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96

엄마들 낭자머리를 보면
씨앗 속에 들어있는 깊숙한 삶을 엿보는 것 같다.
이것은 우리 문화의 원형이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
자기도 모르게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렇듯 장터에 가면 우리 문화에 대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정(情)을 만날 수 있다.

천구백팔십년대에서 구십년대로 넘어오면서
텔레비전이 산골 마을까지 들어가 점차적으로
장터 문화에 변화를 불러왔다.
비녀를 꽂은 낭자머리에 보자기를 이고 다니던 어매들이
배추 같은 파마를 하고 가방을 들었다.
한복을 곱게 입고, 하얀 고무신을 신던 모습도 사라졌다.

예나 지금이나 존비귀천(尊卑貴賤)의 차별은 여전하다.
영조 임금은 부녀자의 사치를 경계하기 위해 비녀를 쓰도록 했다.
근검절약을 위해 중국산 비단 사용까지 금했다.
그러나 영조의 머리 개혁 이후 비녀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조선시대에는 여인의 머리모양으로 상류층과 서민층을 구별했다.
상류층은 주옥으로 만든 비녀를 사용했으며,
서민들은 나무나 골태 등으로 만든 비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거울 앞에 서서 미(美)를 탐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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