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5인)-김영숙(무용), 유지숙(국악), 홍지윤(미술), 김종원(비평), 최용환(문화경영)
최우수상(3인)-양대원(미술), 강승진(문화행정), 정사무엘(국제교류)
젊은예술가상(3인)-강윤주(무용), 문효진(작곡ㆍ연주), 윤별(무용)
[지상중계]서울문화투데이 창간 16주년 문화대상 시상식 성료 ①에 이어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1부 창간 16주년 기념행사에 이어 2부는 문화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시상에 앞서 심사위원단의 종합 심사평이 있었다. 이날 심사평은 병중으로 참석하지 못한 일랑 이종상 수상자선정위원장을 대신해 이근수 경희대 명예교수가 발표했다.
이근수 교수는 “서울문화투데이는 다른 시상식과 달리 수상자와 선정 이유를 시상식 전에 먼저 공개하기 때문에 스릴은 좀 떨어지겠지만,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수상자의 면면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심사위원으로는 저를 포함해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황순자 한국매듭협회장,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이 참여했다. 올해는 약 80명 정도의 지원자가 있었고, 그중 예심을 거쳐 30명이 심사위원회로 올라오게 됐다. 1차적으로 각 분야의 심사위원들이 자기 분야의 대상자를 선정했고, 이후 전부 모인 자리에서 종합토론을 통해 최종 결정했다. 예술의 분야는 다르더라도 그걸 바라보는 관점과 신문사에서 상을 제정하게 된 취지 등을 심사위원이 모두 공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에 가장 알맞은 12명을 추리게 된 것이다”라며 “예술가가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이고 훌륭한 작품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구하는 예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지금의 시대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강조하고 부각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적인 한국의 미술, 음악, 무용 등이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해 어떻게 세계로 뻗어나갈 것인지, 전통을 국제화ㆍ세계화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적으로 봤다. 또한, 여러 가지 장르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또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내고 이를 통해 자기 분야를 개척 및 확대해 나간 분들을 찾으려 했다”라며 “시대가 어려워질수록 예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단절된 시대와 세대, 사람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자기 존재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기 작품을 통해 빛을 주고 희망을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서울문화투데이가 문화대상을 통해 16년 동안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에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시는 많은 분들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특별대상은 전통 수묵화의 현대적 변화를 이끌며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이 선정됐다. 그는 전통적 수묵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동양적 요소와 서양적 기법을 결합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박대성 화백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오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림을 오래 그렸다. 6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올해 80이니 말이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했는데 그 덕분에 오늘 이런 자리에서 상을 받게 됐다. 더불어, 참 아름다운 한국에서 나고 자라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시골에서 자랐는데,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삼천리 금수강산이 가장 아름답더라. 한국 산천이 나를 잘 가르쳤다고 생각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박대성 화백의 작품은 경주 솔거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화대상에는 ▲전통의 재창조 작업을 통해 국악의 세계화에 기여한 김영숙 (사)아악일무보존회 대표(무용) ▲서도소리의 맥을 잇고 북한 토속민요의 숨을 되살리는 유지숙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국악) ▲다중 매체의 결합으로 시대와 호흡하는 동양화가 홍지윤 작가(미술) ▲1세대 영화평론가로서 한국영화사 정립에 기여한 김종원 영화평론가(비평) ▲시각장애 예술인들과 함께 희망이 필요한 곳에 음악을 전하는 최용환 (사)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한빛예술단) 사무국장(문화경영)이 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김영숙 (사)아악일무보존회 대표를 대신해 안시향 (사)아악일무보존회 상임이사가 대리 수상했다. 안 이사는 “저의 모든 공로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매 무대 함께하는 64명의 일무원들과 함께 만든 것이다. 앞으로도 종묘제례악 일무를 전승하고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김 대표의 소감을 대신 전했다.
유지숙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은 “얼마 전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전통 분야니까 선정되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선정 이유를 통해 사람들로부터 잊혀져 가는 서도소리를 찾아서 복원하고 새롭게 창작하는 것의 고충을 정확히 알아주시는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서도소리는 황해도 평안도의 소리인데,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지방의 소리이기 때문에 이곳의 음악을 지금 여기서 이어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의무감이라 생각해 지금까지 열심히 전승하며 발굴해 왔다. 아무도 관심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상을 주시니 큰 용기를 얻었다”라며 “오복녀 선생님께서 ‘내 대에서는 통일이 안 되고 너희들 대에서는 통일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서도소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날이 올 때까지, 아니 안 오더라도 이 소리와 음악을 전승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사회자는 유지숙 예술감독의 수상 소감을 들은 후,즉석에서 서도소리 한 곡조를 청했다. 유 예술감독은 “울컥한 감정이 남아있어 노래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기쁜 날이니 가장 좋아하는 민요를 짧게 선보이겠다”라며 서도 아리랑(구조 아리랑)을 선보였다. 특히 그가 노래로 전한 ‘사람이 살며는 몇 백년을 사나 이어지면 천년이요 손잡으면 만년’이라는 가사는, 예술이라는 기록으로 역사를 만드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안겼다.
홍지윤 작가는 “어젯밤 너무 떨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이 자리에 왔다.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믿어지지 않아 몇 번이나 되물었다”라며 “외람되지만 30년 동안 그림을 그렸다. 1995년 첫 개인전을 하고 올해 23번째 전시를 현재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초대전으로 진행 중이다. 앞에 계신 여러 선배님들한테는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예술의 기쁨을 조금 알아가게 됐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돼서 앞으로의 30년은 어떻게 이 일을 이어가야 하나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훌륭하신 분들을 대신해 이 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상을 받은 만큼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작가가 되도록 더욱 정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종원 영화평론가는 “우선 비평 시상 부문을 만들어 주신 데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1959년도에 영화 평론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딱 65년이 됐다. 하지만 그 세월만큼 기여를 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1963년 청룡영화상 제1회 정영일영화평론상 수상 당시 ‘영원한 현역이 되겠다’라고 말했는데 올해 저는 88세 미수를 맞는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은 현재 진행형 비평가이다”라며 “학문적으로 영화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박약하고, 한국 영화 100년이 지났음에도 영화사가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올해도 현역이란 연장 선상에서 꾸준히 해나가겠다. 채찍질해주신 서울문화투데이에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최용환 (사)한국장애인공연예술단(한빛예술단) 사무국장은 “한빛예술단은 전 세계 유일 시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이며, 창단 23주년을 맞았다. 지난 한 해에만 공연 횟수가 150여 회에 달한다. 전 세계와 국내 많은 곳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문화예술로 활짝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시각장애가 있음에도 비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단원들을 볼 때마다 큰 감동을 느끼고, 이들의 재능을 세계 무대에 알릴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며 “장애 아티스트가 세상 속에서 문화적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매개자 역할을 하라는 격려의 의미에서 이런 큰 상을 주신 것 같다. 세계 속에 한국의 문화와 장애 예술인들을 알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최우수상에는 ▲기하학적 추상과 세상에 대한 관찰을 결합해 고유한 작업 세계를 펼쳐온 양대원 작가(미술) ▲춘천을 최우수 문화도시로 만드는데 힘써온 일등공신, 강승진 춘천문화재단 도시문화센터장(문화행정) ▲한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관, 정사무엘 한문화진흥협회장(국제교류)이 선정됐다.
양대원 작가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는데, 특히 저에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님과 맨션나인 이영선 대표님께 특히 감사드린다. 국가적으로 참 어려운 시기인데, 예술로써 사회의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상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강승진 전 춘천문화재단도시문화센터장을 대신해 아들 강준서 군이 대리 수상했다. 그는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아버지가 문화 사업 분야에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아들로서 열심히 지지하고 응원하겠다”라고 짧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사무엘 한문화진흥협회장은 “저희 협회는 조금 독특한 일을 하고 있다. 예술인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아름다운 가치가 세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고 41년간 이어오고 있다. 정재민 초대 회장님께서 2년 전 소천하시면서 제가 2대 회장을 맡게 됐다. 전 세계 117개국을 다니며 다양한 문화 전시 및 패션쇼를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있다”라며 “언제부턴가 해외 문화가 중심이 되고, 우리 문화의 가치는 무시당하는 경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희는 이런 부분을 다시 역으로, 한국의 문화가 세계의 기준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오늘 수상하신 분들처럼 멋진 분들의 예술적 가치가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는 소감과 포부를 전했다.
젊은예술가상에는 ▲전통춤 고유의 호흡을 현시대에 불어 넣는 강윤주 춤랑무용단 대표(무용) ▲음악을 해체하고 새롭게 조립해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하는 문효진 사운드오브제주 창작프로덕션 대표(작곡ㆍ연주) ▲발레에 현대적 해석과 전통적 아름다움을 더하는 윤별 윤별발레컴퍼니 대표(무용)이 각각 선정됐다.
강윤주 춤랑무용단 대표는 “지금이 아니면 받아보지 못할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어릴 적 춤이 너무 좋아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하던 저에게, 빚을 내서라도 꼭 가르치겠다고 어머니 생각이 가장 먼저 난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한 번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이 자리를 비롯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제 춤과 무대가 돋보일 수 있도록 민화 그림을 협찬해 주시는 정귀자 선생님이 오늘 이 자리에 와주셨는데, 항상 애정 어리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수상하셨는데 참석하지 못하신 김영숙 선생님께서는, 제가 일무 이수자로서 흔들릴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일침을 가해주신다. 그 덕분에 올곧게 전통 일무를 출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태평무라는 작품으로 전통춤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시느 박재희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선생님 제자로서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이 상이 헛되지 않도록 예술인으로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부단히 정진하겠다”라고 말했다.
문효진 사운드오브제주 창작프로덕션 대표는 시상식 당일 제주 공연 일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남편이 대리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전달받은 수상 소감을 대독했다. 문 대표는 “대한민국 가장 먼 바다 제주 섬에서는 늘 육지와 같은 넓은 곳을 동경한다. 이 상으로 많은 분이 제주 사람이 육지에서 그리고 또 서울에서, 그것도 언론사에서 큰일을 했다며 칭찬해 주신다. 제주라는 지역을 예술로 기록해 오면서 관심받지 못했던 일들의 가치와 의미를 크게 확장시켜주신 서울문화투데이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며 “서울문화투데이와 같은 언론사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숨겨진 작가들을 발췌하고 사라져가는 것과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작가 정신을 높이 평가해 주셨기에 지난 16년 동안 많은 어려움에도 대한민국 문화 1번지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주 해녀이신 할머니의 강한 DNA를 물려받아, 음악을 전시하고 역사를 채록하고 이야기를 되돌려주는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계속 뻗어나가겠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윤별 윤별발레컴퍼니 대표는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올해 만 30살이 되어 이 자리에선 아마 가장 막내일 것 같지만, 예술을 하다 보면 막막하고 길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렇게 의미 있는 상이나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위로받으며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20년 전 어린 제가 한 발레리노의 공연을 보고 발레를 시작하게 된 것처럼, 누군가에게 그런 꿈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얼마나 많은 관객이 보느냐보다, 한 관객의 인생이라도 뒤흔들 수 있는 깊이 있는 예술가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문화투데이 창간 16주년 기념행사와 문화대상 시상식은 예술이 가진 힘과 가치를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수상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고, 독창적인 작업을 통해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왔다.
이번 시상식은 예술이 단순히 개인의 성취를 넘어 사람과 사회를 따뜻하게 연결하며, 공동체에 희망과 용기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수상자들의 열정과 노력은 앞으로 예술이 더 큰 울림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