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中 ‘1급 문물’ 5점 포함 수묵채색화 148점 한자리에…《한·중 근현대 회화》展
[현장스케치] 中 ‘1급 문물’ 5점 포함 수묵채색화 148점 한자리에…《한·중 근현대 회화》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12.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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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25.2.16,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이상범, 변관식, 이응노, 천경자, 황창배, 박대성 등 한국 작가 69인 작품 74점
우창숴(吳昌碩), 쉬베이훙(徐悲鴻), 푸바오스(傅抱石), 린펑몐(林風眠) 등 중국 작가 76인 작품 74점  
문물(文物) 1~3급 근대미술 명작 32점 포함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한·중 각국을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이 4년 간 꾸준한 연구와 함께 준비한 전시가 공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중국미술관(관장 우웨이산)과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를 내년 2월 16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한다. 국내 전시 종료 이후에는 중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지난 27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배원정 학예사가 전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27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배원정 학예사가 전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유일 국립미술관인 중국미술관과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야말로 ‘거물급 전시’다. 중국 국가문물국에서 지정한 문물(文物) 1급 5점, 2급 21점, 3급 6점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문물은 희귀성, 역사성, 예술성을 기준으로 국가문물국에서 규정하고 관리하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1급을 포함하여 총 32점의 문물이 전시된 것은 국내 미술관에서는 전례 없는 사례다. 

지난달 27일, 첫눈이 소복하게 쌓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전시 개막에 앞서 전시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중국미술관과는 전시와 인적자원 교류에 대해 논의를 마치고 2020년 협약을 체결했다”라며, “이후 꾸준한 교류를 통해 전시 준비를 해왔는데, 본래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이제야 선보이게 됐다”라고 밝혔다. 

▲라오빙슝(廖氷兄), '자조'(自嘲.1979), 독 안에 갇혀 있다가 독이 깨지고 나서도 웅크린 모습의 지식인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라오빙슝(廖氷兄), '자조'(自嘲.1979), 독 안에 갇혀 있다가 독이 깨지고 나서도 웅크린 모습의 지식인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작품 선정 과정에 대한 질문에는 “같은 동아시아의 재료로 시작한 작품들이지만 정서와 미감이 다르다는걸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각국의 수묵화의 독창성과 창조성을 엿볼 수 있도록 양국의 학예사들의 협의를 통해 선정한 작품들이다”라며, “선정 과정에서는 중국 작품의 경우, 해외 반출이 금지된 작품도 있었기에 대체할만한 다른 작품을 요청하기도 했고 한국 작품의 경우 국립미술관으로서 사회주의 사실주의 작품 선정은 지양하는 등의 배려도 있었다”라고 답변했다.

이번 전시는 양국을 대표하는 수묵 예술 작품 및 현대 명작을 선별하여, 한국편과 중국편 각각 2부씩 총 4부로 구성했다. 전통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양국 수묵 예술의 독자적 발전 과정을 자연스럽게 조망할 수 있다.

▲치바이스(齊白石), 〈연꽃과 원앙(荷花鴛鴦)〉, 1955, 종이에 먹, 색, 137.7×67.8cm, 중국미술관 소장. 원앙의 눈 모양에서는 팔대산인의 영향을, 붉은 빛의 강조된 꽃잎에서는 당대 정치적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작품이다.
▲치바이스(齊白石), 〈연꽃과 원앙(荷花鴛鴦)〉, 1955, 종이에 먹, 색, 137.7×67.8cm, 중국미술관 소장. 원앙의 눈 모양에서는 팔대산인의 영향을, 붉은 빛의 강조된 꽃잎에서는 당대 정치적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한국화, 전통 수묵화의 현대적 변용 과정

한국화 1부 <근대의 여명과 창신> 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작품을 소개한다. 이 시기 전통회화는 근대 이후 재료와 기법, 화면의 크기, 내포하는 의미 모두 큰 변화를 맞이했다. 20세기 초반에는 기존‘서화’란 호칭에서 글씨와 그림이 분리되어 붓과 종이, 먹으로 그린 그림을 ‘동양화’라 부르기 시작하며 수묵채색화의 근대미술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1950년대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입체주의와 비정형 추상 양식이 적용된 수묵채색화를 박래현, 장운상, 안동숙의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1970년대 이후 한국적인 소재에 현대미술 양식을 적용해 동양의 현대적 창신(創新)을 도모한 이응노의 <구성>(1973)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 수묵채색화들을 선보인다.

한국화 2부 <경계를 넘어, 확장을 향해> 에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화의 변천사를 집중 조명한다. 1980년대는 ‘동양화’ 대신 ‘한국화’란 용어가 정착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하거나 기법의 전환을 통해 한국화를 현대 미술 장르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했다. 이는 석철주 <외곽지대>(1981), 김선두 <2호선>(1985) 등과 같은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화는 미술에서의 장르가 허물어지며 점차 기존 ‘한국화’의 규정, 재료와 소재, 형식과 장르 등 모든 면에서 다른 것들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유근택, 이진주와 같은 현대의 한국화 작가들은 재료와 기법을 넘나들며 수묵채색화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숨은 잠재력을 이끌어내며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정재호,  〈황홀의 건축-청계타워, 현대오락장, 종로빌딩,용산병원〉,  2006-2007, 종이에 먹, 색, 194x130cm(x3), 190x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정재호, 〈황홀의 건축-청계타워, 현대오락장, 종로빌딩,용산병원〉, 2006-2007, 종이에 먹, 색, 194x130cm(x3), 190x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중국화, 전통의 계승과 혁신

중국화 1부 <전통의 재발견> 에서는 중국 근대미술 100년의 역사를 대표하는 수묵예술 대작을 소개한다. 중국 미술가들은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적 해석을 더하고, 동서양 예술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창조해냈다. 우창숴(吳昌碩)의〈구슬 빛(珠光)〉(1920), 쉬베이훙(徐悲鴻)의〈전마(戰馬)〉(1942), 치바이스(齊白石)의 〈연꽃과 원앙(荷花鴛鴦)〉(1955), 우쭤런(吳作人)의〈고비사막 길(戈壁行)〉(1978) 등 자국 내에서도 쉽게 공개되지 않던 중국 수묵예술 거장들의 대작을 볼 수 있다.

중국화 2부 <다양성과 번영> 에서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총망라한다. 중국 예술가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적인 기법을 더해 새로운 시대의 역동성과 찬란함을 그려냈다. 새로운 조형과 회화기법을 중국화에 적용한 후밍저(胡明哲), 공필화조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쑤바이쥔(蘇百鈞), 현대적인 수묵채색 작품의 대가 추이진(崔進) 등의 작품을 통해 중국 전통의 수묵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맥락과 중국 예술의 확장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쉬베이훙(徐悲鴻), 〈전마(戰馬)〉, 1942, 종이에 먹, 색, 110.5×61.3cm, 중국미술관 소장. 함께 전시되는 김기창의 〈군마도〉(1955)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쉬베이훙(徐悲鴻), 〈전마(戰馬)〉, 1942, 종이에 먹, 색, 110.5×61.3cm, 중국미술관 소장. 함께 전시되는 김기창의 〈군마도〉(1955)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큐레이터 토크>, <MMCA 작가와의 대화> 등 전시 특화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으며, 매일 세 차례씩 전시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웨이산 중국미술관장은 “풍부한 역사적 깊이를 지닌 동아시아 공통의 문화 유전자인 수묵 예술을 통해 한·중 양국의 문화적 공명을 증진하고, 양국 국민에게 아름다운 향연을 선사할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중 회화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중 양국의 문화예술 협력을 공고히 하며 전시 연계 워크샵 및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심도 있는 연구와 논의를 전개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동아시아 미술에 대한 연구와 협력의 지평을 더욱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