, 50cmx72.7cm, 캔버스에 유채
▲붉은 해 , 2010, 50cmx72.7cm, 캔버스에 유채 (사진=이희중갤러리)

유가족인 권정옥 이희중갤러리 대표는 “평생을 그림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일관했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로 증명이 될 것”이라며 “작가가 떠난지 5년이 되었지만 작가가 남긴 작품들을 꾸준하게 선보여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한다. 이번 전시가 그를 더 잘 알릴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차용·각색 통한 전통의 현대적 해석

이희중 작가는 생전 무속신앙, 민담, 불교 등 전통 소재를 현대적 회화로 재해석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봄의정취, 2009  73x194cm, 캔버스에 유채
▲봄의정취, 2009 73x194cm, 캔버스에 유채 (사진=이희중갤러리)

홍익대 졸업 후 독일에서 유학하던 작가는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 사람들의 그림을 외워야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한국적인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은 작가는 귀국 후 한국적인 삶과 청자 등 동양 문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이희중의 작품 대부분이 비현실적이거나 이상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작품 해석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풍류도>는 전통적인 유불선 사상에 입각한 이상향의 세계를, <우주도>는 다양한 상징과 기호가 종합된 추상적 세계를, <문자도>는 파편화된 물상들이 집합을 이룬 상징의 세계를 표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서로 다른 세계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풍류도가 유일하게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만, 그것이 표상하는 세계가 오늘의 실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이 또한 비현실적으로 비친다.

- 윤진섭 평론가 -

작가에게 ‘전통의 현대적 해석' 의 문제는 중심 화두였다. 이에 대한 그의 주된 방법론은 ‘차용’과 ‘각색’이었다. 작가는 민화나 선대 화가들의 작품에서 일부를 차용하고 이를 각색하여 자기화해왔다.

▲풍류기행, 1994, 캔버스에 유채, 미상
▲풍류기행, 1994, 캔버스에 유채, 미상 (사진=이희중갤러리)

이번 전시는 추상과 실재를 넘나들며 이 시대 새로운 개념의 풍속화를 추구한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우주> , <첩첩산중>, <푸른 형상> 등의 시리즈를 비롯해 1980년대 제작한 <산과 용>부터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시기에 걸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희중 회화의 화면은 기호와 상징, 그리고 도상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민속적’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세계에서 채택한 것들을 캔버스에 배치한다. 기호는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어떤 공동체에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다른 사회나 문화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낯설다. 그것들이 보편성을 가지려면 일정한 과정이 필요하다. 비유 혹은 상징이 사용된다. 그래서 새로운 조형 어법이 등장한다. 전통과 유사하지만 다른 동시대적인 것이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 김병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전시 서문 「글로컬 민속과 글로벌 아이콘」 中 -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이호재 이희중갤러리 이사, 김병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권정옥 이희중갤러리 대표, 다발킴 작가, 성동훈 조각가. (사진=이희중갤러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이호재 이희중갤러리 이사, 김병수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권정옥 이희중갤러리 대표, 다발킴 작가, 성동훈 조각가. (사진=이희중갤러리)

작가의 작품세계를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생애, 작품 시리즈, 국내외 전시 개최 배경, 평문이 실린 특별 도록도 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