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지난 연말을 참으로 바쁘고 의미 있게 지낸 듯하다. 2024년 12월 27일 오후 4시 남동소래아트홀에서 펼쳐진 난 <기억의 파편 v.1.1> 최원선 본 댄스컴퍼니의 공연을 보러 붐비는 주말의 길을 뚫고 남동공단/소래포구까지 달려갔다. 그날의 주인공 최원선 님은 올 11월 15일 <양혜숙 한극상 >의 빛나는 첫 <작가상> 수상자였기에 안 가볼 수 없는 자리였다.
공연장은 넓고도 쾌적한 넉넉한 공간이었다. 안내도 친절하고 알뜰하였다. 무대 또한 천장이 높고 널찍하여 어떠한 공연도 소화해 낼 수 있겠다 싶은 훌륭한 공간이었다. 그 위에서 펼쳐지는 최원선팀의 춤 <기억의 파편> 은 그 활달하고 현대감각이 넘치는 춤사위가 유감없이 펼쳐지도록 큰 품을 제공하고 있었다. 천정높이가 높아 춤공연을 소화해 내기엔 오히려 부담이 되었을 정도였다..
이러한 공간을 본댄스팀은 오히려 감당하기 벅찼을 만도 한데 예술감독은 8명의 무대 예술인들의 단단한 기량으로 떠받치게 미리 뒷받침해놓고 있다. 무용수 9명(여 6인 남 3인)의 무용수를 드라마트루기 1명 크레이티브디렉터 1명과 아을 러 6명의 무대기술/예술인으로 잘 받쳐주고 있어큰 힘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본댄스 팀을 창단하고 이끌고 있는 최원선은 어려서부터 춤에 매료되어 스스로 춤꾼을 지망한 인재답게 한국전통춤을 익히고 단련한 재원이다. 이매방춤을 비롯하여 박병천춤을 익히며 한국 전통춤의 품 안에서 자란 인재다. 어머니 김숙자는 춤꾼으로 한국전통춤분야의 예술원 회원이다. 이를 보면 그의 한국춤이 어떤 교육 바탕을 지녔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최원선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며 국가무형문화재 승무이수자로, 국제공인 라반/바르테니에프 움직임 전문가로 더 나아가 University of California의 Ph.D 를 획득한다. 춤꾼으로만 만족하지 않는 지적 호기심은 박사학위로까지 했다. 춤의 움직임의 바탕과 지적인 사고와 연계된 단단함을 지닌 보기 드문 무용계의 인재다.
이번 <기억의 파편> 무대는(이 춤을 2년 전 초연할 때 볼 수 있는 영광을 가졌었다) 춤의 활력과 춤사위의 정제된 모습, 그리고 현대라는 시대의 역동성이 넘치다 못해 인성의 파괴현상까지 책임져야 하는 예술의 절박함까지 표현해냈다. 최원선의 춤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춤꾼들이 창작자의 마음을 잘 받아 혼연 일체가 되어 무대를 활기와 연민으로 가득 채우고 있으니 춤을 모르는 사람마저 그 열기와 설득에 끌려들어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우리 전통춤의 유연성과 여유로움으로 숨 고르기를 선사하였더라면 공연자체의 활력이 관객을 좀 더 따듯하게 감싸 안아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찌 되었던 이공연은 넓고 드높은 쉽지 않은 무대공간을 열정과 활력으로 채윘을뿐 아니라 시원함과 박력까지 관객에게 선사하여 행복하게 해 주었다. 이 힘은 물론 공연팀이 만들어 낸 성과겠지만 이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행정가들의 예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따듯한 마음에서 우러나고 있음도 함께 읽어낼 수 있는 즐거운 체험이었다.
2024년 12월 28일 나는 숨 가쁘게 쉴틈도 없이 어제의 남동공단 소래지구에서와는 달리 목동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구미호의 포옹>을 보았다. 이작품은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을 초청한 공연으로 양천문화재단 천동희 대표가 직접 나서 초청해 온 공연이다. 작년 11월 15일 <양혜숙 한극상>을 제정할 때에 매년 한편씩 가능하면 해외에서 <한극> 세우기 우리 전통의 현대화 작업에 기여하고 있는 단체를 골라 한극상을 주기로 결정하고 찾는 찰나에 카쟈흐스탄의 <카쟈흐스탄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의 예술감독 니 류보피 아브구스토브나 예술감독을 추천받았다.
오늘날 한국의 재외동포가 7백 5,6십만에 육박하며 특히 큰 기업에 종사하는 인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한민족의 <한극>은 세계로 무한히 뻗어 나갈 뿐 아니라, 해외에서 자라 한 문화를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차세대를 대비해서라도 <한극>을 장려하며 한국공연예술에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 상을 제정하였던 것이다.
운이 닿아서인지 마침 때맞추어 이 극단이 양천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서울에 와서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마침 공연의 양식과 추구하는 방향도 <한극> 취지에 맞기에 쾌히 시상하여 첫 수상자가 된 것이다. 내용은 인간의 모정을 주제로 하며 그 지방에 많이 서식하는 여우의 모정을 시샘하여 오히려 인간을 살육을 일삼는 살육의 근원을 파헤쳐 인간의 사랑을 배운다는 것이 내용이다.
수준급의 모창과 한춤의 근원을 둔 춤으로 얘기의 줄거리를 정직하게 풀어가는 전개를 통하여 관객은 그들의 기량과 성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오히려 여우의 복수심을 너무 성실히 풀어가다 보니 지루함을 면치 못한 점도 있다. 다행히 30년이나 더 되었을 비좁은 무대 뒷면에 큰 볼록거울을 설치하여 공연의 전달은 도운 연출의 지효는 배우와 가수들의 기량을 전달해 주는데 한 수를 도와준 셈이다,
등장인물의 수와 노래와 안무로 스토리를 풀어 간 2중 3중 구도의 작품을 담아내기에 미 무대는 너무나 협소하여 보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기는 무리였다.
이는 전적으로 무대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객석 또한 하도 자리가 비좁아 나의 길지 않은 다리도 펴고 앉을 수가 없었다. 참으로 민망함까지 느낄 정도로 양천문화회관 대극장 은 한국의 6, 70년대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은 공간에 관한 것뿐만이 아니다. 공연 시작 전 의전의 진행 또한 촌스러움을 느끼게 할 만큼 전 근대적이라고나 할까 세련되지 못함이 여기저기 묻어 나고 있다. 서울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목동에서 아직도 그런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공연은 빠른 시간 안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와 예술을 정치와 행정의 예속으로 보지 않는 독자적 영역으로 대접하는 정치인과 행정관의 안목을 높여주는 훈련과 실습이 거듭되면 속히 해결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