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강북문화재단, 서울 외곽의 빛나는 문화예술발전소
[발행인 칼럼]강북문화재단, 서울 외곽의 빛나는 문화예술발전소
  • 이은영 발행인
  • 승인 2024.12.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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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겸 대표기자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올해 주목할 문화재단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인공은 강북문화재단(대표 서강석)이다. 강북구는 서울의 변방에 위치해 좋은 공연이나 전시가 열려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을 위해 수준높은 문화예술을 선보이며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은 문화재단의 성과가 돋보였다.

강북문화재단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강북문화예술회관을 연중무휴로 운영하며 다양한 공연과 전시,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연극과, 국악, 클래식, 무용, 영화, 뮤지컬, 재즈, 아동극, 전시, 축제 등 국내는 물론, 해외 라이센스 공연, 창작공연도 지역예술가와 대학 등과 연계해 장르와 중장년과 청소년, 어린이, 장애인까지 전 세대에 걸쳐 안배한 세심함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기획공연과 전시를 합쳐 28건을 포함해 총 82건의 공연과 전시가 이뤄졌다. 평균 7건 정도의 공연과 전시가 매달 올려진 셈이다. 매달 평균 7건의 프로그램이 주민들을 만났다. 독특하고 실험적인 공연까지 과감히 무대에 올렸고, 주민들의 높은 호응이 있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서강석 대표의 ‘열정적인 초대’ 덕분에 좋은 작품들은 조우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어,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도 전한다. 감상한 주요작품을 중심으로 그간의 강북문화재단이 진행한 프로그램들을 짚어본다.

지난 9월 무대에 오른 연극 ‘물질’은 강북문화재단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겠다. 올해 국내 단독공연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수조 속에서 배우들이 열연하며 사회적 소외와 인간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높이 2미터, 폭1미터 남짓의 직사각형의 수조에서 펼친 4명의 배우들의 연기투혼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연말에는 대부분의 극장들이 ‘호두까기 인형’을 앞다퉈 올리는 가운데, 안데르센 원작을 무용극으로 만든 ‘눈의 여왕’은 신선한 선택이었다. 김순정(성신여대 교수)무용단의 수준 높은 기량과 무대 활용, 오브제, 수련잎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비롯 독특한 의상이 기발했다, 특히 어린이 관객들의 몰입도가 인상적이었다. 어린이 무용수들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표정연기와 청소년 주역들의 파드되도 매우 칭찬할 만했다. 관객들의 만족도는 공연장을 나서는 표정에서 역력히 읽혀졌다. 앞으로 ‘연말에는 눈의 여왕!’을 추천하고 싶다.

대형 행사와 독창적 공연· 수준높은 전시· 지역 문화 격상
대형 행사도 유치했다. 한국 최초 개최한 <제17회 세계양금축제 in 서울>은 13개국 27개 팀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미국 연극계의 전설로 꼽히는 리빙시어터와의 글로벌 합작으로 제작된 연극 <로제타>는 강북에서 선보인 또 하나의 특별한 무대였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연출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강북문화재단이 국제적인 예술 교류에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계 최대 공연페스티벌인 영국 에든버러에서 별5개를 받은 호주 무용팀의 <비트 온 포인트>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올려졌다.

국악계의 스타 명창 김준수와 함께하는 국악 콘서트는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광개토사물놀이와 BTS 협연 단체가 참여한 융복합 전통 콘서트는 전통음악과 현대 대중문화의 만남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춘천인형극제 대상 수상작인 <즐거운 졸업선물>과 <우리 신화 오늘>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강북구의 7세 아동 전체가 관람한 <우리 신화 오늘>은 어린이들에게 신화와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며 교육적 의미를 더했다.

해설이 곁들인 마티네 콘서트는 분기별로 열리며 클래식을 비롯 샹송 등 다양한 음악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피아니스트 송영민과 우리나라 최고의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가 함께한 콘서트는 깊이 있는 연주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샹송 콘서트 <당신 곁에 파리>는 프랑스 음악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무대로 사랑받았다.

전시 분야에서도 지역적 한계를 넘어섰다. ‘한국현대미술의 대가들’ 특별전은 김기창 김동철 김종학 김호득 민경갑 박광진 박노수 석철주 유근택 이상국 등 대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지역 청년, 중견, 원로 작가들이 참여한 <3인 3색> 특별전을 열어 다양한 세대와 작품이 공존하는 장을 마련했다. 우이천 한지 등(燈) 축제인 <강북 꿈꾸는 물고기>는 지역민과 관광객의 관심을 끌며 새로운 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주민과 함께하는 상생의 문화
지역에 거주하는 연극인들과 협력하여 ‘2024 강북연극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지역민과 예술가의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원로 연극배우 김재건을 비롯, 중견과 신진들이 어우러져 지난 4월 매 주말마다 열정적인 무대가 열렸다. 또한, 3.1운동 기념행사를 통해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개최하며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2024년 신년음악회는 강북구에 자리한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전문 교향악단인 한빛예술단이 장식했다. 이들은 뛰어난 연주 실력과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하며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년의 시작을 음악으로 열며 주민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안긴 무대로 내년 신년음악회 또한 이들의 연주로 기대를 갖게 한다.

서강석 대표의 열정과 리더십
열악한 재정 상황 속에서도 강북문화재단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강석 대표의 열정과 온화한 리더십과. 직원들의 합심한 노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서강석 대표는 올해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문화경영)을 수상했다. 강북문화재단의 이같은 성과들을 보며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 같아 뿌듯했다. 얼마전 공연장에서 만난 서 대표는 “열악한 예산 속에서도 발로 뛰며 협력과 창의적 기획을 통해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선보일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주민들에게 더욱 풍성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고심중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북문화재단은 서울 외곽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며 문화 공급 발전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앞으로도 변방의 문화재단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거점으로 도약할 그들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