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흔들리는 63년 역사의 ‘한국국악협회’…“‘잡음’ 속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Hot Issue] 흔들리는 63년 역사의 ‘한국국악협회’…“‘잡음’ 속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7.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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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대 이용상 이사장, 임웅수 당선인 ‘무효 소송 제기’ 2년 후 당선
日 오사카서 ’2024 해외국악공연’ 개최…베일에 싸인 국고 지원 행사, 황당 계산법 ’원성’
국고 3억 원 지원 행사, 이사회 보고 없이 ‘이사장 임의 집행’
지난달 27일, 한국국악협회 제28대 이사장 선거를 위한 비대위 구성…“이달 회의 후 선관위 구성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협회(協會).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설립하여 유지해 나아가는 모임을 뜻한다. 

한국국악협회(이하 국악협회)는 국악의 발전과 문화유산의 보호·육성 및 회원 상호간의 친목과 복리증진을 도모함으로써 민족문화예술의 정립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1961년 설립됐으며, 이듬해 1월 26일 당시 주무부처였던 문교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얻었다. 주요사업으로는 국악예술의 조사·연구 및 보존 육성에 관한 일, 정부에 건의 또는 자문에 관한 일, 국악예술인 양성과 교도에 관한 일, 국악예술인의 국제교류에 관한 일, 국악 연예단체의 육성 및 공연에 관한 일, 국악예술 창작문헌비고(創作文獻備考) 및 가사(歌詞)·가요(歌謠)의 정리에 관한 일, 국악상(國樂賞) 제정 및 집행에 관한 일 등으로 되어 있다.

협회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이는 비단 국악협회뿐만 아니라, 모든 협회가 마찬가지다. 협회는, 그리고 협회의 이사장은 산하단체와 회원들을 그들에게 종속된 조직원이라 오인해선 안 된다. 권력 남용의 시발점이다. 

▲이용상 한국국악협회 제27대 이사장

우여곡절 속 임명된 제27대 이사장, 순탄치 않은 임기

제27대 이사장 선거가 치러진 것은 2020년 2월 25일이다. 당시 당선자는 현 이사장인 이용상이 아닌 임웅수였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6일, 이용상은 선거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한국국악협회를 상대로 이사장 선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으나, 이에 불복한 임웅수에 의해 또 하나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들이 이사장 자리를 놓고 약 4년간의 송사를 매듭짓지 못하는 동안, 국악협회의 2년은 텅 빈 채로 흘렀으며 그 후 2년은 리더가 있으나 방향성을 잃은 경영으로 혼란의 파도를 타고 있다. 계속되는 재판과 여기서 파생되는 소송비용을 감당하느라 국악협회의 재정 상황 역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를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겠으나, 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한국국악협회가 떠안고 있고, 이 가운데 2024년도 정기총회는 한 해의 반이 지나 7월을 앞둔 지금까지도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국악인들은 전년도 사업 보고와 회계보고, 당년 사업계획과 예산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전면 박탈당한 채 손 놓고 6개월을 보낸 셈이다. 

이를 두고도 협회 내부에서 의견이 갈린다. 이용상 이사장은 올 초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잔여임기를 위한 보궐선거로 당선된 것이 아니다. 선거무효로 진행된 새로운 제27대 이사장 선거로 뽑힌 것이다. 법원 등기, 법인설립허가증, 고유번호증 등 각종 서류에도 2022년 4월 2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세 곳의 법무법인으로부터 유권해석도 받아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협회에서는 그의 임기가 이미 끝났다고 단언하며, 새로운 이사장을 뽑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사관도 모르는 ‘3억 원 국고 지원’ 해외 국악 공연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다들 짐작하고 있었지만, 최근 협회는 친절하게도 곳간 문을 활짝 열어 회원들에게 공개했다.

지난 6월 4일부터 8일까지 일본 오사카 국제교류센터에서는 우리 전통문화와 국악의 아름다움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공연이 개최됐다. 문체부의 후원과 국악협회의 주관 아래, 2024 해외 국악공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83명의 국악인이 ‘한국 전통 연향과 전통 음악의 만남’ 무대를 선보였다. 해당 지원사업으로 국악협회는 문체부로부터 국고 3억 원을 지원받았다.

6월 초 공연에 참여할 공연자 공모 신청은 5월 12일 밤까지 받았다. 꽤나 큰 규모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인데 너무 촉박한 일정이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공연은 당초 문체부의 계획에 없던 갑작스러운 행사였다. 현지 영사관과도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 직원들도 공연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홍보는 당연히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문화를 전하고자 일본까지 간 연주자들에 대한 예우가 없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국가에서 주관하는 행사라 하면 으레 연주자들의 명성에 맞는 대접과 출연료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한국국악협회는 오사카 현지 공연에 참가하는 국악인들에게 공연 전, 되려 30만 원씩을 받아갔다. 공연을 마친 후 출연료 명목으로 연주자들에게 30만 원을 돌려줬으나, 소득세 3.3%인 9,900원을 공제한 290,100원을 지불했다. 이후 소정의 공연사례비가 지급되긴 했으나, 지원금과 게런티 등의 항목을 먼저 명시하며 참여를 독려하는 여타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운영 방식으로 국악인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못했다.

▲한국국악협회 ‘2024 해외국악공연 지원사업’ 공연자 모집 공고

행사에 참여했던 한 연주자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공연도 이렇게 급박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하물며, 해외에 우리 국악을 알린다는 취지로 선보이는 공연인데 이런 주먹구구식 운영이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된다”라며 “돈을 내고 공연을 하는 방식도 난생처음 겪어본다. 출연자가 선지급했던 자신의 돈을 돌려받는데 세금을 떼다니, 참으로 기괴한 계산법이다.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자 협회는 서둘러 나머지 돈을 돌려줬지만, 이후에도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다”라고 협회의 진행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국악인은 “우리 국악인들이 해외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다. 협회 측에서 국제 행사를 기획해 국악인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가 진행되는 모양새는 마치, 국악인들이 해외 공연에 목을 매 협회에서 ‘우리를 위해’ 진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차이는 국악인들에 대한 존중과 예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라며 “갑자기 결정되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이해하려 하다가도, 행사 이후 대처까지 무책임한 것을 보니 협회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해외 공연에 참여했던 한 협회 회원은 “국악협회 이사장이 국회에서 쪽지예산으로 받아와 갑자기 잡힌 공연이다. 어떤 경위로 받게 된 사업인지는 그분(이사장)만 알 거다. 지원금을 받은 후에도 이사회와 별도 상의 없이 임의로 행사 진행을 결정했다. 문체부도 이미 정해진 후에 보고를 받은 거로 알고 있다. 문체부에서 사업계획서를 확인할 땐 이미 예결위까지 통과한 상태라, 그쪽도 어떻게 하진 못 하고 수정할 사항만 지적하여 보완할 수 있게 했다”라며 “다만, 이사장도 예산에 대한 최종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급하게 진행하느라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거다. 여력이 있었다면 비용을 선집행 했겠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었기에 지금의 논란이 불거진 것 같다”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잇따른 논란 속 ‘묵묵부답’ 국악협회, 내부에선 ‘신임 이사장’ 선거 움직임

지난 2년간 이어지고 있는 소란과 누적되는 의문들에 대한 이용상 이사장의 입장을 듣고자 국악협회를 통해 몇 가지 질의사항을 전했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한편, 협회가 여러 논란 속에 혼란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김학곤 한국국악협회 수석 부이사장을 중심으로 ‘제28대 이사장 선거를 위한 8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비대위는 오는 6일 오후 2시 종로 국악협회 사무실에서 비대위 제1차 회의를 갖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각 분과위원회 대의원, 각 시ㆍ도 지회 등에 회의 내용을 공유하기로 하고 총회 일정과 선거관리 일정 등을 논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