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 등 274건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고려시대 도자공예의 예술성을 대표하는 고려청자의 정수, 상형청자(象形靑磁)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내년 3월 3일까지 상형청자를 본격 조명하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를 개최한다.

대상의 형상을 본떠 만든 고려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翡色) 유약과 빼어난 조형성으로 고려시대 공예의 높은 기술적 성취와 독자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고려 상형청자의 대표작과 발굴품 등 중요 자료를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았다. 국보 11건, 보물 9건, 등록문화유산 1건을 포함한 상형청자의 대표 작품을 비롯해 국내 25개 기관과 개인 소장자, 중국·미국·일본 3개국 4개 기관의 소장품 총 274건이 출품된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는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이전, 우리나라에 흙으로 특정한 형상을 빚는 ‘상형’의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삼국시대 3~6세기 신라와 가야에서 만든 상형토기와 토우(土偶) 장식 토기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상형청자가 등장한 문화적 배경과 제작, 유통, 다양한 소비 양상을 살펴본다. 국제도시 개경(현재의 개성)에서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접했던 고려 왕실과 상류층은 더 좋고 더 특별한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수준 높은 기술과 창의력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상형청자는 이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도자기였다. 상형청자는 당시 유행한 향, 차, 술을 즐기는 문화, 문인 취향, 완상(玩賞) 취미와 맞물려 발달했고 소유자의 권위와 취향을 상징하는 기물로 선호됐다.

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에서는 상형청자의 형태와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다. 예로부터 권위의 표상이었던 상상의 동물을 비롯해 고려 사람들이 사랑하고 벗처럼 가까이 두고자 했던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한 명품 상형청자를 엄선해 선보인다.
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은 실용과 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정신적 세계에 대한 추구나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당시 성행한 도교와 불교 맥락의 의례용 상형청자와 청자로 만든 예배존상이 다양하게 선보인다. 앞에서 본 그릇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각적 경험과 의미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형청자가 보여주는 고려만의 특징과 미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시기 북송대(960~1127) 중국 자기들을 함께 비교 전시한다. 또한 컴퓨터 단층촬영(CT), 3차원 형상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 조사로 밝혀낸 상형청자의 제작기법을 인터렉티브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인터뷰 영상에는 이솔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자, 백운기 충남대학교 연구교수, 신미경 작가, 정구호 디렉터가 참여했다.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미술사학회 공동 주최로 고려 상형청자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내달 17일(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로 관람객들이 전통 미술과 문화를 한층 가깝게 느끼면서 새로운 영감의 원천으로 인식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