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2년 이내 고갈 위기”…국내 유일 기초예술 지원 ‘문예기금’ 안정화 토론회 개최
[현장스케치]“2년 이내 고갈 위기”…국내 유일 기초예술 지원 ‘문예기금’ 안정화 토론회 개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11.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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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부터 문화예술 마중물 역할 ‘문예기금’, 2004년 모금제 폐지 이후 매년 감소
문예기금 내 복권기금 전입 비율 상당…“법정 배분 제도화로 안정화 필요” 의견
복권기금 성격 반영한 ‘문화복지’ 사업, ‘예술인’도 포함돼야
“문예기금 적립금 바닥 드러내, 사실상 존폐 위기”… 재원 분배 주체인 ‘국가’ 목소리 내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최초 설치되었던 1973년 사업비 3,100만원을 시작으로 2024년 현재 4,256억원에 이르기까지 지난 50여 년 동안 누적 4조 3,232억원의 사업비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예술창작, 문화복지, 지역문화, 국제교류 등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오랜 기간 다방면의 지원을 꾸준히 이어간 결과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롯하여 기초예술 전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로 나타나고 있지만, 2004년 기금 모금제도의 폐지 이후 기금 재정의 국가적 수요 대비 미진했던 재원 대책으로 인해 기금 고갈의 우려가 매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현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현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기금의 재원 문제를 연구해 온 학계 전문가, 문예기금과 함께 예술 현장에서 창작활동을 이어오던 예술인이 모여 재원 안정화 방안에 대한 학술적 토론과 더불어 기금의 존재가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안정적 지원 재원의 필요성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함께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이날 현장에는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 의원(국민의힘ㆍ대구북구을)과 기획재정위원회 박대출 의원(국민의힘ㆍ경남진주시갑)을 비롯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보윤 의원(국민의힘ㆍ비례),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최병서 동덕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김진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종미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훈 김성훈댄스프로젝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난 1일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김승수 의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김승수 의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승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1973년 1인당 국민소득이 401달러에 불과했던 시절부터 문화예술진흥기금은 50년간 4조 3232억 원을 마련하며 우리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핵심 재원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광풍을 일으키는 동안에도, 우리 예술인을 지원하는 유일한 공공재원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불안정한 재원구조로 인해 2004년 5273억 원에서 2023년 말 626억 원으로 약 10배 가까이 감소했다”라며 “지금까지 이뤘던 성과가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우리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기금이 국가 재정환경과 무관한 안정적 재원구조가 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오늘 제시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정병국 위원장은 “우리 기초 문화예술의 뿌리를 50여 년간 지탱해 온 문화예술진흥기금이 고갈 위기를 맞았다. 모금제도 폐지 이후 단년도 예산심의 과정에 의존하는 전입금 위주의 불안정한 재원 구조 속에서 기금의 규모는 지난해 말 626억 원까지 축소됐고, 이로 인해 우리 예술가의 창작과 문화 인프라 조성, 지역 예술 균형발전, 국제 문화교류에 대한 안정적 지원이 위태로운 실정이다”라며 “공공지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기초예술 생태상, 문화예술 지원의 안정성은 국가가 문화에 가져야 할 의무이자 핵심적 가치이다. 오늘 이 자리는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 문제를 단순한 예술가에 대한 지원 문제가 아닌, 우리 문화예술의 세계적 위상 제고, 미래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전하는 정병국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전하는 정병국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어, 토론회 1부는 김진각 교수가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재정적 위기와 재원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진행했다. 김진각 교수는 학술적 담론을 토대로, 재정위기에 몰려있는 기금 상황 파악과 원인을 진단하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초래되는 문제 등을 중심으로 전략을 제시했다. 

복권기금 전입금 법정배분 제도화 필요

유일한 국가 단위의 ‘순수예술’ 지원 재원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은 창작과 보급, 민족전통문화의 보존ㆍ계승 및 발전, 국제교류, 문화예술인 후생복지, 지역문화 진흥 등을 돕는다. 이 기금의 최종 수혜자는 국민이다. 

지난 50여 년간 4조 3200억 원, 최근 10년으로 좁혀보면 2조 5600억 원 이상이 투입됐고, 이에 비례해 소프트파워 순위는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문예기금의 재원 구조 부재로 인해,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간 재원 구조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되어 왔지만, 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초예술을 지원하는 유일한 재원인 문예기금은 1973년 공연장, 영화관, 문화재 등의 입장료에 일정 비율의 금액을 부가해 징수하는 방식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2003년엔 그 세율이 6.5%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2003년 말 헌법재판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기금 모금에 대해 “관람객에게 예술 발전의 책임을 전가해 헌법상 명시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결국 주요재원인 모금제도는 폐지됐다. 

이후 문예기금은 재원 확보를 위해 관광기금과 체육기금 전입(2016년~) 및 일반회계 전입(2018년~) 그리고 복권기금(「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23조 제3항 제4호에 근거) 전입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단년도 예산심의 과정에 의존하는 정부 내부수입(전입금) 위주의 불안정한 재원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나아가 기금은 2004년 적림금 5273억 원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말 기준 남은 금액은 626억 원에 불과한 현실이다. 김 교수는 “이대로라면 적립금은 2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진각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진각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 교수는 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방안으로 ▲복권기금 전입금의 법정배분 제도화 ▲일반회계 전입금 확충 및 유사 예술지원기관 통합 모색 ▲문화예술세(가칭) 도입 검토 등을 제시했다. 

문예기금 내 복권기금 전입 비율은 2019년 1056억 원→2021년 1641억 원→2023년 2356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복권기금 성격상 지출 목적이 ‘소외계층 문화향유 기회 확대’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창작지원에는 해당 기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더불어, 현행 타 기금의 전입은 법정 배분이 아니라, 매년 정부의 재량적 결정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불안정한 재원이라는 문제점도 함께 안고 있다. 

김진각 교수는 “현행 공익배분 사업 형태에서 법정배분 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안정적 법정 수익원을 확보, 전입금 활용 사업군을 다양화라는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2024년 복권기금 전입금 규모(2488억 원)를 고려해볼 때, 법정 배분률은 8.5% 상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법정 전입금은 2526억 원으로 추정된다. 

사업구조의 개편 필요성도 함께 지적했다. 법정배분 시 복권기금 추가 전입이 불가하기 때문에,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사업이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매년 문화누리카드 사용금액 연 1만 원 증액할 것을 약속했으나, 임기 내 매년 1만 원씩 증액한다면 2027년 해당 사업비는 3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사업의 전반적 구조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 출연금 확대 필요성, 중복 사업은 통합 검토해야

김진각 교수가 두 번째로 제시한 방안은 일반회계 전입금 즉, 국고 보조금을 확대하는 것이다. 순수예술 분야 핵심 재원으로서의 문예기금 안정화를 위해, 일반회계의 역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까지 500억 원 규모였던 국고 보조금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0억 원대 초반으로 줄었다가, 2022년부터 3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 일반회계는 가장 확실한 재원일 수 있지만, 규모 자체가 전체 기금 대비 적은 액수이며 국가 전체의 재정 추이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진각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진각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부는 지원기관을 통해 일반회계로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는데, 해당 방식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예기금을 통해 순수예술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복지재단을 통해 사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 재정 긴축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비슷한 예술기관들이 따로 지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예기금 외 정부 일반회계를 통한 예술 지원기관 사업 지원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며, 순수예술 지원은 문예기금 재정을 통한 집행 대원칙 수립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문예기금 운용 기관인 예술위와 일반회계 사업 중심의 공공기관 등 유사 예술지원기관 간의 발전적 통합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공재원 마련 위한 목적세 도입도 고려 대상

더불어, 조세제도 개편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전제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크진 않으나, 간접세 형태의 문화예술세 도입 방안도 함께 언급됐다. 김진각 교수는 “간접세로 징수되는 조세 재원 중 일부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라며 “문화예술진흥 정책적 목적에 해당되고, 일반 과세제도 체계 내에서의 재정 조달과 공공재원의 지속적 조성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패널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성훈 안무가, 박종미 교수, 김진각 교수, 최병서 명예교수, 김우철 교수, 김진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패널 참석자들 (왼쪽부터) 김성훈 안무가, 박종미 교수, 김진각 교수, 최병서 명예교수, 김우철 교수, 김진 교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기금, ‘존폐’와 ‘사활’ 건 배수진 전략 필요

김진각 교수의 기조 발제에 이어, 최병서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2부 토론에는 김진 교수, 김우철 교수, 박종미 교수, 김성훈 안무가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진 교수는 “문예기금에 대한 문화예술 분야의 일치된 의견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기금의 논리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서 김진각 교수님께서 발제를 통해 언급하신 기금의 위기, 재원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 필요, 실효적 정책방안 강구 등은 논의에서 더 나아가야 하며 향후 외부 연구용역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금존치평가에서 표준화된 사항과 문예기금의 성격과 의미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재원의 속성에 맞는 재정사업의 적합도는 고찰되어야 한다. 복권기금과 체육기금 전입금에 해당하는 재정사업의 성과평가 역시 분석돼야 한다”라며 “문예기금 재정사업의 재원 확충 방안으로 일반회계 전입 증가, 복권기금 전입 배분율 확정, 목적세 설치 등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제기됐던 사항들과 별 차이가 없다. 기금평가나 성과평가에서 요구됐던 문화예술분야, 문체부 및 국가유산청 재정 등에 대한 포괄적 분석 및 중장기 재정 소요분석 등이 빠져있다. 정부 재정이 잘 쓰이고 있다는 것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일반회계 기금에 대한 법적 제도 마련에도 타당성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우철 교수는 문예기금의 재정위기 원인과 이에 대한 대응을 세법 중심으로 분석했다. 문예기금은 그동안 만성적인 자금 부족으로 기금 고유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빈약한 상태를 넘어 적립금이 아예 바닥을 드러내며 사실상 존폐 위기나 다름없는 비상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 교수는 “그간 외형만 기금의 형태를 띠었을 뿐, 실질적으로 일반적인 재정사업과 큰 차이 없이 운영됐는데, 이는 사실 기금 설립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재정위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안정적 자체재원 없이 매년 재정 상황에 따라 규모가 결정되는 외부 전입금에 의존해 운영된 방식에 있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시적 재원 조치보다는 근본적 대응방안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가 문예기금이 ‘마지막 답’을 요구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재원을 분배하는 주체인 용산(정부)과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에 물어봐야 한다. 국가재정 자원 배분 전략에서 문예부문이 차지하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가리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라며 “장ㆍ차관이 답을 해야 하고, 분명히 답을 받아야 한다. 문화예술 부문의 국가적ㆍ사회적ㆍ개인적 가치를 공개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문예 부문에 대한 재원배분 우선순위를 제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복권기금 전입금 법정배분 제도화에 대해서는 “영국 사례를 고려해, 복권 판매 수익의 20% 이상을 문예부문에 배분하는 것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은 주요 대상이 청소년 계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사업을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현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현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미 교수는 문예기금 재정 안정화의 요건을 ‘의지’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제안들이 법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라, 여러 기관 및 단체의 의지가 필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문예기금 재정 안정화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위헌적이거나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서 발제를 통해 나온 방법들과 토론시간에 나온 내용들은 모두 재정 안정화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당장 내년부터라도 시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국회와 관계부처 책임자의 공감과 의지가 문제 해결의 첫 번째 열쇠”라고 강조했다.

또한, 복권기금 전입금의 법정배분 제도화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관계부처와의 협의 가능성을 떠나, 복권기금 본질상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복권기금은 기금조성에 기여한 국민을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돼야 하고, 특히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목적에 맞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박종미 교수는 “문예기금이 공익사업의 목적과 범위를 넓혀 배분 금액을 증액하는 방법이 더 적절하다”라며 “문예기금 용도가 20년 전과 비교해 더 확대됐다는 측면에서, 공익목적 사업 확대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추가적인 대안으로, 문화창작물과 소비자 사이에 유통을 담당하며 막대한 사업이익을 누리고 있는 OTT 사업자, 미술품ㆍ골동품 중개업자, 각종 문화창작물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부담금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부담금은 특정공익사업과 관련해 밀접한 관련 있는 자들에게 법이 정한 부과원칙에 따라 부과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현재 부담금은 부담금관리 기본법에 정한 법률에 의하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으므로, 형식적 절차와 실질적 적법 범위 내에서 해당 제도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훈 안무가는 컨템포러리댄스 무용단의 대표이자 안무가로서 순수 무용공연 현장에서 체감한 창작지원의 중요성과 필요성, 예술위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대부분 순수무용 활동 창작자들은 겸업으로 생계와 학업, 공연 활동을 이어간다. 때문에, 재정 지원이 줄어들면 예술가들은 생계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작품의 질과 깊이가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이어 “신진 예술가들과 소규모 단체들은 기금에 많이 의존한다. 신진 예술가들에게 첫 창작 작품 발표의 기회는 매우 중요하며, 지원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예술위는 예술가와 사회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기금 배분뿐만 아니라, 예술과 대중의 연결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재정 안정화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예술인)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의 협력, 민간 후원 유치 등과 같은 새로운 재원 마련 방법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라며 “영국에서 오래 활동했지만, 영국보다 한국의 지원제도가 훨씬 다양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의 제도는 단기적이고 재정적으로 열악하다. 좋은 제도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원이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일 개최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안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참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호주 예술위 기구 통합 사례복권기금 복지 활용에 ’대지급금’ 포함” 등 유의미한 방청객 의견 나와

패널들의 의견 제시에 이어, 토론회에 참석한 방청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처음으로 마이크를 든 참석자는 기금 마련에 대한 개인적 견해와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문체부에서 문화예술 3대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 중에는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기관이 부재하다는 진단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콘텐츠 분야에서 개별 5개 분야를 통합해 콘진원을 만들었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예술위와 예경의 사업을 연계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라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구를 통합해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운영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호주 예술위원회와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별도 기관이 ‘크리에이티브 오스크리아(Creative Australia)’로 통합 출범한 사례를 소개하며, “단순히 두 기관을 통합한 것이 아니라 저평가됐던 기능을 향상시켰으며, 음악ㆍ문학ㆍ원주민문화예술ㆍ예술인복지 등을 확대하는 성과를 이뤘다”라며 기관 통합이 가지는 의미와 확장성,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 등을 전했다. 

예술인권리보장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시범 안동대 교수는, 문예기금 중 일부는 ‘예술인 대지급금’으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김 교수는 “권리보장위 신문고 접수 내용 중에는 50~100만 원의 임금을 못 받았다는 예술인들이 상당하다. 기업의 임금이나 퇴직금은 대지급이 있는데, 예술인도 이런 부분이 보장된다면 기금의 역할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현장 예술인들이 참석했다. 수년간 꾸준히 제시됐던 문제점을 다시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시간 넘게 많은 이들이 고민한 내용들은, 예술위뿐만 아니라 문예기금과 관련된 정부 부처에서 귀담아 들을만한 논의였다. 하지만 토론회를 통해 모인 목소리를 정부 각처와 국회에 전달할 입법자인 국회의원들은 정작 토론회 1부에서 축사를 마친 후 대거 퇴장했고, 정작 본격적인 토론이 오가는 2부에는 앞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모인 이야기를 듣고 전해 변화를 이끌어줄 사람은 없게 된 형국이다. 토론회 초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줄 많은 의원님들이 참석해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높였던 축사의 내용이 다시금 맴돌아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