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소와 인간이 함께 하는 삶
[정영신의 장터이야기]소와 인간이 함께 하는 삶
  • 정영신 사진가
  • 승인 2023.12.12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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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6

 

1988 전남 나주장 Ⓒ정영신
1988 전남 나주장 Ⓒ정영신

옛날에는 소가 많은 일을 해냈다.

모심기 철이면 써레질을 했고,

쟁기로 밭을 갈아야 했고,

무거운 짊을 옮겨야 했다.

소가 비록 외양간에 있지만 한식구처럼 밭에서 일하고 오면,

가마솥에 여물을 끓여 먹이며 고생했다며

소잔등을 토닥여주던 엄마 생각이 난다.

그리고 천구백육십년 한국을 방문했던 대지의 작가

펄벅여사의 일화는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0 전남 고흥 외나로도 Ⓒ정영신
2000 전남 고흥 외나로도 Ⓒ정영신

 

황혼녘 경주의 시골길을 지나는데,

한 농부가 소달구지에 가벼운 짚단을 싣고,

자신의 지게에도 짚단을 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소달구지에 짚단을 모두 싣고 편하게 타고 가면 될텐데 나눠지고 가는

농부를 불러 펄벅 여사가 묻는다.

 

1988 전남 나주장 Ⓒ정영신
1988 전남 나주장 Ⓒ정영신

 

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힘들게 지게에 지고 갑니까?”

이에 농부는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힘든 일을 했으니 서로 나눠져야지요

당연한 듯 말하는 농부를 보며 감탄하는 펄벅여사는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평범한 농부의 마음을 알아본

펄벅여사의 대지를 다시 읽고 싶다.

 

2010 강원도 정선 Ⓒ정영신
2010 강원도 정선 Ⓒ정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