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으로 기록된 역사, 김긍수 『발레이야기 A Ballet Story』
발끝으로 기록된 역사, 김긍수 『발레이야기 A Ballet Story』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10.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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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긍수·엮은이 강민보|숨그리고쉼|27,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누구는 활짝 핀 꽃봉오리처럼 펼쳐진 하얀 치마 튀튀를 입은 우아한 발레리나나 긴 팔다리를 쭉 늘이며 날아오르는 발레리노를 떠올릴 것이다.

어쩌면 차이콥스키의 음악, 백조의 호수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마조마하게 발끝을 곧추세우고 종종걸음으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가 혹시라도 발목이 삐끗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가까이에선 절대로 마주보기 민망한 남자 무용수들의 딱 달라붙는 타이츠가 먼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리든, 한 번이라도 발레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듯 새처럼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무용수들의 모습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짜릿함을 느껴봤을 것이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K-발레의 위상이 드높아진 시기, 세계 발레 역사 쓴 위대한 무용수들의 인생과 그들이 쓴 발레사를 다룬 책 『발레이야기 A Ballet Story』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발레의 문을 연 프랑스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부터 시베리아횡단철도 안에서 태어난 발레 스타 ‘루돌프 누레예프’에 이르기까지 세계 발레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무용수 11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혁명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힘차게 날아올랐던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흥미진진하고 흡입력 있는 필력으로 펼쳐진다.

발끝으로 땅을 딛고 서서 춤을 추는 ‘푸앵트pointe’라는 고난도 동작은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자 인간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지라고 한다. 저자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그 발레 공연이 우리 인생을 똑 닮았다고 말한다.

한 생애를 발레를 위해 온전히 바쳤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이제 세계 발레사의 한 부분이 되어 튀튀와 타이츠와 토슈즈로 남아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각 인물의 인생 이야기를 따라가며 발레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한편, 이 책의 저자 김긍수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무용학과 교수로 한국 발레를 이끌 재목들을 양성하는 데 오래도록 힘써 왔다.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에는 예술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 러시아 등에서 열린 해외 순방 공연을 성황리에 마침으로써 K-발레의 위상을 높이고 대한민국 무용예술의 역량을 국제 무대에 알리는 초석을 마련했다. 이후로도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계 무용연맹 한국본부 회장으로서 무용예술의 국제교류와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의 무용예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